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홍의 공적서(功績書)-2
산홍의 공적서(功績書)-2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6.07.06 10:33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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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호석/진주문화원 향토사 연구실장
 

대한매일신보 1906년 11월 22일자에 의하면 의불가부(義不可夫)제목으로 다음과 같이 보도됐다.


‘내부대신 이지용씨가 진주 기생 산홍을 총애한다는 말은 각 신문에 게재되었거니와 이 내부대신이 산홍의 자색에 탐하여 작첩코자 하되 해 기생이 반대하여 말하기를 내가 듣기로 대신을 매국적이라 세인이 지목하거늘 내가 근본 천기라도 정녕 백정과 동가할지언정 무슨 사유로 대신으로는 불가동처(不可同處)라 하였다는데 의식의 자족케 함에도 퇴각함으로서 이 대신이 분개하여 난타하였다더라’

사람의 생명을 죽일 수도 있고 살릴 수도 있는 권세 앞에 당당함은 어디서 왔을까 진주 기생이기 때문에 논개정신을 계승했었다고 할 것이다.

이 같은 높은 기개와 배포. 훌륭한 배포는 ‘춘향전’의 춘향의 절개를 연상시킨다.

‘춘향이 상반에 올라가 무릎을 여미고 단정히 앉을 뿐이었다. 사또가 크게 혹하여 춘향더러 분부하되 “오늘부터 단장 정히하고 수청을 거행하라” 했으나“사또님 본부 황송하오나 일부종사 바라오니 분부 시행 못하겠소”

사또 말하기를 “한 때 사랑으로 잠깐 희롱하던 너를 네 아무리 수절한들 열녀 칭찬 누가 하랴” 또 “관장을 거역한 자는 엄형에 처하고 정배보내느니라 너가 죽는다고 서러워마라”

춘향이 계속 거절하자 “여봐라 형리를 대령하라”

사또는 어찌나 분이 났던지 벌벌 떨며 기가 막혀 하며 “여봐라 그 년에게 무슨 다짐이 필요하리 묻지도 말고 형틀에 올려 매고 골통을 부수고 물고장(죄인을 죽이고 보고하는 기록물)을 올려라”

춘향이 악을 쓰며 “소녀를 이리 말고 살지능지하여 박살하여 죽여 주면 죽은 뒤에 원조 새가 되어 초혼조(두견새)와 함께 울어 적막공산 달 밝은 밤에 도령님 잠든 후 파몽이나 하여지이다”

이 때 남녀노소 없이 눈물 흘리며 돌아설 때 사또인들 좋을 리가 있을 까? “네 이년 일 후에도 그런 거역을 할까?

반은 죽고 반은 살은 춘향이 점점 악을 쓰며 하는 말이 “여보 사또 들으시오 죽기로 결심하고 먹은 마음을 어이그리 모르시오 계집의 품은 원한은 오뉴월에 서리칩니다. 원통한 혼이 하늘로 다니다가 우리 나랏님 앉은 곳에 이 원정을 아뢰 오면 사또인들 무사하랴 덕분에 죽여 주시오”

사또가 기가 막혀 “허허 그년 말 못할 년이로고. 큰 칼 씌워 옥에 가두어라”

위 춘향전은 1994년 서울 다모아 출판사에서 동아리 문고 50번으로 발행한 춘향전 35~37면에 기록된 내용을 일부 인용했다.
남원부사의 권세가 사람을 죽일 수도 있고 살릴 수도 있다면 내부대신이야 말로 어마어미한 권세를 가진 것을 알고 있을 산홍 기생이 기생 첩 되기를 거부함은 죽기 아니면 살기로 결심한 굳은 심정이 아니면 불가능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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