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문명
쓰레기 문명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1.12.11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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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수/민들레 공동체 대표
우리가 살아가는 문명의 한 가지 분명한 특징은 그것이 ‘쓰레기 문명’이라는 것이다. 쓰레기를 양산하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는 세상, 그 쓰레기로 하늘과 땅과 바다가 뒤덮혀 가는 세상이 더욱 확대되어가는 것이다. 쓰레기 같은 음식을 먹고, 쓰레기 같은 집에 살다가 쓰레기 같은 교육을 받다가, 쓰레기 같은 삶을 살다 우리 역시도 쓰레기가 되어버리는 것은 아닌지 하는 두려움을 지울 수 없다. 우리가 먹는 대부분의 식품은 먼 나라에서 애정과 따뜻함 없이 장사 잇속으로 생산된 식품이며, 아파트 위주의 반생태적이고 반 공동체적 주거환경으로 아토피 등 많은 현대 병들이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이미 자살과 살인이 뿌리내린 우리의 교육현장은 그 어떤 말로 미화해도 용서받지 못할 반인륜적이고 반인간적인 경쟁과 죽임의 현장이 되어가고 있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폭발 사고에서도 보듯이 우리의 풍요를 위한 과학이 이제 향후 25년 동안 100만 명이 죽어나갈 수도 있는 죽음의 과학, 쓰레기 과학이 되었다. 그 어느 시대보다 오대양 육대주는 이미 처분할 쓰레기장을 찾느라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인권과 존엄성 민주적 절차가 발전되었지만 우리의 생활양식은 여전히 쓰레기 문명에서 한 발도 벗어나지 못했다.

쓰레기가 나온다는 현실이 부끄럽다 못해 고통이 될 때가 있다. ‘음식쓰레기’라는 단어는 인류가 만들어낸 가장 수치스런 단어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다. 쓰레기는 과소비의 증거이며 우리 삶이 여전히 생명보다 죽음의 흔적이 많다는 의미이며, 우리의 삶이 진정한 노동에서 멀리 떨어져있다는 증거이다. 우리의 삶에서 쓰레기가 없어질 때 마침내 우리의 삶은 자연과 부끄럽지 않는 공존의 삶, 자연과의 일치의 삶에 도달하게 된다.

자연은 결코 쓰레기를 만들지 않는다. 자연은 그 자체로 지속가능한 구조를 지니고 있다. 산이 쓰레기를 만들고 들이 쓰레기를 만들어내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 오늘날 인류의 최대 과제는 복지도 국익도 선진국 진입도 아니다. 그것은 자연과 어떻게 화해하며 조화로운 삶을 살 것인가 하는 것이다.

유기농 식품을 사먹는다고, 웰빙 용품을 집안에 채운다고 삶의 질이 높아가는 것이 아니다. 태양광 전지판을 달고 친환경소재를 이용해 집을 짓는다고 친환경적 삶이 되는 것이 아니다. 이제 우리 사회는 소비하고 내버리는 문화에서 스스로 만들며 길러내는 문화, 그래서 그 속에서 쓰레기를 최소화하는 생활양식을 배우기까지는 아직 우리가 성숙한 지구인이 되기에는 요원한 것이다.

한때 불교 정토회에서 쓰레기제로운동을 펼친다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는데, 서울 한복판에서 그것은 실제로 죽기살기의 각오가 아니면 힘든 캠페인이었을 것이다. 이제 우리는 이러한 캠페인이 아니라 도시의 규모를 줄이는 정치적 아젠다가 나와야 될 것이고, 귀농, 귀촌을 국가적으로 장려할 뿐만 아니라 재순환 가능한 에너지와 농업, 경제구조를 디자인해 낼 수 있는 정책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어떤 삶이 진정한 삶인지, 어떤 삶이 행복한 삶인지에 대한 학습이 어린아이부터 모든 국민에게 전달될 수 있는 교육이 되어야 할 때이다. 최근 서울시 인구가 몇 만 명 줄었다는 통계를 읽은 적이 있고, 귀농인구가 작년 1만 명을 넘었다는 반가운 소식도 들린다. 많이 벌어서 많이 쓰는 게 유복한 삶이 아니라 적게 벌어서 적게 쓰는 게 자연의 길임을 배워나가야 한다. 자연과 물리적 환경에 가능한 충격을 최소화하고, 언제나 손쉽게 마실 수 있는 공기와 물 그리고 안심하고 내디딜 수 있는 땅을 회복하는 것이 절실한 정치, 절실한 복지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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