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이샤, 어이샤’ 줄 당겨 보세!/민속문화의 상징, 줄다리기의 보존과 전승(9)
‘어이샤, 어이샤’ 줄 당겨 보세!/민속문화의 상징, 줄다리기의 보존과 전승(9)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6.07.13 19:11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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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창교/진주문화원 향토사실장·문화재청 무형유산지기
 

지난 시간에 이어서 한국의 줄다리기에 대하여 알아보겠다.


한국의 줄다리기 양상은 다양하다. 중국 문헌에 기록되어 있는 대규모의 쌍줄다리기가 여전히 전승되고 있는가 하면, 동남아시아 벼농사 지역의 외줄다리기와 친연성을 보이기도 한다. 중국 줄다리기나 일본 줄다리기의 경쟁적 놀이의 성격을 갖고 있는가 하면, 동남아시아나 인도 줄다리기의 제의ㆍ주술적 성격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또한 일본 줄다리기와 여러 측면에서 유사성을 가지고 있는 것이 한국의 줄다리기이다. 이렇게 한국에는 전 세계 줄다리기의 유형과 속성 대부분이 망라되어 있다. 줄다리기 만물상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다양한 형태의 줄이 만들어지고 연행되며, 여러 특징과 속성을 가지고 있는 것이 한국의 줄다리기이다.

오랜 역사를 지닌 전통 줄다리기는 도작지역에 고루 분포, 전승되어 왔다. 그러나 집단적인 노동력이 요구되었던 농경중심 사회에서 정보화 사회로 변모해오는 동안 도시화에 따른 노동인구의 감소와 기계화로 인해 전통 줄다리기는 급감하고 있다. 한 해 농사의 풍년을 기원하며 주민들의 흥과 신명이 함께 한 종교적이면서 오락적인 민속문화 줄다리기는 겨우 무형문화재로 지정된 곳이나 남도의 몇몇 마을에서만 찾아볼 수 있기만 하다. 줄다리기를 본래 의미로 행하는 마을은 거의 없고 지자체 문화축제나 시군민의 날 행사 등에서 재현하는 정도니 안타깝기 그지없다. 전형적인 집단놀이인 줄다리기는 신체•정신•사회적 측면에서 조화를 이루는 교육적인 가치를 지니고 있어 이를 잘 보존하고 계승해야함은 마땅하다. 이러한 고유한 가치를 잘 인식하여 관련 행사에 대한 특정 기회가 있을 때마다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어야겠다.

민속줄다리기는 종교적 난장이나 농경의례와 용신 신앙 그리고 제액초복의 기능적 성격을 지니며 고유 풍속과 함께 전해 내려오고 있다. 그러나 이제 더 이상 살아있는 민속으로서 현행되지 않고 있다. 다만 일부지역에서만 문화재적 가치를 유지하고 있을 뿐이다. 자연적 전승 상태에서 이제는 전승력을 상실해버린 줄다리기를 어떻게 보존 존속시킬 것이냐 하는 것은 문화예술 정책적 측면에서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도작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는 문화유산이면서 전통적 농촌마을에서 사회적 힘을 한데 모을 수 있는 계기인 점을 고려하여 그 전승 방안이 고안되어야 할 것이다.

끝으로, 집단놀이의 가치 발현을 위해 줄다리기의 활성화 방안에 대해 논의해본다.

첫째, 민속문화 줄다리기를 건강한 축제의 정체성을 확보하기 위해 종합적으로 연구에 임해야 할 것이다. 전통사회 줄다리기와 오늘날 정보화시대의 줄다리기는 다르다. 줄다리기의 정체성을 지키면서 변화하는 요인의 창조적 처방이 필요하다. 민속문화 줄다리기에는 놀이의 기본적 요소, 겨루기의 축제적 성격, 공동체 집단의 유기성 등의 측면이 반영되어 있음을 알고 있다. 그동안 줄다리기의 지속과 변화를 보여준 변질된 측면도 있다. 문화재 가치를 원형이라는 본질을 따지면서도 창조적 요인도 중시해야 한다고 여겨진다. ‘원형이냐, 창조냐’라고 하는 이분법적인 생각이 아니라 원형 연출과 전통 창조라고 하는 상생법적인 인식 전환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원형 복원의 학술적 고증 작업을 통해 문화유산의 보편성과 특수성을 정립해야 한다. 다시금 줄다리기 가치를 재인식하여 스토리텔링 문화콘텐츠를 개발하고 기록화를 통해 문화재로서의 가치 연구에 집중하여 타 문화와의 홍보 우위성을 확보하는 데에도 적극적이어야 한다고 본다.

둘째, 민속줄다리기는 두 가지 과제를 안고 있다. 하나는 현대적 맥락에서 전승되어야 하며, 또 하나는 주민과 관광객을 모두 만족시키는 과제를 수행해야 한다. 줄다리기 문화 원형의 단순 복원에 그치지 않고 현대인들의 요구에 맞게 재창조되어야 한다. 단순한 전통 복원만이 아니라 사회구성원이나 주민들의 요구를 반영하는 과정이 포함되어야 한다. 또한 줄다리기가 작품이냐, 상품화냐 하는 문제이다. 이러한 민속문화 개발이 외지 관광객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내용인지 파악하는 것은 중요하다. 이를 소홀히 한 나머지 결국에는 줄다리기가 단지 고답적 행사에 치우치거나 상업적 상품으로 전락하게 마련이다. 특히 주민들의 소통을 위한 축제와 지역경제 발전을 위한 관광상품인지에 대해 논의할 필요가 있다. 상투적이고 표준화된 행사에 그칠 것이 아니라 다양한 의견과 아이디어를 종합하여 최선의 결과를 도출해야 할 것이다. 즉 줄다리기가 생산적인 축제인 동시에 협동 단결하는 힘을 과시하는 축제로 변모되어야 한다. 관광의 3대 요소인 볼거리, 체험거리, 살거리를 제공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다음시간에는 집단놀이의 가치 발현을 위한 줄다리기의 활성화 방안 세번째에 대해 논의해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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