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양군 하반기 정기인사예고, 거센 후폭풍
함양군 하반기 정기인사예고, 거센 후폭풍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6.06.28 18:58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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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철/제2사회부 부장(함양)

 
55명 승진예고…“직렬·지역 편중, 정실·보은인사” 불평·의혹 난무

함양군 하반기 정기인사에서 4급(서기관) 1명, 5급(사무관) 6명 등 모두 55명의 승진 인사예고가 이뤄진 가운데, 인사 관련 의혹과 불평 등 후폭풍이 거세다.

함양군은 지난 23일 명예퇴직 및 공로연수 등에 따른 7월 정기인사를 단행한다고 예고했다. 이번 인사는 강명구 기획감사실장(4급)과 김익수 보건소장, 강성갑 함양읍장, 노윤섭 문화시설사업소장이 명예퇴직하고 심석상 수동면장, 박영한 지곡면장, 이정오 서하면장(이상 5급) 등이 공로연수에 들어감에 따라 이뤄진 것이다.

최대 관심사인 4·5급 7자리는 행정직이 3명, 녹지·농업 등 소수직렬이 4명이다. 6급은 행정직 6명, 소수직렬이 9명, 7·8급은 행정직 16명, 소수직렬 17명이다. 전체적으로 소수직렬이 30명(55%)에 이른다.

이에 따라 청내에서 ‘이번 인사는 소수직렬 잔치’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행정직의 상대적 소외감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크다. 인사예고가 뜬 23일부터 공무원노조 게시판에는 “행정직이 이렇게 천대받을 줄 몰랐다”, “행정직 선배님들 어찌 밥그릇 다 뺏기시고 가만히 계시나요” 등 불평이 터져나왔다.

특히 이번 인사에선 앞서 명퇴한 보건소장 후속 인사에 이목이 쏠리고 있는데, 승진예정 인원에 보건직이 없어 의혹이 일고 있다. 과거 행정직이 보건소장으로 발령받아 문제가 된 적이 있기 때문이다.

군 관계자는 “보건소가 어수선한데, 행정직이 가서 잘 추스르고 난 뒤 차후 인사에서 보건직이 가면 된다. 도에 알아본 결과 6개월간은 무방하다는 답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6개월짜리 소장을 앉혔다가 다시 바꾸려는 속내에 대해 의혹이 분분하다. 일각에선 ‘반대급부를 위한 공공연한 자리 늘리기’라는 비아냥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게다가 이번 승진 내정자 중엔 과거 군수 선거운동에 개입한 혐의로 문제가 됐던 직원도 포함된 걸로 알려져, ‘선거 줄서기에 따른 정실·보은인사, 자기 사람 심기의 노골화’라는 논란이 일고 있다. 만약 그 직원이 승진 내정자에 포함된 게 사실이라면 이는 공무원의 선거 기여에 대한 공공연한 논공행상이다.

이는 공무원의 엄격한 선거 중립 의무를 무색하게 만드는 정면 도전으로 볼 수 있다. 이 같은 보은인사는 ‘단체장 선거에서 제대로 줄만 서면 출세가 보장된다’는 비뚤어진 공무원상을 부채질하는 망국적인 인사이기 때문이다. 선거 때마다 공무원들이 튼튼한 동아줄을 잡기 위한 줄서기에 몰두한다면 그 지역의 미래가 어찌 될지는 불문가지다.

정부는 이런 폐해를 막기 위해 지난 2014년 공직선거법을 개정했다. △공무원 선거중립의무 위반 시 1년 이상 10년 이하 징역 △천만원 이상 5천만원 이하의 벌금 △공소시효 선거일 후 10년으로 확대 △내부 선거범죄 고발 공무원에게 최소 1억원 이상 포상금 지급 등의 내용이다.

그럼에도 함양군은 인사와 관련된 의혹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현실이다. 이에 따라 열심히 정직하게 일하는 것보다 줄서기와 편법이 더 빠른 길이라는 그릇된 공직 분위기가 만연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실제 청내 모 공무원은 선거 브로커 역할과 비리로 한몫 챙긴다는 소문이 파다하며, 현재 급여 수준으로는 엄두도 못낼 재산 축적과 사치로 유명하다.

이에 더해 한 직원은 공무원노조 게시판에 “행정계장도 다 정해졌다니 다음 인사도 알 만하다. 이제 안의를 지나서 서하로 바람이 부네…. 함양읍은 뭐하노”라며 지역 편중 인사 문제를 지적했다. 이는 지난 지자체장 선거에서 특정 지역을 등에 업고 정략적 제휴를 해 선거 승리에 기여했다고 알려진 모 인사(人士)가, 그 지역 출신 공무원 인사(人事)에 막대한 입김을 끼치고 있다는 세간의 의혹을 대변한 것이다. 더불어 군이 이번 인사에서 함양읍장, 행정계장 등을 직위공모로 뽑는다고 예고한 것에 대한 비아냥을 겸한 발언이다.

군내 인사 청탁과 관련한 의혹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심지어 지역의 모 언론인까지 인사 청탁에 개입하고 있다는 소문이 파다한 실정이다. 단지 의혹과 설에 지나지 않기를 바라지만, ‘금권선거에 이은 본전 챙기기’는 예견된 수순이다. 이는 선거에서 함량미달의 후보를 걸러내지 못한 주민들의 원죄가 불러들이는 후환으로, 이 지역뿐 아니라 지방자치가 시작된 이래 온 나라가 겪고 있는 망국적인 병폐다.

얼마 전 경남의 한 군수가 승진 대가로 돈을 가져오는 공무원들에게 암묵적으로 정해진 금액에서 ‘0’을 하나 뗀 금액을 군 장학회에 기부하게 하고 있다는 말을 지인으로부터 들었다. 그러고는 승진 순위에서 거의 벗어남이 없이, 연공서열과 근평 등 누가 봐도 납득할 만한 기준에 입각해 승진시키기 때문에 승진 대상자를 충분히 예측할 수 있고 뒷말이 없다는 것이다. 부러웠다.

우리나라에 지방자치가 시작된 후 민선 지자체장은 인사·예산·인허가 등 막강한 권력을 갖는다. 따라서 지역의 미래와 주민의 행복이 이들의 복심에 전적으로 좌지우지되고 있다. 이들이 정권을 차지하면 선거과정에서 충성한 사람이 한 자리 차지하고, 심지어 엄정한 중립을 지켜야 할 직업공무원까지 논공행상의 대상이 된다. 소위 엽관제(獵官制)의 폐해로, 인사권자에게 잘 보여야 출세한다. 이것이 선거 때마다 고개를 드는 ‘줄서기 유혹’의 원인이다.

인사는 구성원들의 사기와 직결되고, 이는 곧 조직과 지역사회 전체의 활력과 발전의 밑거름이 된다. 그러니 투명하고 공정한 인사는 곧 ‘만사’가 되는 것이다. 인사의 요체는 신상필벌(信賞必罰)이다. 열심히 일하면 반드시 상을 주고, 죄가 있으면 반드시 벌을 줘야 모든 사람이 수긍한다. 그런 원칙이 살아있는 사회라야 모든 사람이 노력의 대가를 신뢰하고, 그래야 지역발전과 밝은 미래가 따르는 것이다.

투명하고 원칙이 지켜지는 인사로 모든 공무원이 편법에 기대지 않고 열정적으로 일하는 모습을 보길 기대하는 것, 함양에선 백년하청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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