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이샤, 어이샤’ 줄 당겨 보세!/민속문화의 상징, 줄다리기의 보존과 전승(6)
‘어이샤, 어이샤’ 줄 당겨 보세!/민속문화의 상징, 줄다리기의 보존과 전승(6)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6.06.15 18:20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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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창교/진주문화원 향토사실장·문화재청 무형유산지기
 

지난시간에 이어서 나머지 무형문화재 4개의 줄다리기에 대해 살펴보겠다.


감내 게줄당기기는 밀양 감내에서 정월 대보름을 전후하여 마을 사람들이 시합으로 즐기던 놀이로 일반적인 마을 단위 줄싸움의 변형된 놀이라 할 수 있다. 줄당기기 놀이에 앞서 당산굿으로 마을의 안녕과 시합에서의 우승을 기원한다. 원줄에 곁줄을 다는 동안 밀양아리랑을 부르고 덧뵈기춤을 추어 흥을 돋우면 서로 젓줄과 대박을 당기고 밀면서 게잡이터를 뺏는 예비시합을 한다. 본 놀음은 게의 등처럼 생긴 지름 2m 가량의 둥근 원줄에다 양편에서 가운데에는 12m 줄, 그 양쪽에는 10m 줄, 바깥쪽에는 8m 줄 등 모두 5개를 달고, 한 줄에 5명씩 총 25명이 어깨에 걸고 엎드려서 상대편과 등지고 줄을 끈다. 이긴 편은 그해 좋은 게잡이터를 차지하게 되는데, 마지막엔 양편이 서로 화합하여 판굿을 벌인다. 이는 주민 화합과 인근 마을과의 불화를 풀기 위해 만들어진 독창적인 민속놀이로, 서서 당기는 것이 아니라 소수의 인원이 줄을 목에 걸고 엎드려서 당기는 것이 특징이다.

남해선구줄끗기는 선구마을에서 해마다 음력 정월 대보름날에 아랫마을을 남편으로, 윗마을을 북편으로 나누어 시작되는 줄끗기의 세시풍속이다. 선구 줄끗기는 당산제-어불림-필승고축-고싸움-줄끗기-달집태우기 순서로 진행된다. 선구줄끗기에 사용하는 줄은 1개의 고에 문어발처럼 된 네 가닥의 작은 줄을 매달아 만든다. 줄끗기 전에 고싸움을 하여 그 결과에 따라 이기는 편이 숫고가 된다. 숫고가 되면 줄끗기 승부에서 이길 확률이 많기 때문에 숫고가 되기 위하여 힘을 다하여 싸운다. 암고, 숫고가 결정되면 2개의 고를 빗장으로 연결하여 줄끗기를 시작한다. 이때 여자들은 자기편의 줄을 무겁게 하여 이기려고 바닷가에 있는 몽돌을 치마에 담아 가지고 와서 치마폭에 싼 돌을 줄과 함께 움켜잡고 줄 끗기를 했다고 한다. 줄끗기에서 암고가 이기면 풍농, 풍어가 된다고 믿고 있다. 줄끗기가 끝나면 승부에 관계없이 달집태우기를 하면서 화합을 다짐한다.

기지시줄다리기는 전설에 의하면 당진의 기지시리는 풍수적으로 옥녀가 베 짜는 형국이어서 베를 양쪽에서 잡아당기는 시늉을 한데서 줄다리기가 생겼다고 한다. 지형이 지네형이라서 지네모양의 큰 줄을 만들어 줄다리기를 했다고 전한다. 기지시줄다리기 줄의 길이는 50∼60m이며 지름이 1m가 넘는 경우도 있어 사람이 줄을 타고 앉으면 두 발이 땅에 닿지 않을 정도라고 한다. 줄이 커서 손으로 잡아당길 수가 없기 때문에 원줄의 중간 중간에 가늘게 만든 곁줄을 여러 개 매달아 잡아당기기 좋도록 만든다. 줄 위에 올라선 대장이 지휘를 하면 줄다리기가 시작되고 각 마을의 농악대는 빠른 장단으로 사람들의 흥을 돋운다. 줄다리기가 끝나면 줄은 이긴 쪽 차지가 되는데, 승부가 결정되면 사람들이 몰려들어 칼로 줄을 끊어 간다. 끊어간 줄을 달여서 먹으면 요통이나 불임증에 효과가 있다고 믿는 주술적인 의미도 지니고 있다. 이는 재앙을 막고 풍년을 기원하는 농경의식의 하나로, 줄다리기를 통한 농촌사회의 협동의식과 민족생활의 변화를 알 수 있는 문화적 의미를 지니고 있다.

삼척기줄다리기의 기줄은 큰 줄에 매달린 작은 줄이 마치 게의 발과 같다 해서 게줄이라고도 하며, 기줄다리기는 한자어로 해색전(蟹索戰)이라고도 한다. 삼척기줄다리기는 음력 1월 1일이면 우선 어린이들이 양편으로 나뉘어 북, 꽹과리 등을 두드리며 기줄다리기를 하는데 줄이나 규모면에서 작다 하여 속닥기줄이라고 한다. 차츰 규모가 커지면서 7·8일 경이면 청소년들이 주동이 되는 중 기줄다리기로 번지고, 15일경에는 어른들을 대상으로 해안지방과 산간지방으로 나뉘어 본격적인 큰 기줄다리기가 시작된다. 이기는 편에는 풍년이 든다는 믿음도 있지만 그보다는 진편에서 삼척읍성의 수리나 제방수리 등의 노역을 해야 하기 때문에 해마다 경쟁이 치열했다고 한다. 이는 재앙을 막고 풍년을 기원하는 민간신앙을 담고 있으며 주민들의 단결과 협동을 도모하는 마을 공동축제로서 그 의의가 있다.

그럼,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된 한국을 비롯한 동남아시아권의 민속놀이이며 전통경기인 줄다리기에 대해 살펴본다.

먼저, 베트남에는 다양한 형태의 줄다리기, 께오꼬(Kéo co)가 존재한다. 각 형태의 특징은 이를 연행하는 집단은 물론 이 놀이가 행해지는 지역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줄다리기는 전국에 걸쳐서 연행되지만 이 의식과 놀이는 대부분 고대 베트족과 원주민의 수도작 문화, 레드강 문명의 발상지인 북부 내륙지방의 레드강 삼각주 지역과 중북부 지역에서 행해진다. 또한 이 놀이는 북부 산악지대의 소수민족들 사이에서도 널리 연행된다. 줄다리기의 방식과 줄다리기 줄이나 도구를 만드는데 사용되는 재료의 다양성은 각 공동체의 생태, 역사, 문화의 배경을 반영한다. 께오꼬는 현대 생활 속에서도 높은 인기를 끌고 있는 민속놀이의 하나다. 남녀노소와 신분을 막론하고 께오꼬를 향유하는 것은 연행하기 쉽고 활기찬 분위기를 만들어 내며, 집단의 힘을 보여 주고 단결과 공동체 정신을 기리기 때문이다. 께오꼬는 공동체 활동이자 건강한 민속놀이로 알려져 있다. 비록 경쟁이란 요소가 있기는 하지만 승패 여부를 떠나 공동체의 단결, 즐거움, 화합을 더 중요시한다.

다음시간에는 이어서 캄보디아의 줄다리기인 테안프롯(Teanh Prot)를 소개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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