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산업계의 부패
핵산업계의 부패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1.12.14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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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희/에너지정의행동 활동가
며칠전 고리핵발전소에서 중고부품을 새것으로 조작하여 납품한 비리가 적발되었습니다. 이 사건은 발전소 직원과 납품업체가 짜고 1발전소의 중고 부품을 마치 새것인 양 다시 2발전소로 납품하던 관행이 적발된 것이라고 합니다. 놀라운 사실은 이 사건이 납품 입찰에서 떨어진 업체가 검찰에 진정을 넣으면서 발각이 되었다는 것이고, 이 같은 일이 이 업계의 관행이었다는 점입니다.

핵발전소는 어떠한 시설입니까. 수백만 시민의 안전과 생명이 담보된 시설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민들은 자신의 안전과 생명을 이들 발전소 운영자들의 말에만 의존해야 합니다.

우리는 핵발전소의 안전을 직접 가서 눈으로 보고 귀로 들어서 판단할 수 없습니다. 시설의 특성상 일반인이 접근을 하면 오염을 당할 수 있고, 위험 정도를 판독하기가 어렵고, 시설의 내부가 외부로 노출 될 경우 그 만큼 테러 등의 위험이 커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핵발전소의 운영과 안전은 전적으로 그들 사업자가 공개한 정보에만 의존하게 됩니다.

사실 핵발전소의 정보공개도 처음부터 정부와 한수원(한국수력원자력)의 자발적 의지로 시행 된 것은 아닙니다. 1980년대 말 핵산업에 저항한 반핵운동이 전국적으로 발생하자 이에 대한 조치가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당시 정부는 국민들이 핵산업에 반대 하고 저항하는 이유가 핵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발전소 운영에 대한 정보들을 공개하고, 사고 내용을 공개 한 것도 국민의 ‘무지’를 일깨워주는 차원에서 시행된 것입니다.

그러다 보니 정부와 한수원이 제공하는 정보의 내용은 극히 제한되어 있습니다. 우선 공개하는 정보의 항목이 제안되어 있고, 그 수준 역시 매우 제한돼 있습니다. 그러기에 우리는 핵발전소로부터의 안전이 그들의 말에만 달려 있다고 하는 것입니다. 그러면 우리에게 분명한 문제가 남습니다. 정부와 핵산업계는 믿을 만한가.

사실 환경운동과 발전소 주변 지역사회에는 정부와 한수원에 대한 강한 불신이 형성되어 있습니다. 이들은 언제나 ‘안전하다’는 말과 ‘절대’라는 말만 되풀이하며 환경단체나 지역주민들이 제기한 문제들을 묵인해 왔습니다. 발전소에서 발생한 사고들이 지역 주민들에 의해 알려진 큰 사건들만 해도 벌써 몇 건이나 됩니다. 온배수로 인해 미역 양식에 피해가 간 것도, 무단으로 매립된 핵폐기물이 발각이 된 것도, 발전소 내 핵폐기물 운반 차량이 넘어져 오염이 일어난 것도, 설계 도면이 잘 못 되어 작업 인부가 작업도중 부상을 당한 것도, 고리의 지역 주민들이 발전소 직원들을 캐물어 알아낸 사실들입니다. 그리고 이번에는 입찰에서 탈락한 업체가 이 업계의 관행을 폭로하며 핵산업계의 비리와 부패가 만천하에 드러나게 되었습니다. 

어떠한 조직이나 시설의 이러한 행위와 관행은 매우 염려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조직 내에 이미 스스로 정화할 수 있는 기능이 마비되었고, 그리고 이것이 핵산업계의 일이라면 더욱더 위험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는 환경단체에서 핵산업을 반대하는 주요한 이유 중의 하나이기도 합니다.

핵산업계의 이러한 관행을 막고, 핵으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원칙적으로는 핵발전소를 폐쇄하는 것만이 유일한 해법입니다. 그러나 핵발전소를 당장에 폐쇄 할 수 없다면 시민사회의 감시를 통해 운영의 건전성과 신뢰를 높일 수밖에 없습니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한수원은 검찰의 조사 결과에만 따라 이번 사건에 대한 정보를 공개할 뿐, 정보공개의 의무를 담당하고 있는 원자력안전기술원 조차 이번 사건에 대한 언급을 회피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 사건이 의미하는 바를 적극적으로 확대 해석해야 합니다. 진상을 낱낱이 조사하여 밝히는 일 뿐만 아니라, 정부와 한수원의 정보공개 방식, 나아가 시민의 발전소 감시와 운영의 참여로까지 이 문제를 확대해야 할 것입니다. 이것이 후쿠시마 핵사고 이후, 속속들이 드러나는 핵발전소의 위협으로부터 우리를 지킬 수 있는 가장 소극적인 방법 중 하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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