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29-맛보기(하)
와인29-맛보기(하)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6.06.20 18:35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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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용옥/진주 커피플라워 대표
 

용을 그린 후 마지막으로 눈동자를 그리는 것처럼 와인에서도 향미, 바디감, 촉감을 느끼고 난 뒤에는 마지막으로 여운을 즐긴다.


아무리 향미가 좋고 바디감이 좋을지라도 입안에 남는 여운이 짧으면 비싼 와인일 수는 있지만 좋은 와인은 아니다.

좋은 와인 일수록 입안에 남는 여운, 또는 후미(後味), 에프터(after)가 10초 이상 길게 남는다면 뛰어난 와인이다.

즉, 희석식 소주는 “캬~”하고 마시고 나면 맛과 향의 남지 않아 또 다시 한잔을 받아 마셔야 되지만 전통 증류식 소주나 지역 특산품 소주 한 잔하면 그 향과 맛이 1분 이상 입안에 길게 남는다.

오래전 맛 본 송화백일주의 향은 그 어떤 향보다 그윽하고 깊고 오래 남아 맨 마지막에 마셔야 할 만큼 향미가 오래 남았다.

우리나라의 좋은 전통주와 와인을 빨리 마실 수 없는 건 여운이 주는 행복이 있기 때문이다. 아지랑이처럼 끊어질 듯 이어지는 아쉬움과 사랑하는 주인공이 이별 장면의 아련한 마음과 애틋한 감동은 와인의 여운과도 같은 느낌이다.

사람과 좋은 술의 기억은 마지막 남는 여운의 장면이다.

소주는 한 번에 마시고, 첨잔 하지 말고, 자작하지 말며, 두손으로 받는 나름의 주법이 있듯이 와인 역시 한 잔을 마시고 음미하기까지는 와인의 주법이 있다.

와인을 따른 후 마시는 장면을 간략하게 표현을 한다면

1. 와인색을 보면서 “지금 6월에 핀 장미색을 가진 와인이네요. 맛 또한 섬세하게 느껴질 것 같아 기대가 됩니다”

2. 향을 맡으며 “딸기, 체리, 초코, 삼나무와 같은 향이 아주 감미롭습니다”

3. 한 모금 마신 후 “중간 정도의 바디감에 부드러운 감촉이 대단합니다”, “맛의 구조감과 밸런스가 아주 탁월하고 체리와 같은 향미가 입안 오랫동안 남는 여운이 훌륭한 것 같습니다”

와인은 소주처럼 알코올만 마시고 취하고자 마시는 술이 아니다.

대화하고 소통하고 교감하는 술이다.

와인 맛 표현은 전문적이 용어나 어렵게 표현 하지 않아도 되며, 평소에 먹었던 음식, 경험 등을 토대로 서로 대화하고 소통하면 된다.

한 모금의 양으로도 눈, 코, 입, 향미를 오랫동안 즐기고 마시는 술 문화가 이뤄져야만 할 것이다.

좋은 문화는 널리 알리고 나쁜 문화는 없애야 한다.

희석식 소주는 대한민국의 전통주도 아니고 좋은 문화가 아니다.

상대방에게 권하는 술 문화, 알코올만 마시는 술 문화는 없어져야 한다.

향과 여운이 길게 남고 마시는 즐거움을 나누는 술 문화가 되어야만 세계 속에 우리나라의 좋은 전통과 역사를 알릴 수 있으며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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