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열며-민중은 왕이다
아침을열며-민중은 왕이다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6.07.26 18:21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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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영/소설가
 

강영/소설가-민중은 왕이다


“신분제를 공고화시켜야 된다. 민중은 개·돼지다, 이런 멘트가 나온 영화가 있었는데...아, 그래 <내부자들> ...민중은 개·돼지로 취급하면 된다. 개·돼지로 보고 먹고살게만 해주면 된다고"

애믄 개와 돼지가 아주 더러운 입에서 고생이다. 저런 더러운 입으로 귀한 개와 돼지를 입에 올리는 것 자체가 우리 민중으로서는 모욕이다. 글을 쓰기 전에 이렇게 화가 치솟는 건 박근혜 정부가 세월호 참사 중에 한 사람도 구조하지 못한 이후 처음이다. 어떻게 개·돼지만도 못한 인간이 교육정책을 총괄할 수가 있는지, 경악할 따름이다. 저 따위 말을 한 저런 사람이 교육을 말하고 게다가 역사교과서 국정화와 누리과정, 대학구조개혁 같은 중요한 정책들을 기획했다니. 저 무심한 하늘을 쳐다보며 통곡을 하고 싶다. 정말 왜들 이럴까? 왜 우리를 이렇게 슬프게 할까?

저런 본데없고 철딱서니 없는 말을 한 사람이 며칠 전만 해도 우리나라 교육부를 주물딱거리는 교육부 정책기획관이다. 행정고시를 합격한 2~3급 공무원이다. 우리 민중으로서는 꿈도 못 꾸는 고위간부 공무원인 것이다. 이명박 정권 때부터 교육부 장관 비서관, 청와대 행정관, 교육부 대학지원 과장, 지방교육자치과장을 두루 거친 아주 똑똑한? 사람이었다. 이름은 여기에 쓰기도 싫다. 그런데 올해 3월에 정책기획관으로 승진하면서 뭔가 잘못된 것일까지?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는데 저 사람은 아마 벼로 된 쌀로 밥을 해먹지 않고 똥으로 밥을 지어 먹은 게 분명하다. 행정고시 합격하고 교육정책을 행정하는 요직을 두루 거쳤다는 사람이라고 믿을 수가 없다. 저런 마음으로 요직을 두루 거칠 수 있었다는 건 진정한 교육에 대해선 무지하고 오직 사리사욕에 사로잡힌 사악하고 멍청한 권력해바라기들인 윗선의 비위만 맞췄다는 반증이다.

전 교육부 정책기획관이라는 사람은 또 말했다. “신분이 정해져 있으면 좋겠다는 거다. 미국을 보면 흑인이나 히스패닉, 이런 애들은 정치니 뭐니 이런 높은 데 올라가려고 하지도 않는다. 대신 상·하원...위에 있는 사람들이 걔들까지 먹고살 수 있게 해주면 되는 거다” 이게 말인가 소인가? 멍청이 같으니라고. 개·돼지만도 못한 머리에서 나온 소리라고밖에 들리지 않는다. 우리나라 교육정책이 저런 인간 따위에서 기획되었다는 사실을 알고 나니 소름이 돋는다. 교육의 ‘교’ 자도 모르는 사람이 교육정책을 맡았으니. 그 자리에서 몇 달만에 내려왔기에 다행이다.

교육이란 무엇인가. 그 중에서도 사람을 교육한다는 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바로 사람이 사람답게 살고 더욱 행복해지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개나 돼지처럼 살지말고 사람답게 말이다. 이 ‘사람답게’ 라는 말에는 이루 헤아릴 수 없는 많은 뜻이 있다. 그 중에서 ‘남도 나처럼 생각하는 배려심’을 일깨우고 가르치는 것도 포함된다. 남을 나처럼 생각하기, 참으로 많은 사람들이 말하니만큼 잘 안 되는 일이다. 이기성은 인간의 속성이기 때문에 매순간 독사대가리처럼 고개를 치켜든다. 자기가 더 잘났다고 구분하고 더 많이 가지려고 애쓰고. 그래서 교육이 필요하다.

그런 중요하고 위대한 교육의 정책을 기획하는 사람이라면 그 교육대상인 민중을 개. 돼지로 볼 게 아니라 왕으로 생각해야 옳았다. 최소한 자기 자식쯤으로 생각해야 마땅했다. 한 나라의 교육정책을 기획하는 사람의 마인더가 그쯤은 돼야 지극히 정상이고 마땅하다. 그렇다면 지극히 정상적이고 마땅한 교육정책 기획자로서의 마음을 가지고 위의 말을 고쳐보면 “차별금지법을 공고화시켜야 된다. 민중은 내 자식이나 마찬가지다. 이런 멘트를 한 유명한 평화상 수상자가 있는데...아, <테레사 수녀>...민중은 한 사람 한 사람 모두 왕으로 보면 된다. 나 같은 심부름꾼이 민중을 왕으로 모시면 민중은 자연 행복하게 살게 될 거니까 그렇게만 해주면 된다고” 이 얼마나 사람다운 말인가. 그가 이렇게 하는 말을 우리가 들었더라면 피곤함도 잊고 힘이 마구 솟아날 것이다. 그렇게 말한 기획관은 민중으로부터 어떤 대접을 받을까. 저런 마음으로 교육정책을 세우는 사람이 바로 대통령이 되어야만 해, 암 그렇고 말고!! 우리모두 행복한 길은 그리 멀리 있지도 않고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다. 최소한 개·돼지로 보지만 않고 사람으로만 봐도 올바른 정책이 나온다. 안타깝다, 대통령도 될 수 있었는데.

미국을 알은 척 한 말도 제대로 된 마음을 가진 교육정책 기획관이 할 말로 바꾸어 보면 “신분이 평등해져 있으면 좋겠다는 거다. 미국을 보면 흑인이나 히스패닉, 이런 왕들이 정치니 뭐니 이런 골치아픈 데 오려고도 하지 않는다. 대신 상·하원...귀찮은 일을 하는 사람들이 그 왕들을 먹고사는 걱정없이 자기네들 꼴리는 대로 살게 해주고 있다” 이 얼마나 듣기에도 좋은가. 미국을 배우려면 제대로 배우든지. 거긴 흑인이 대통령인 나라다. 배울 건 못 배우고 안 배워도 되는 건 열심히 배워서 저렇게 망신을 당하는지 모를 일이다.

정치하는 모든 사람들은 명심해야 한다. 민중이 왕이다. 국민이 왕이다. 이 엄연한 사실을 명심하는 정치가라야 오래 간다.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고 헌법에 나와있지 않은가? 정치가 무엇인가. 사람을 행복하게 해주는 것 아닌가! 이 간단한 이치가 왜 이렇게 배배 꼬여서는 이 난리를 피우는 건지. 현 정권은 더더욱 명심해야 한다. 저런 막되먹은 인사가 여권에서 나오고 있다. 국민은 절대로 개·돼지가 아니다. 국민은 이미 국민을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바로 개·돼지 같은 인간이라는 걸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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