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뚤 비뚤 골마루에 선 긋는 아이들
비뚤 비뚤 골마루에 선 긋는 아이들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6.06.23 18:59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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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진/하동 화개초 교장·시조시인
 

얼마 전이었다. 학생 몇이서 골마루에 테이프로 2줄로 선을 붙이고 있었다. 그래서 가만히 보고 있으니 선들이 있는 양쪽이 넓이가 맞지도 않은데 한쪽은 넓고, 다른 쪽은 좁다랗고 선도 비뚤비뚤 붙이고 있었다. 또한 줄의 색깔도 한쪽은 붉은 선으로 다른 한쪽은 노란 선으로 붙였는데 한 쪽은 줄이 짧아서 같은 선으로 붙이지 않고 다른 선으로 이어서 붙였다.


그러고 보니 선을 붙이기 며칠 전에 있었던 일이다. 골마루에서 학생들이 뛰어 다니고 우측통행도 하지 않아서 시끄러웠다. 아이들도 그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담당선생님 보고 아이들 스스로 토론을 부쳐 보라고 했더니 전체 모임에서 골마루 양쪽으로 선을 붙여서 우측으로 통행하고 뛰어 다니지 않도록 하자는데 의견이 일치를 보았다고 하고, 색 테이프를 사 주면 저이들이 하기로 하였다고 한다. 그래서 아이들이 선생님이 사주신 테이프로 골마루에 1층과 2층을 2줄로 붙인 것이다. 그 후 아이들은 뛰어다니는 것이 거의 줄었고, 오른쪽으로 다니는 것도 많이 좋아졌다. 가끔 왼쪽으로 가다가도 서로가 애기하면서 오른쪽으로 가는 모습이 대견하기까지 하다. 어른들도 가끔 골마루 가운데나 왼쪽으로 가다가 아이들을 보면 오른쪽으로 걷는다. 아이들의 노력으로 조금씩 변화해가는 모습을 보면서 무엇이든지 어른들이 조급하게 하지 않고 기다려주고 스스로 변화해 갈 수 있도록 지켜보아 준다면 우리 아이들은 충분히 잘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게 해 주었다.

이것은 하나의 예일 뿐이다. 아이들이 하는 일 하나 하나가 다 마찬가지다. 어른들이 모든 일을 어른의 눈높이에서 보고 맞추려고 하기 때문에 아이들은 싫증을 내고 스트레스를 받는다. 그래서 아이들이 하는 일은 어른들의 눈에 들지 않고 어른들은 걱정을 한다. 그것은 어른들이 잘 못된 생각에서 일어난 일이 아닐까? 아이들은 아이들이고, 어른들은 어른들일 뿐이다. 그리고 하는 일도 어른은 어른답게 아이는 아이답게 해야 되는 것이 아닐까? 아이들은 어른이 생각하는 것보다 모든 일에 늦게 반응을 하고 늦게 행동한다고 한다. 그래서 어른들이 생각하는 것하고 맞지 않은 아이들의 행동이 어른들은 마땅치 않을 것이다. 아이들은 항상 뛰어 다녀야 되고 가만히 있지를 못하는 것인지 모른다. 그런데 어른들은 아이들이 가만히 있기만을 바라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아이들의 행동 하나 하나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아이들의 행동을 어른들의 생각대로 움직여 주기만을 기대한다면 아이들은 하지 않으려고 들 것이다. 아니 아이들 스스로 생각해서 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기다려 준다면 아이들은 스스로 터득해가게 될 것이다. 그러면 칭찬으로 격려해 주면 아이들은 더 신나게 자기 자신의 일을 하게 될 것이다.

요즈음 아이들의 말을 들어보면 언어를 거칠게 사용하는 경우를 가끔 볼 수 있다. 학교에서는 곱고 바른말을 사용할 수 있도록 가르치고 지도를 하고 있다. 그러면 왜 그렇게 아이들은 거친 말을 사용하는 걸까? 아이들의 말을 들어보면 주위에서 하는 말을 금방 익혀서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텔레비전에서 드라마나 예능 프로그램에서 사용하는 말 중에서 따라서 익히고 말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자기도 모르게 나오는 거칠거나 험한 말 등은 가정이나 사회에서 어른들이 자주 사용하는 말들이다. 그래서 옛날 맹자(孟子)의 어머니가 묘지 근처로 이사(移徙)를 갔는데 그 때에 맹자(孟子) 나이 어려 보고 듣는 것이 상여(喪輿)와 곡성(哭聲)이라 늘 그 흉내만 내므로 맹자(孟子)의 어머니는 이곳이 자식 기를 곳이 못 된다 하고 곧 저자 근처로 집을 옮겼더니 역시 맹자(孟子)는 장사의 흉내를 냈다. 맹자(孟子)의 어머니는 이곳도 자식 기를 곳이 아니라 하고 다시 서당(書堂) 근처에 집을 정하니 맹자(孟子)가 늘 글 읽는 흉내를 내므로 이곳이야말로 자식 기르기에 합당하다 하고 드디어 거기에 안거(安居)했다. 고 해서 맹모지삼천지교(孟母三遷之敎)라는 말이 나왔다고 한다. 지금도 그 말이 효용이 있는 것이 아닐까 하고 조심스럽게 짚어본다. 아이들이 보고 하는 행동, 듣고 하는 말 등을 볼 때 가정과 주위 사회에서 주로 사용하는 말, 하는 일 등이 아이들이 쉽게 배우고 익혀서 습관화 되어 버리는 경우가 있는 것 같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른들은 그런데까지 조심스럽게 생각하면서 아이들을 살피고 행동이나 말에 주의를 기울이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언어와 행동도 아이들은 스스로 잘못된 것을 깨우치고 고치려면 어른들이 깨우치고 기다려주면서 어른들의 행동과 말도 고쳐 나가야 할 것이다.

꼬불꼬불 기다란 줄들이 아이들의 행동을 조금씩 변화시키듯이 아이들이 스스로 함께 협의하고 행동 할 수 있도록 어른들은 자신들의 행동에 신경을 쓰면서 아이들은 아이들이라는 어른과 다른 인격체라는 것으로 인정을 하고 기다리고 격려해 주어야 할 것이다. 그럴 때 아이들은 웃음을 찾고 행복해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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