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 칼럼-무더위와 어르신 건강
한의학 칼럼-무더위와 어르신 건강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6.07.27 19:04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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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권/산청 동의본가 한의원 원장
 

김종권/산청 동의본가 한의원 원장-무더위와 어르신 건강


지리산 중턱에서 계곡물과 산바람의 여유를 즐기며 에어컨 없이 진료를 보다가 며칠 전 서울에 볼 일이 있어 다녀왔는데 깜짝 놀랄 일이 두 가지 있었다. 첫 번째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는 점인데 작년까지만 해도 나도 서울특별시민이었지만 이제 지리산 자락의 경남도민이 되다보니 여기서 하루 종일 볼까 말까한 머릿수를 지하철 한 칸에서 너끈히 넘기게 되었다. 두 번째는 찌는 듯한 무더위, 말 그대로 폭염에 놀랐다. 뉴스에서 보는 폭염주의보는 딴 세상 소리인줄 알고 살았는데 그 찜통 한가운데에 들어갔다 나오니 이 더위로부터 우리 도민분들 그 중에서도 어르신들의 건강을 지킬 글부터 써야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보건복지부는 폭염으로 인한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폭염대응 행동요령’을 발표하기도 했는데 다시 한 번 익혀두는 것도 유익할 것이다.

노화가 진행되면 전신적으로 기능이 떨어지기 때문에 소량의 수분부족으로도 신장의 기능이 저하되어 심각하게는 급성신부전이 발생될 수도 있다. 그리고 폭염에는 당뇨, 고혈압, 심장병 등 순환기 계통의 지병이나 파킨슨병과 같은 신경계통의 만성 질환이 악화되는 경우가 많고, 특히 더워지면 평소 잘 듣던 고혈압약도 듣지 않아서 혈압이 유지가 안 될 수 있으니 혈압약을 일시적으로나마 새로 조정을 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더워지면 땀이 심하게 나고 호흡이 가빠져 수분이 많이 증발되어 몸이 건조해지고 열이 오르는데 이는 호흡기에 좋지 않은 영향을 주어 기관지질환이나 천식이 있는 경우 증상이 나빠질 수 있으니 유의해야한다. 이렇게 다양하게 신체 질환이 악화되면 몸도 힘들지만 감정과 마음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우울증이 있는 경우 악화되는 경우가 많고 열대야 등으로 수면 환경이 나빠져 잠을 잘 이루지 못하고 숙면을 취하지 못해 다른 증상들이 심해지는 악순환을 이룰 수 있으니 각별한 건강관리가 필요하다.

이런 힘든 상황에서 특히 어르신들은 어떻게 해야 무사 무탈하게 여름을 보내실 수 있을까? 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정오부터 오후 5시까지는 장시간 야외활동이나 밭일 등 작업을 피하시는 것이 좋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수분 보충에 신경을 써야하는데 더울 때는 꼭 목이 마르지 않지만 예방 차원에서라도 수시로 물을 마셔주어야 한다. 몸에 수분이 부족해지면 쉽게 피곤해지고 무기력해지기 때문인데, 몸에서 수분이 부족한 것을 알려주는 지표가 바로 소변이다. 소변을 볼 때 소변의 색을 봐서 색이 짙어지면 수분이 부족한 상태이니 더욱 수분의 보충에 신경을 써야 한다. 그리고 가볍고 통풍이 잘 되는 옷을 입고 빛을 반사하는 밝은 색의 옷을 입는 것이 좋으며 너무 꽉 죄는 옷은 혈압을 올리거나 순환을 저해할 수 있으니 품이 넓은 느슨한 옷을 입으시는 것이 좋다. 어르신들이 가장 많이 앓는 질환 중 하나가 백내장인데, 이에 지나친 직사광선은 좋지 않다. 그래서 멋도 내고 눈도 보호하실 겸해서 선글라스나 챙이 넓은 모자를 쓰는 것도 필요하다.

예로부터 한의학에서는 여름철을 이기는 원칙으로 기운을 보(補)하고 진액(津液)을 보존하는 것을 큰 틀로 제시했다. 여기에 여름철에는 몸 밖은 덥지만 속이 쉽게 차가와지고 음식이 쉽게 상하거나 찬 음식이 많아 배탈이 잘 나므로 속을 따뜻하게 해주고 잘 진정시키는 처방으로 슬기롭게 대처했는데, 이는 위에서 말한 현대적인 폭염 대응과 일치하고 있다.

기운의 소모가 심해지는 것과 땀을 많이 흘리게 되는 것은 모두 우리 몸의 기운이 빠지는 기허증(氣虛證)을 유발하게 된다. 또 더운 날씨는 우리 몸의 체표의 주리(腠理 : 피부와 살을 뜻하는 한의학 용어)를 성글어지게 만들고 주리가 성글어지면 땀이 더욱 많이 나게 된다. 더운 날씨에 체온을 조절하기 위해 우리 몸이 자발적으로 땀을 흘리기도 하지만 더위로 주리가 성글어지면 땀의 조절기능을 잃어 땀이 저절로 새어버리는 경우가 생긴다.

그래서 여름철 보양식에는 인삼이나 황기, 닭이나 개 등을 써서 부족해진 기를 보해주는 방법을 쓰고 더 나아가 맥문동, 천문동과 같은 약재로 부족해진 진액을 직접 보충해주는 방법을 겸해서 사용하며 향유, 백편두, 육계와 같이 속을 편히 하고 데워주는 약재들로 한약을 지어 장복하든지 여러 음식과 배합하여 삼계탕과 같은 대표적인 여름 보양 음식으로 여름을 즐기면서 보냈던 것이다.

여름철에 건강이 이미 안 좋아진 경우는 단순한 보양이 아닌, 위로 치우친 열을 내려주거나 살을 빼주거나 맺힌 기운을 풀어주어 잘 돌게 하는 것이 그 사람의 몸을 더욱 이롭게 하는 진정한 보약이 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므로 하나의 음식이나 약재가 좋다는 말을 너무 맹신하지는 말고 전문가와 상담하여 자신에게 맞는 방법을 찾는 것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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