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활용의 상징 뒷간ㆍ칙간ㆍ해우소
재활용의 상징 뒷간ㆍ칙간ㆍ해우소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6.07.19 18:40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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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재주/환경부 환경교육홍보단·경남환경연구원장
 

류재주/환경부 환경교육홍보단·경남환경연구원장-재활용의 상징 뒷간ㆍ칙간ㆍ해우소


내주위에서 일어나는 모든 상황을 ‘환경’이라 한다면 결국은 내 자신이 환경이 된다. 신토불이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의 근본 뜻은 자연과 우리 생명체는 둘이 아닌 하나라는 뜻일 것이다. 이를 바꾸어 말하면 어느 한쪽이 오염되고 망가지면 또 다른 한쪽이 망가질 수밖에 없다는 자연의 심오한 이치가 아니겠는가. 결국은 환경오염은 내 자신이 오염된다는 결론이다. 자연과 인간은 하나로서 우리가 환경을 지키고 보존해야 되는 근본 뜻도 여기에 있는 것이다. 자연 파괴는 곧 우리생명을 파괴하기 때문일 것이다.

옛부터 재활용의 상징이었던 변소를 두고 하는 말들 중에 요즘 가장 일반적으로 쓰여지는 말은 '화장실'이다. 그 다음으로는 변소, 그리고 뒷간과 칙간, 통시라는 말이 쓰인다. 절에서는 뒷간을 두고 '해우소(解憂所)'라 한다. 이 말은 다솔사(茶率寺)에서 산골짜기에다 멀찌감치 오두막 한 채를 지어놓고 그것을 '해우정(解憂亭)'이라 한 데서 유래한 것이다. 굳이 그 뜻을 풀어보자면 뒤를 보는 일은 곧 근심을 푸는 일이니 해우정이라고 한 것이었다. 그 후 다른 절에서도 해우소라는 말이 널리 쓰이게 되었는데 동학사 뒷간에도 해우실(解憂室)이라는 현판이 걸려 있고 '근심을 더는 방' 이라는 뜻의 이 이름은 서양의 쉬는 방(rest room)보다 훨씬 침근감이 있다.

해우소라는 말이 고상한 반면 뒷간이란 말은 사실 자연스럽고 알기 쉽고 우아한 편이기는 하지만 약간 변 냄새가 서려있는 느낌이다. 칙간은 뒷간만큼 우아한 느낌이 들지 않는 말이며 통숫간이라는 말도 토속적이기는 하지만 역시 분뇨 냄새를 풍기는 말이다. '화장실'은 여성의 화장 행위를 상징하고 다소 조작적인 느낌도 있지만 그런대로 아직 변 냄새는 그다지 스며있지 않은 무난한 명칭 중에 하나인 것 같다.
절에서는 산 속 계곡에 자리 잡은 비탈을 개간하여 만든 텃밭을 일구고 여기에 거름을 주어야 일 년 먹을 채소를 구할 수 있었다. 절간 스님들에게 해우소는 바로 이러한 농사의 풍년을 보장해주는 매우 중요한 곳이었으니, 배설을 해결하는 해우소일 뿐만 아니라 일 년 농사에 대한 걱정까지도 해소해주는 해우소였던 것이다.

옛날에는 사찰의 규모를 알려면 구시와 부도 밭, 해우소의 크기를 보면 알 수 있다고 했다. 해우소의 생태적 원리는 잿간의 원리와 비슷하다. 일반 살림집의 경우 재를 보관하는 곳에 뒷간 시설을 겸한 구조라면 절의 해우소는 거의 대부분 산비탈 위에 세우는 구조적인 특성이 있다. 비탈에 앉혀진 해우소는 당연히 전면 1층, 뒷면 2층의 누각 구조로 되는데, 해우소의 상단부는 사찰건축의 끝자락으로 연결되지만 해우소의 하단부는 사찰 영역의 아랫부분인 채마밭의 시작 부분에 자리 잡아 연결되기 때문이다. 해우소가 비탈 위에 놓임으로써 상단부에서 볼일을 보면 하단부의 인분을 꺼내는 부분은 채마밭과 바로 연결되어 거름으로 쉽게 꺼내 쓸 수 있다. 그리고 이렇게 비탈 구조로 되어야 통풍과 채광이 잘 되어 산소 공급과 보온 효과가 높아 자연발효가 잘되고, 냄새를 막아낼 수 있는 이점이 있다.

국내 최고의 해우소로 알려져 있는 선암사에서는 지금도 해우소에서 나오는 인분퇴비로 농작물을 재배하고 있는데 이러한 전통적인 방식의 뒷간 관리와 퇴비 활용이 잘 이루어지고 있다. 분뇨가 그냥 쌓이면 냄새가 나지만 통풍이 좋은 구조로 설치되어 있기 때문에 똥거름의 호기성 부숙이 잘 되어 냄새를 줄일 수 있으며, 왕겨·부엽토·톱밥·재 등 인분 위에 뿌려지는 첨가재에 의해 미생물에 의한 호기성 분해와 발효가 빨라진다. 해우소의 하단부는 경사가 완만하여 분뇨가 아래로 조금씩 흘러내리도록 되어 있다. 이 부분은 하천과 연결되어 있지 않고 채마밭이나 대나무 숲으로 이어지는데, 이렇게 부숙되면서 내려오는 분뇨는 거름역할을 하게 된다. 즉 변소는 생리를 해결하는 해우소와 인분 재활용을 위한 친환경 유기거름공장이다.

농경생활에서 인분과 축분은 땅의 지력을 높여주는 가장 중요한 비료로써, 측간은 이를 위한 공간이기도 했다. 해우소 속에 담긴 생태적 원리를 보면 자연의 원리를 이용하고 그 한계를 극복하는 선인들의 지혜에 새삼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산 속 비탈에 자리 잡은 사찰 변소의 창조적 활용과 지정학적 조건에 맞춰 재·부엽토·나뭇잎 등 인분퇴비화에 필요한 첨가 재료를 사용하여 재활용을 통한 인간과 자연의 만남이 어떠해야 하는가를 시사하는 점이 무척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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