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한강
소설가 한강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6.06.14 18:44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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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영/소설가
 

한강의 맨부커상 수상 소식은 무더운 한여름 땡볕 아래 노가다를 하다가 마침 옆에 있는 시냇가에 철벅철벅 발을 담그고 물장구를 치는 기분이다. 정말 축하한다. 너무너무 고맙다. 한승원 선생님의 딸답게 착실하게 문학인의 길을 밟고 있다는 소식은 듣고 있었지만 이런 선물을 조국에 안기다니! 진정 감사할 따름이다. 모처럼 진정함과 진실이 결국엔 승리한다는 너무도 당연한 믿음을 상기시켜주어서 더욱 중요하다. 맨부커 상을 타기 전에도 지면으로나마 한강이라는 작가를 대할 때면 진정성과 진실성을 믿게 된다. 이상하리만큼 그리 믿게 되더니 결국!!


오래 전 처음으로 한강이라는 작가를 알게 되고 한승원 선생님의 딸이라는 사실도 함께 알게 되면서 문학수업을 제대로 받는구나, 하고 믿음직 했다. 제대로 된 문학수업이라 하면 문학이란 결국 인간의 진실을 물고 늘어지는 것을 마치 생래적인 것처럼 천착하는 일일 것이다. 당대의 거짓과 부조리를 정면으로 마주해 진실을 밝히려는 끝없는 노력이 작가의 중요한 일 중의 하나일 것이다. 5.18 광주항쟁을 끝까지 잊지 않고 문학으로써 할 수 있는 일을 묵묵히 하고 있는 소설가 한강에게 감사하는 심정은 당연하다. 또한 그런 한강에게 큰상이 주어지는 것도 당연하다.

한강은 참으로 겸손한 작가가 분명하다. 거대한 당대 권력의 폭력에 맞서 인간을 억압하는 거짓을 찾아내어 그것을 이야기로 엮어서 독자들에게 읽히는 작가라면 유명하다고 우쭐댈 까닭이 없을 것이다. 그렇기는 해도 문학합네 하고 우쭐대는 사람이 좀 많은가. 한강은 그런 우쭐대는 모습이 아예 없는 듯하다. 이는 아버지 한승원의 영향이지 싶다. 그리 생각하다 보면 한승원 선생님이 더욱 존경스러워진다. 얼마나 예쁜 딸이었겠는가. 그야말로 눈에 넣어도 안 아플 딸이었을 텐데도 이렇게 철저한 문학인으로 훈육하고 성장시켰으니 생각할수록 감동스럽다.

딸을 잘 키워서 우리에게 이렇게 큰 선물을 안겼으니 한승원 선생님이 참으로 큰 일을 해내셨다. 선생님은 광주에서 70년에 한강을 낳으셨다. 광주에서...얼마나 철저히 딸에게 인간성을 훈육하셨을까. 인간의 폭력성이 무슨일을 할 수 있는지 끝없이 이야기했을 것이다. 인간의 폭력성이 권력욕과 맞물리면 수많은 인명을 학살한다는 그 엄청난 사실로 날로 성장해가는 딸을 더욱 경각했을 것이다. 그 폭력을 극복할 수 있는 것 또한 사람의 위대함밖에는 없다는 사명감을 딸에게 전했을 것이다. 결국 사랑스런 딸, 위대한 딸, 네가 인간성의 위대함을 구현해내야만 한다고 매순간 딸 한강을 일깨웠을 것이다. 문학으로써 그일을 해내라고 당부했을 것이다.

부친의 뜻을 따르며 이어서 이렇게 조국에 큰 선물을 안긴 우리 소설가 한강은 또 얼마나 훌륭한가. 크고 작은 갈등이 왜 없었을까만은 소설가인 아버지를 그대로 이어받아 이렇게 우리를 기쁘게 하고 격려하다니, 정말이지 감사할 뿐이다. 때로 얼마나 힘들것인가. 이렇게 좋은 결과가 있기까지 얼마나 치열하게 소설을 썼을 것인가. 흔히 '소설은 궁디로 쓴다'는 말이 있다. 엉덩이로 글을 쓴다는 말인데 그토록 오래 앉아 있어야 한다는 말이겠다. 게다가 대학에서 교수로 후학을 교육하고 있으니 좀 바쁘겠는가. 그 와중에 작품을 생산하고 있으니 놀랍다.

한강은 서울신문 신춘문예 당선작인 단편소설 '붉은 닻'을 비롯해 많은 소설집과 장편이 있다. 불과 25살에 소설집 <여수의 사랑>을 출간해서 우리를 놀라게 하기도 했다. 그 후로 부지런히 작품을 발표했는데 <내 여자의 열매> <노랑무늬영원> 은 소설집이다. <검은 사슴> <그대의 차가운 손> <바람이 분다 가라> <채식주의자> <희랍어 시간> <소년이 온다> 등은 장편소설이다. 그 외에도 시집도 냈고 동화도 냈고 산문집도 발표했다. 놀라운 성실함까지 겸비했다. 베스트셀러라는 돈벌기에서 멀찌기 떨어져서 오직 우리사회의 추악한 폭력성에 정면으로 마주하며 이렇게 아름다운 문학적 결과로 우리를 격려하다니, 한국인이라는 게 자랑스럽다. 그녀가 한국인이어서 너무 행복하다. 저토록 아름다운 그녀가 상금 4300만 원을 받아서 너무 너무 다행이다. 그 돈이 얼마나 그녀에게 요긴할 것인가. 더욱 더 돈벌기에서 초연해질 것이 아닌가?

나는 내일 당장 한강의 책을 모두 구입해야겠다. 한강의 내밀한 시적 문장에 퐁당 빠지리라. 깊은 울림으로 우리들의 마음속 폭력성을 꾸짖는 그녀의 말씀에 순송하리라. 추악한 폭력에 저항하는 아픈 영혼들을 벗하리라. 순수한 마음으로 성실하게 사명을 다하는 그녀의 인생을 구현하리라. 벌써부터 가슴이 뛴다. 나는 다른 건 다 못하지만 배우는 건 조금 한다. 좋은 것을 배워서 성실히 실천하면 분명히 좋은 결과가 나온다는 것 또한 체험을 통해 배웠기에 확신한다. 우리 한강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탈 때쯤 나는 맨부커상을 타는 꿈을 꾸기 시작한다, 지금!

한승원 선생님이 자식과 우리 사회를 사랑하여 자식을 훌륭하게 성장시켜 우리를 이렇게 행복하게 해주신 것처럼 내 자식을 사랑하고 함께 성장하리라. 우리 한국 문학이, 우리 한국 전부가 진정한 의미의 큰 폭 성장이 있으리라고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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