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성-역사의 현장에서
진주성-역사의 현장에서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6.08.11 19:26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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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위식/수필가ㆍ한국문인협회 수필분과 회원
 

윤위식/수필가ㆍ한국문인협회 수필분과 회원-역사의 현장에서



“ 말 좀 잘 들어라!”

진주성 공원 충무공 김시민장군 동상 앞에서 “채연아! 김시민 장군께서 뭐라고 하시니?”하고 묻자 묻는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네 살짜리 외손녀가 한 대답이다. 손을 길게 뻗어 앞을 가리키며 호령하는 모습을 그대로 흉내 내며 큰소리로 대답하는 바람에 예기치 못한 대답을 듣고 깜짝 놀랐다. 말을 안 듣기가 시작되는 네 살배기가 생활한 그대로를 장군의 몸짓에서 느낀 대로 받아드린 때 묻지 않은 대답이다. 정말로 보여야 할 것과 보이지 말아야 할 것이 무엇인가를 느끼게 한 중대한 사건이었다. 외손녀가 가끔 외가에 오면 언제나처럼 저녁식사 후엔 산책길로 데리고 나선다. 집 앞의 중학교 운동장이 걷기에 좋고 등지고 있는 산이 수목이 울창하여 공기 또한 신선해서 좋다. 외손녀는 화단에 우뚝 선 이충무공 동상 앞에 닿으면 서슴없이 고개를 깊숙이 인다.

처음에 왔을 때에 “ 채연아! 인사를 드려야지” 했더니 “이순신 장군이잖아…”하고 머뭇거리기에 “왜군이 쳐들어 왔을 때 우리나라를 지켜낸 장군이시잖니” 하고 설명을 했지만 이해가 될 나이가 아니라서 인터넷으로 두 분 충무공에 관한 동영상을 보였더니 몇 차례를 거듭 보더니만 2년 후인 2011년 쓰나미가 일본을 덮치는 뉴스를 아침밥상머리에서 보면서 “저기가 어디야?” 하고 묻기에 “ 일본이란다” 라고 했더니 대답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일본이면 괜찮고” 하는 충격적인 대답을 들었다.

두 사건이 어린아이가 눈으로 보고 느낀 감정을 그대로 표현한 것이지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독도나 위안부 문제를 두고 일본의 후세교육이 가증스럽기도 하지만 역사의 왜곡이 미칠 후일이 더 걱정스러워진다. 역사의 왜곡은 조상을 욕되게 하고 후세를 어리석게 만든다는 것을 모르기야 하겠냐만 현실을 본 사실이 훗날의 역사로 기억된다는 것을 아이한테서 또 한 번 느끼면서 역사의 현장을 눈으로 보는 것이 얼마만큼 중요한가를 느끼게 한다.

“발길 닿는 대로”라는 제하의 기행수필의 연재로 수시로 탐방길에 나서는데 이 달에는 산청의 왕산자락을 찾았다. 가락국 마지막 왕인 구형왕릉 아래에 ‘신라태대각간순충장렬흥무왕김유신사대비’ 라는 석비 앞에 섰다. 가락국 구형왕의 증손자로서 왕릉 옆에서 7년간의 시릉을 하면서 삼국통일을 꿈꾸며 시위를 당겼을 김유신 장군의 역사의 흔적 앞에 섰을 때에 생각지도 않았는데 올림픽에 출전한 우리 궁사들이 떠올라서 백발백중 하길 정성껏 빌었다.

역사의 현장은 미래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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