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주적이 미국이라니
우리의 주적이 미국이라니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6.06.22 18:22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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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한석/남해교육지원청 교육장
 

6월은 호국보훈의 달, 나라를 지키기 위해 싸우다 숨져간 영령들을 추모하고 애국심과 호국의지를 다지는 달이다.


1945년 해방이 되고, 1948년 8월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된 지 2년도 채 지나지 않아 일어난 6.25전쟁의 피해는 막심했다. 남북한을 합쳐 520만 명의 인명피해를 입었고 산업시설의 43%, 가옥의 33%가 망가지거나 불탔다. 국군과 유엔군을 합쳐 우리 쪽 군인만 18만여 명이 전사했다. 국지적인 세계전의 양상을 띤 6.25전쟁에 미국을 비롯한 16개 우방국이 참전했고, 스웨덴 등 5개국은 의료지원을 했다.

이런 가공할 동족상잔의 대참사인 6.25전쟁을 직접 겪어보지 못한 전후세대는 전쟁의 참상과 안보에 대한 의식이 우려스러울 정도로 희박하다. 몇 년 전 통계이긴 하지만 우리나라 중고생 2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한 설문조사 결과는 우리 학생들의 안보의식과 현실인식 수준을 여실히 보여준다.

설문 가운데 대한민국의 주적은 누구라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학생들은 북한 341명(22.1%), 중국 198명(12.8%), 일본 687명(44.5%), 러시아 10명(0.6%), 미국 298명(19.9%), 잘 모르겠다 135명(8.7%), 없다 136명(8.8%)으로 응답했다. 절반에 가까운 응답자가 일본으로 답한 건 그렇다 쳐도 북한과 미국이 근소한 차이로 각각 2위와 3위로 나타난 것을 보면 우리 학생들의 북한과 미국에 대한 시각이 심각하게 왜곡되어있음을 알 수 있다.

6.25전쟁 때 소년병, 학도병으로 참전하여 젊은 생명을 조국에 바치고, 머나먼 이국 땅 베트남에까지 가서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해 헌신한 선배들의 충정과 애국심을 잊는다면 지금 누리고 있는 자유와 풍요가 하루아침에 전쟁의 참화에 휩싸여 날아갈 수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걸까.

그렇다고 학생들을 나무랄 수만 없는 일이다. 학생들의 의식과 행동이 잘못됐다면, 그건 순전히 우리 어른들의 책임이다. 직접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육자의 책임은 더욱 막중하다. 6.25 전쟁은 단순히 과거의 일이 아니라 언제든지 현실화될 수 있는 현재의 일이다. 더구나 지금 한반도는 종전 상태가 아니라 정전 상태다. 통일안보교육과 시사계기교육을 강화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통일은 반드시 되어야 하고, 언젠가는 될 것이다. 그러나 지금 중요한 것은 힘이다. 전쟁에서 이기는 일도, 전쟁을 억제하는 일도, 통일을 이루는 일도 힘이 있어야 가능하다. 이 힘은 단순히 무기나 병력 등 물리력뿐만 아니라. 과학기술력, 경제력, 애국심 같은 정신력까지를 다 포함하는 힘의 총화, 즉 국력을 의미한다. 특히 안보는 정신력이 가장 중요하다. 정신력을 키우는 일이 바로 교육이다.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순국선열에 대한 추모와 함께 교육자로서 우리 교육을 돌아보는 마음이 가볍지만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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