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석과 세상인심
정영석과 세상인심
  • 이선효
  • 승인 2011.06.09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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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효/편집국장
정영석 전 진주시장이 대법원으로부터 유죄 확정 판결을 받던 날 정 전 시장을 잘 알 것 같은 몇몇 사람들에게 그의 근황을 물어봤다. 한결같이 “잘 모르겠다. 진주에 잘 오지 않는다더라. 와도 사람들 눈을 피해 조용히 왔다가 소리 없이 간다더라” 라는 대답이었다. 한때 진주를 호령하던 사람이 고향을 찾는 것도 사람들 눈을 피해야 하는 신세가 돼 버렸다. 사람들도 이제는 정 전 시장과 연결되는 것을 꺼린다. 정 전 시장 재직시절 호가호위하던 사람들도 대부분 그와의 관계를 부정하기에 급급하다.

필자는 정영석 전 시장 재직 시 그와 대립각을 세우면서 그를 비판하기 위해 노력했던 사람이다. 필자가 정 전 시장과 무슨 사사로운 감정이 있어서 그런 것이 아니었다. 필자는 그의 시장직 수행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보았기 때문에 그를 비판하고 견제했던 것이다. 언론의 본업이기도 하다. 그때 그 당연한 일을 한 대가로 필자는 소중한 직장을 잃었다. 그가 집요하게 필자의 사직을 경영자에게 강요했기 때문이다. 그때 필자의 사직을 말하면서 어색해 하던 당시 경영자의 모습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그런데 필자가 정 전 시장과 대립각을 세울 때 벌떼처럼 달려들어 필자를 비난하고 정 전 시장을 옹호하던 그 많은 사람들은 어디로 갔을까. 그때 필자가 근무하는 신문사의 편집국에 처들어오듯 찾아와서 항의하던 그 수많은 사람들은 어디로 갔을까. 그 당시 필자를 찾아온 사람들은 일의 전말도 생각해 보지 않고 무조건 “우리 시장님을 왜 괴롭히느냐?”고 따졌다. 지금 생각해 보면 웃기도 민망한 말들을 하고 다녔다. 물론 그중에는 시키니까 왔지만 미안하다는 말을 넌지시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필자가 이렇게 지나간 일을 시시콜콜 이야기 하는 것은 속 좁은 복수심 때문이 아니다. 이런 일들은 역사의 기록으로 남겨놓지 않으면 또다시 반복되기 때문이다. 필자는 정 전 시장을 망친 것은 그 자신이라기보다 그의 주변 사람들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때 정 전 시장을 에워싸고 정보를 차단하고 그가 듣기 좋아하는 말만 한 주변사람들이 그를 망친 것이다. 그때 완장을 차고 언론에 재갈을 물리고 반대파들에 대해 입에 담지 못할 온갖 폭언을 해 댄 사람들이 그를 망하게 한 것이다.

그때 정 전 시장이 필자의 비판을 받아들였더라면 지금 정 전 시장의 형편은 많이 달라져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정 전 시장이 언론의 비판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그 자신을 추스르고 자제하고 주변을 다스렸다면 불법으로 유죄선고를 받지도 않았을 것이다. 또 당당히 고향을 찾지도 못하는 이런 비극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진주에서 학교를 다니고 진주시정을 10년이나 담당했던 사람이 떳떳이 고향에 오지 못한다는 것은 진주시민 모두의 불행이지 어찌 그 자신만의 불행이겠는가.

그런데도 역사는 반복되는 지 필자는 최근 참으로 씁쓸한 경험을 했다. 필자와 정 전 시장이 대립각을 세우고 있던 그 당시 ‘영혼이 없는 공무원’이라는 칼럼이 필자가 재직하고 있던 신문에 게재됐었다. 그로인해 진주시내에 칼럼기고자의 사퇴를 촉구하는 온갖 현수막이 붙었고 공무원노조에서조차 사퇴 현수막을 게재했었다. 그런데 최근에 어느 자리에서 만난 공무원이 새 시장에게 줄을 서기 위해서 하는 말이 “공무원이 영혼이 있습니까?”라고 말하는 것이 아닌가. 반복되는 역사가 참으로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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