함양군 “불로초 전설 확인” 알고 보니 ‘억지춘향’?
함양군 “불로초 전설 확인” 알고 보니 ‘억지춘향’?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6.06.07 18:20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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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철/제2사회부 부장(함양)
 

최근 함양군이 서복 불로초 원정대 전설을 뒷받침하는 조각상(부조浮彫·돋을새김)이 확인됐다고 발표한 내용이 확인 결과 역사적 개연성이 약한 것으로 드러나 뒷말이 무성하다.


지난달 30일 함양군은 마천면 서암정사 내 굴법당 인근에서 '진시황의 서복 불로초(산삼) 원정대' 형상의 부조가 확인됐다는 보도자료를 냈고 각 언론이 앞 다퉈 이를 보도하며 이슈가 됐다.

함양군은 “군 관계자가 서복 불로초길을 조사하던 중 부조를 확인했다”며 관련 관광 상품을 개발하고 오는 7월 말 산삼축제 때 중국 바이어와 여행사 등에 관련 스토리를 홍보한다는 포부까지 거창하게 밝혔다.

군의 발표 요지는 △서복 불로초를 형상화한 부조 보유는 함양 서암동이 유일(제주도 등 타 지역과의 차별성) △상상 동물 해태와 산신이 된 서복·또렷이 새겨진 산삼(불로초)과 산삼 열매가 전설을 뒷받침 △‘서복이 머물렀던 동네’라는 서암동 지명 유래 등이다.

해당 부조상은 확인 결과 1980년대 말께부터 10여년간 서암정사가 지어지면서 함께 새겨진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니 잘해야 30년여의 역사를 가진 셈이다. 서암정사 홈페이지의 서암정사 소개에는 “30여년전 불사(佛事)를 시작한 이래… 맹갑옥 석공이 겉석을 치고 홍석희 석공이 세조각(細彫刻)으로 마무리했다”고 부조상을 조성한 석공까지 상세히 밝혀져 있다. 따라서 이 부조를 두고 2000여년 내려오는 불로초 전설의 근거로 주장하는 데 동의할 사람은 별로 없어 보인다. 한 마디로 억지스럽다.

이에 대해 군의 신중치 못한 행보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많다. 사료에 대한 충분한 확인과 고증·공인 절차도 없이 서둘러 기정사실화해 언론 홍보부터 나선 것은 실적을 의식한 지나친 비약 또는 의도적 왜곡이라는 것이다.

군은 스스로도 “부조상 조성 시기 등 자료를 더 확보하고 스토리텔링을 구체화해 중화권 관광객 유치에 적극 활용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 말대로라면 개연성 확보에 가장 중요한 부조상 조성 시기와 유래 등도 확인하지 않고 발표부터 한 셈이다. 이는 부조상을 보유하고 있는 서암정사 측에 확인하면 금방 알 수 있는 사실이다.

중요한 사료가 나오면 고증부터 거쳐 먼저 객관성을 확보하는 것은 상식이다. 그러니 이번 함양군의 언론 플레이는 ‘상식 밖의 경솔함’ 또는 ‘의도적인 아전인수’라는 지적이 나올 만하다.

이 부조는 서암정사 굴법당 근처 암석에 새겨진 주산신상(主山神像·산신령)이다. 우선 사진을 보면 동물의 등에 올라앉은 가운데 노인은 군의 설명대로 산신이 된 서복이라고 가정해도 해태(해치)라고 밝힌 동물은 호랑이로 보는 것이 타당해 보인다. 민간신앙에서 산신을 시종하는 동물은 대부분 호랑이고 호랑이 자체가 산신·산군(山君) 등으로 불려왔기 때문이다. 화재를 방지하고 사람의 선악시비를 가리는 동물로 알려진 해태는 산신과 함께 그려진 경우가 거의 없다. 주로 궁궐 등 큰 건물의 입구에 놓여진다.

산삼을 불로초와 동일시하는 것 또한 논란거리가 될 수 있는 부분이다. 진시황이 찾던 불로초가 어떤 식물을 지칭하는지 정확히 알려진 바는 없다. 식물도감 등에서는 영지버섯을 불로초라 부른다. 따라서 함양군이 산삼을 불로초로 지칭하려면 공감할 수 있는 객관 타당한 근거가 필요하다.

또 진시황이 불로초를 찾으러 보낸 ‘서복’이 머물렀던 동네라는 서암동 지명 유래 또한 재고의 여지가 많다. 서암정사(瑞巖精寺) 홈페이지에는 서암동 지명에 대해 “대한불교 조계종 지리산 서암정사는… 지리산의 큰 줄기 위에 있다. 천왕봉이 좌우로 뻗어 내려 모든 기운이 이곳에서 멈추니 먼 옛날부터 이곳을 ‘상서로운 기운이 깃든 큰 바위가 많은 곳’이라 하여 서암동이라 불렀다”고 밝혀 놓았다.

이에 따르면 서암정사(瑞巖精寺)가 있는 서암동은 瑞巖洞이 돼 서복(徐福=서불徐巿)과 연관짓는 것은 무리가 있어 보인다. 한자와는 상관없이 음동(音同)을 취했다고 가정해도 의도적이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함양군이 이처럼 허술한 사실을 가지고 무리수를 둔 것은 안팎의 공감을 받기 어렵다. 우선 살펴본 대로 발표 내용 자체가 ‘아마추어’스럽고 허술한 부분이 많다. 전문가에 의한 객관적인 고증이 어려웠다면 최소한 자문 정도의 뒷받침이라도 있어야 했다. 근거가 약한 사료나 사실을 침소봉대해서 억지춘향식으로 갖다붙이는 행태는 지역 이미지에 심대한 ‘대미지’가 될 수 있다.

지자체마다 스토리 개발을 통한 관광 활성화에 적극 나서고 있는 현실이지만 개연성과 객관성을 갖추지 못한 조급하고 서투른 개발은 지양해야 한다. 이번 불로초 전설 건도 제주도, 남해, 거제, 통영 등 타 지자체와의 불로초 스토리 선점 경쟁에서 앞서 나가려는 ‘실적 조급증’이 불러들인 해프닝 또는 설화(舌禍)로 평가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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