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기분 좋은 월요일
기고-기분 좋은 월요일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6.08.07 18:34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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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순/경남서부보훈지청 보훈섬김이
 

김경순/경남서부보훈지청 보훈섬김이-기분 좋은 월요일


월요일 아침 괜히 기분이 좋아져 콧노래를 부르며 시작을 합니다.

“어르신 저 왔습니다”

“아이고 어서 오세요, 어서 오세요!”하며 반갑게 맞아 주십니다.

자리가 차가울까봐 이불, 방석 겹겹이 깔아 놓고 저를 기다리고 계시는 어르신!

“오늘은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여쭈어 보면 “다 해놓았다, 할 것 없다” 하시면서 일주일동안 있었던 일들을 풀어놓으십니다. 사람이 오면 반가워서 좀 더 이야기 나누고 싶은 어르신의 마음을 알기에 마음이 찡해지면서 어르신의 이야기에 빠져들지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보훈단체 지회장으로 역임하셨을 정도로 건강하셨지만 지금은 허리가 안 좋아 50미터를 걷는 것조차 힘이 들어서 거의 외출을 못하시고 집안에만 계시다보니 외로움에 사람이 찾아오는 것을 무척 좋아하십니다.

지난 어버이날에 “어제 자녀분들 다녀가셨어요?” 여쭤보니 “아니요, 내가 오지 말라고 했어요” 하시기에 모시고 식사하러 나갔습니다. 약주도 한잔 하시고 기분 좋은 어르신 차마 맨 정신에 꺼내지 못한 속마음을 말씀하시는 겁니다.

“사실 내가 오지 말라고 한 것이 아니에요. 나는 자녀4명을 대학공부를 시켰는데 아무도 찾아오는 자식들이 없어요. 내가 이렇게 사는 것이 너무 허무해요” 하시면서 자식들도 챙겨주지 않는 것을 이렇게 함께 밥을 먹자고 해주니 너무 고맙다고 하시는데 가슴이 찡해집니다.

식당에서 2시간가량 앉아 있다가 모셔드리는 길에 “자주 나옵시다. 다음에는 내가 밥 살께요”라고 말씀하시는 어르신.

말 할 사람이 없어 일주일에 한번 오는 저를 얼마나 기다렸을까 싶어 마음이 찡하면서 모시고 나오길 참 잘했다는 생각에 돌아가는 발걸음이 가볍습니다.

두 번째 방문하는 어르신은 얼마 전에 배우자께서 돌아가신 충격에 한동안 방에 누워만 계셨습니다.

처음 저를 만난 날 인사를 드리니, “네가 와서 뭘 해주끼고” 하시면서 좀처럼 마음을 열지 않으시던 어르신께서 지금은 청소가 끝나면 커피 한잔 하자고 하시며 “김 선생이 오는 날이 많이 기다려진다” 라고 말씀하실 때는 마음을 많이 열고 밝아진 모습에 제 기분이 더 좋아집니다.

얼마 전 보훈지청에서 후원해주는 한약을 드시고 밤에 주무시다 식은땀이 나는 증상이 다 나았다고 정말 감사하다고 하십니다.

“우리 다음 주에는 물국수 해먹자”라고 편하게 말씀하시니 돌아가는 길에 벌써 다음 주가 기다려집니다.
마지막으로 방문하는 어르신은 한 달 전에 배우자께서 자녀들이 있는 광주 요양원으로 가셨습니다.

어르신 혼자 남은 불안한 마음 때문에 앉았다 섰다를 반복하는 증상이 있었는데 아들이 집을 팔았다는 소식을 듣고는 더 우울해하셨습니다.

귀가 잘 안 들려 문을 열어주지 않아서 황당했던 날도 있었지만 일주일에 3번 어르신을 만나고 저녁식사를 챙겨드리면서 친해지다 보니 지금은 이야기도 잘하시고 앉았다 섰다 반복하는 증상도 사라졌고 바나나, 토마토 등을 사다놓고 저를 기다리고 계세요. 점점 밝아지는 어르신의 얼굴에 저도 안심이 되고 기쁩니다.

이렇게 저의 소중한 월요일이 지나갑니다.

제가 맡은 여러 어르신들을 보면 그 분들이 가장 원하고 필요한 것은 기본적이고 쉬운 것이라는 것을 이제는 알게 되었습니다.

혼자 계시는 외롭고 고독한 마음 때문에 매주 방문해주는 것을 기다리시며 위로를 받는 어르신.. 일로써 맺어진 인연이지만 일주일에 한번 만나는 제가 어르신께 때로는 딸이, 때로는 며느리가, 때로는 말벗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참 보람찬 일을 하고 있다는 생각에 가슴이 뿌듯합니다.

젊은 시절 나라를 위해 몸과 마음을 바쳐 고생하신 많은 어르신들 덕분에 저와 제 자식들 세대에 이렇게 살기 좋은 나라를 만들어주셔서 감사하고 존경합니다.

언제나 저를 기다려 주시는 어르신들이 계셔서 저의 하루는 힘들지만 기분 좋은 날입니다. 함께 하는 동안 하루하루 더 좋아지고 더 웃을 수 있는 날이 되기를 간절히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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