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성-우리를 짜증나게 하는 것들
진주성-우리를 짜증나게 하는 것들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6.08.18 19:18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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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위식/수필가ㆍ한국문인협회 수필분과 회원
 

윤위식/수필가ㆍ한국문인협회 수필분과 회원-우리를 짜증나게 하는 것들


그저께가 칠월백중이고 앞날이 말복이다. 칠월염천에 무쇠 솥이 녹는다고 했다. 백의종군 길에 삼가현을 지나면서 기양루에서 잠시 더위를 식히시던 이 충무공은 난중일기의 중복 날에 ‘무쇠 솥을 녹이는 더위’라고 했다. 요즘의 기온이 그렇다. 말 그대로 삼복더위라지만 얼마 전 영천의 한낮기온이 39.5도를 기록하는 하는가하면 전국 방방곡곡이 체온을 상위하는 기온이 예사롭게 계속된다. 전국을 펄펄 끓이는 살인적이 폭염이다. 피서라도 떠난 사람들이나 에어컨 밑에서 업무를 보는 사람들이야 어쨌거나 즐거운 비명이고 신선놀음이다. 기상청에서는 연일 폭염경보가 발령되고 국민안전처에서는 야외활동을 자제하고 충분한 수분섭취를 하라며 물놀이에서는 안전 등에 유의하라고까지 덧붙여서 안전문자가 날마다 날아온다. 온열환자가 늘어나고 사망자도 16명으로 늘었다. 119구급차량은 농어촌을 돌면서 논밭에서 일하는 노인들을 농사일을 자제시키고 차에 태워서 더위쉼터인 경로당이나 마을회관으로 실어 나른다. 생수 한 병이라도 건네주고 싶은 전에 없던 광경이다.

내일 모레면 더위를 가시는 처서이다. 여느 해의 지금쯤이면 산모롱이를 돌 때마다 예초기 소리가 요란 할 때이다. 이른 아침부터 조상들의 분묘에 풀을 베는 기계소리가 산기슭 곳곳에서 굉음을 냈었는데 올 해는 전혀 들리지를 않는다. 폭염의 기세가 해도 해도 너무 한다. 현장의 근로자들을 어쩌자는 건가. 소나기라도 한 줄기씩 퍼부어 준다면 후텁지근한 숨 막힘이라도 좀은 덜 하련만 소나기는 연일 예보로만 온다하지 제대로 된 빗줄기는 구경도 못하니 우리를 짜증나게 한다. 가로수에 숨어 우는 매미소리도 정원수에 달라붙은 쓰르라미소리도 한낮의 고요는커녕 짜증나게 하기는 매 한가지다.

게다가 전기세의 누진율이 우리를 짜증나게 한다. 누진 폭 6단계의 50kw단위를 100kw 단위로 늘여서 3단계로 줄였다며 폭탄세례를 없앴단다. 고릴라는 바윗돌에도 끄떡없지만 개구리는 자갈돌에도 맞아 죽는다. 그게 폭탄이다. 북한을 옥죄던 중국이 느슨해지면서 우리를 짜증나게 하고 러시아까지 목줄을 늦추며 우리를 짜증나게 한다. 사드 배치가 우리를 짜증나게 하는 것이 아니고 북핵문제가 우리를 짜증나게 하는데 우리정부의 안일한 태도도 우리를 짜증나게 한다. 성주주민들을 달랜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납득하고 이해 할 수 있는 과학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실제상황의 확인이 필요하지 인식전환을 강요하고 의식변화를 들먹일 일이 아니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이 넘보고 있는 판국에 안보의 중요성이야 누가 모르나. 정답은 숨기고 강요를 하는 것인지 오답을 놓고 논쟁을 하는 것인지 정부의 태도가 우리를 짜증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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