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유인자 의재고위(惟仁者 宜在高位)
기고-유인자 의재고위(惟仁者 宜在高位)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6.08.18 19:18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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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민/진주향교 사무국장

 
정기민/진주향교 사무국장- 유인자 의재고위(惟仁者 宜在高位)


지난 8월 10일자 경남도민신문에 게재된 ‘진주성 임진대첩 계사순의 위령제를 마치고’라는 제하의 기고문이 1천 여명에 달하는 진주 유림(儒林) 전체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한 후안무치(厚顔無恥)한 일임에 분노를 금할 길이 없다.

기고문에 드러난 식견(識見)의 무지(無知)함은 무릇 그의 근본(根本)에서 비롯됨이니, 구태여 탓할 가치(價値)조차 느끼지 못한다. 다만, 그의 기고문이 자신의 논리에 갇혀 혹세무민(惑世誣民)하는 천박한 인식수준에 다름 아니며, 한 개인의 천근(淺近)한 소견에 불과한 기고문으로 인해, 오래된 역사를 갖고 있는 위령제의 의미가 오히려 퇴색될까 염려되는 마음이 적지 않다. 소인배의 말로 치부해 버리면 그만인 일임에도 불구하고, 굳이 이 글을 적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진주성 임진대첩 계사순의 위령제는 그 오랜 역사가 말해주듯이, 그 자체로 충분한 가치와 존재 의의를 지니고 있다. 임진년과 계사년에 순국한 호국영령의 넋을 위로하는 의미있는 일이기에, 그동안 지역사회의 언론은 물론, 민관군 구별없이 특별한 관심과 지지를 보냈다. 진주향교 집행부 역시 지난 2015년까지 위령제에 향교 임원들이 여러 차례 축관(祝官)으로 직접 참석해 끝까지 자리를 지켰다. 위령제의 근본 취지에 공감했기에 당연한 일이었다.

더구나 진주향교는 그동안 창렬사 제향에 제관으로 지속적으로 참여한 것은 물론, 진주논개제 제전위원장을 맡아 진주를 빛낸 순국선열의 넋을 기리는 일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올해 진주성 임진대첩 계사순의 위령제가 끝난 뒤, 초헌관을 맡은 이 돈씨가 언론사에 보낸 기고문을 보면 특정 칼럼을 인용, 조선시대 사관(史官)의 시각으로 봤을 때 올해 위령제에 참석하지 않은 진주지역의 관련 단체장과 진주향교 임원을 ‘사람 짐승’ ‘개 돼지 보다 못한 사람’으로 평가했을 것이라고 단정하는 글을 게재했다.

단지 위령제에 참석하지 않았다고 해서 지역의 단체장과 진주향교를 한꺼번에 싸잡아 ‘개, 돼지’로 몰아가는 천박하기 이를데 없는 비유(比喩)는 소신과 철학을 가지고 지역사회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단체장과 진주향교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일임을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이다.

더불어 위령제를 주최하고 있는 사단법인 진주성 임진대첩 계사순의 제전위원회 역시 위령제의 초헌관을 지낸 이돈씨와 같은 견해를 갖고 있는지 공개적인 답변을 해주길 바란다.

위령제 초헌관 명의로 기고한 글인 만큼 제전위원회 역시 이에 대한 입장표명이 있어야 할 것이다. 만약 공식적인 답변이 없다면 기고문에서 밝힌 지역의 불특정 다수의 관련 단체장들과 더불어 명예훼손에 대한 법적 책임을 물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성인의 말씀을 인용해서 제전위원회 관계자에게 고언을 하고자 한다.

맹자(孟子)는 ‘오직 어진(仁) 자가 마땅이 높은 지위에 있어야 한다. 어질지 못하면서 높은 지위에 있게 되면, 이것은 악의 씨를 백성들에게 퍼트리는 일이 된다.’고 했다. 새겨들을 말임에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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