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우제 기청제 보다 빗물저금통
기우제 기청제 보다 빗물저금통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6.07.05 19:12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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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재주/환경부 환경교육홍보단·경남환경연구원장
 

과거에는 홍수나 가뭄을 해결할 방법이나 수리시설이 발달하지 않아 피해가 고스란히 농민들에게 돌아갔는데 그러므로 가뭄이 극심하거나 비가 너무 많이 내려 홍수가 나면 백성뿐만 아니라 왕도 함께 고민해야 할 문제였다. 또 가뭄이 극심하게 되면 일종의 제사 형식으로 비가 내리도록 빌었는데, 가뭄이 심하면 왕 또한 음식을 먹지 않고 무고한 백성들을 풀어 주기도 했다. 또한 가뭄이 극심한 것은 인간이 어쩔 수 없는 자연현상임에도 비가 내리지 않는 것을 부덕의 원인으로 생각하여 고대 부여의 경우에는 그 허물을 왕에게 돌려 왕을 바꾸거나 죽어야 한다고 생각할 정도였다.


조선 시대 때에는 그 이전보다 ‘기우제’의 형식이 다양하지는 않으나 지방에 따라 각각의 습속이 있었는데, 청주나 춘천 지방은 아들을 못 낳는 여인네들을 골라 키에 강물을 담아 여인네들에게 물을 마구잡이로 끼얹기도 하고 기우제 기간에 마을 사람들은 각자 자기 집 처마 끝에 버들가지나 솔가지를 마개로 한 물병을 거꾸로 매달아 낙수가 떨어지는 듯한 유사 주술행위를 벌이기도 했다.

이렇게 비가 오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기우제를 지냈다면 장마철 벼가 한창 익어갈 무렵 비가 그치지 않고 계속해서 내려 논밭의 곡식이 상하기 시작하면 비가 그치길 바라는 ‘기청제’를 지내기도 했는데 주로 음력 7, 8월에 제사를 지냈으며 ‘영제’라고 부르기도 한다. 기청제도 기우제와 마찬가지로 민간에서도 제를 지내기도 하였으며 고을을 다스리는 수령은 기도를 드려도 비가 멎지 않으면 스스로 피를 내는 자학기도를 드리기도 하였다고 전해진다.

천재지변은 가장 큰 재해이면서 사는 것과도 바로 연결되는 문제로서 하늘의 뜻을 읽으려는 천문과 역술의 발달도 삼국시대부터 꾸준히 이어져 백제에서는 일찍부터 발달한 천문 지식을 일본에 전파하기도 했고 신라에서는 최초의 천문 관측기관인 첨성대를 세우기도 했다.

하늘에서 별자리를 보며 날씨를 알기 위해 노력했다면 땅에서는 농사를 짓기 위한 여러 수리시설을 지었는데 삼한시대에 지어졌을 것으로 예상되는 제방으로는 김제의 벽골제, 상주의 공검지, 의성의 대제지, 제천의 의림지, 밀양의 수산지 등으로 이중 벽골제는 현대에도 전라도 김제에 제방이 남아있는데 신라 때부터 조선 태종 때까지 보수가 꾸준히 이루어졌던 시설이며 의림지 역시 가뭄을 대비해 물을 가둬놓았던 저수지로 삼국시대부터 이어져온 가장 오래된 저수지로써 현재 충청도를 이르는 다른 말인 호서(湖西)는 호수(의림지)의 서쪽이라는 뜻에서 불리는 이름이기도 하다.

우리 조상들은 뛰어난 지혜는 물을 이용한 다양한 발명품으로는 수차나 측우기, 자동물시계인 자격루, 혼천의, 앙구일부와 같이 빛나는 발명품 개발로 가뭄을 해소하고 수해를 방지할 수 있었는데 이전까지 비가 알맞은 때에 내리기를 하늘에 기원했던 것에서 벗어나서 현실적으로 비의 양을 재고 홍수를 대비할 수 있도록 했으며 수차는 가뭄 시 먼 저수지에서 쉽게 물을 끌어올 수 있도록 발명된 것이다.

‘가뭄’과 장마가 연상되는 여름이다. 한반도는 가뭄에 얼마나 시달려 왔을까. 조선과 대한제국 말 사료에 따르면 한반도는 1884년부터 1910년까지 극심한 가뭄을 겪었다고 한다. 이 기간 연평균 강수량은 878.8mm로 지난 30년간 연평균 강수량인 1384.7mm의 절반에 해당하는 수준이었다.

이처럼 우리 조상들의 지혜로 이길 수 없는 자연재해에도 포기하지 않고 끊임없는 노력과 고민으로 상황을 이겨내고자 노력했던 모습이 정말 감동적이다. 과학의 시대에 접어든 현재에도 빗물에 의해 좌우되는 가뭄과 장마의 피해는 늘어만 가고 있다. 가뭄과 장마 대비는 강우 시에 빗물을 관리하는 방법뿐이다. 일본, 독일 등 선진국은 빗물자원의 소중함을 깨닫고 에너지 자원으로 사용하기 위한 빗물저금통 사업을 대규모로 시행하고 있으며 도시 차원에서 진행되는 대규모 프로젝트로서 공공장소, 공공기관의 화장실 용수나 조경용으로 적극 활용하고 있음으로써 가뭄과 홍수를 예방하고 화재나 천재지변으로 인한 비상용 급수로 사용하고 있으며, 상수도 미보급 지역에서는 원활한 물 보급을 위해 이용하고 있다. 가정마다 작은 빗물 저금통을 만들어 가뭄 시 생활용수로 사용하는 것이 가뭄과 홍수대비의 한 방법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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