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취소란으로 병들어 가는 관공서
주취소란으로 병들어 가는 관공서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6.07.04 19:01
  • 14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소재복/창원중부경찰서 기동순찰대 팀장 경위
 

술에 취하면 습관적으로 지구대·파출소를 찾아오는 사람들이 있다. 간혹 경찰관에게 자신이 처한 상황에 대해 억울함을 호소하고자 찾아오는 사람들도 있지만 대부분 별다른 이유 없이 주취상태로 지구대·파출소에 들어와 욕설을 하며 시비하는 경우이다. 이럴 때면 좋게 말로 타일러서 집으로 돌아갈 것을 권유하지만 이에 응하지 않고 장시간 계속해서 주정을 하여 지구대·파출소 업무에 큰 지장을 초래하고 있다. 이는 비단 지구대·파출소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전 관공서에 해당되는 일이다.


주취자의 위계 및 위력 행위가 형법상 공무집행방해죄를 구성할 만한 수준은 아니지만 술에 취한 상태로 관공서에서 몹시 거친 말과 행동으로 주정하거나 시끄럽게 하는 이러한 행위를 2013년 신설된 경범죄처벌법 제3조 제3항 조문에 따르면 '관공서에서의 주취소란' 행위로 규정하고 위반 시 6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의 형으로 처벌하고 있다. 일반적인 경범죄의 경우 ‘다액 50만원 이하의 벌금에 해당하는 죄의 현행범인은 범인의 주거가 분명하지 아니한 때에 한하여 현행범인체포를 할 수 있다’는 형사소송법 조문에 따라 주거가 분명한 때는 현행범인체포가 불가능하지만 ‘관공서 주취소란’ 행위는 벌금 상한이 60만원으로 다른 항목보다 처벌수위가 높기 때문에 주취자의 주거가 분명한 때라도 주취소란 행위가 심할 경우 상황에 따라 현장에서 현행범인으로 체포가 가능하다.

주취자를 대하는 것도 경찰 업무의 일부분이지만 업무 수행 중 주취자로부터 당하는 모욕이나 경미한 폭력 등은 경찰관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주요 요인이며 경찰관서 내에서 장시간 계속되는 주취소란 행위는 경찰력의 낭비로도 이어지게 된다. 경찰력의 낭비는 곧 치안의 공백을 의미한다. 주취자를 상대하는 만큼 해당 경찰관이 112신고를 받고 치안현장에 출동하는 횟수와 순찰횟수 등이 줄어들 수밖에 없고 경찰관들의 피로 또한 가중되어 일반 선량한 국민에 대한 치안서비스의 질이 떨어지게 된다. 경찰의 도움이 필요한 곳에 경찰력이 투입되지 못하게 되므로, ‘관공서 주취소란’ 행위로 인한 피해는 결국 선량한 국민에게 고스란히 돌아가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경찰에서는 관공서에서의 주취소란 행위를 근절하기 위해 무관용 원칙을 세우고 적극 처벌하고 있다. 경찰청에서는 2013년부터 정부에서 내건 ‘비정상화의 정상화’라는 슬로건에 맞춰 경찰 업무에 지장을 초래하는 비정상적 행위들에 대해 엄정 대처하고 있다. 하지만 주취소란 행위에 대해 처벌하는 것만이 정답은 아니다. 처벌 이전에 주취자 스스로가 주취소란 행위의 폐해를 인식하고 자제하여 성숙한 시민의식을 보여야만 ‘관공서에서의 주취소란’ 행위가 근절될 수 있을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