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미혼모 보호시설 만이라도 늘려야
사설-미혼모 보호시설 만이라도 늘려야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6.07.21 18:55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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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의 한 모텔 화장실 천장에서 신생아가 숨진 채로 발견됐다. 이상한 냄새가 난다는 투숙객의 말에 모텔주인이 방을 살펴보다가 발견했다. 경찰이 나서고 곧바로 신생아를 유기한 사람의 신병이 확보됐다. 그저께의 일이다. 신생아를 유기한 사람은 20대 중반의 여성이다. 이 여성은 흔히 얘기하는 미혼모다. 미혼모가 애기를 유기한 것도 충격적인데, 드러난 사정은 더 충격적이다.


이 여성은 남자친구의 아이를 가졌지만 이미 헤어진 상태였고, 4개월 전 집에서도 나왔다. 이 후 모텔을 잡아 투숙하며 통역 프리랜서 일을 하며 생활비를 충당했다. 외톨이 미혼모 생활을 오롯이 혼자서 버텨낸 것이다. 그러다 지난 16일 이른 아침 모텔 화장실에서 혼자서 출산을 한 것이 비극이 됐다. 아이가 울지 않고 숨도 쉬지 않는 것으로 보이자 죽은 것으로 판단하고 유기했다.

미혼모라는 수치심에 병원도 갈 엄두도 내지 못했다는 이 여성의 말이 우리사회 미혼모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증언하고 있다. 우리사회가 의식적인 면에서 많이 성숙했다고 하지만 미혼모에 대한 인식은 여전히 후진적임을 증거하는 또하나의 사례라 할 것이다. 미혼모를 일탈된 성 문제로 간주하는 시각은 줄어들고 있다 할 수 있지만 배타적 시선에 이은 사회적 배제와 차별은 여전하다.

미혼모들에겐 무엇보다도 안심하고 도움을 구할 수 있는 곳이 절실하다. 임신과 출산의 경험이 없는 상태에서 이번의 경우처럼 남자친구나 가족으로 외면받을 경우 그 불안과 공포는 짐작조차 어렵다. 하지만 미혼모 보호시설은 턱없이 부족하다. 우리 경남의 경우 창원 두 곳과 통영 한 곳 뿐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일이 일단 미혼모 보호시설부터 확충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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