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같은 말'이라니
'쓰레기 같은 말'이라니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1.12.14 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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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문순/진주여성문우회 회장
지난 7일 수요일, 한일병원에서 홈플러스까지 가는 데에 30분이 걸렸다. 아무리 퇴근시간이라지만 이럴 수 있나 했었는데, 그 이유가 김재경의원 출판기념회라는 것을 오늘 알았다. 그리고 오늘 우리는 ‘쓰레기 같은 말’을 한 사람이 되어버렸다. 이는 나 개인적인 경험이기도 하지만, 왜 당하는 지도 모르고 속수무책으로 피해를 당하고서는 오히려 비난을 받는 현재 한국사회 국민들의 모습이 그대로 투영되어 있다.

‘쓰레기 같은 말’이란 김재경 의원이 한나라당의 도가니사건 대책위원장을 맡았다는 소식에 지역의 여성단체들이 문제를 제기한 것을 말한다. 지역의 국회의원이라는 사람이 자신의 언행에 대한 지역민들의 문제제기를 ‘쓰레기 같은 말’이라고 받다니, 일단 너무 어처구니가 없고 참담한 기분마저 든다.

우리가 문제 제기를 한 것은 과거 장애인성폭력 사건 피의자(가해자)의 변호를 했던 사람이 장애인성폭력 피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는 도가니사건 대책위원장을 맡는다는 것이 우리의 상식으로는 이해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소식을 들으면서 그 의원의 약자에 대한 시각이 변화해서 장애인성폭력에 대한 관심이 크고 장애인 피해자의 입장에서 대책을 잘 마련할 것이기 때문에 그 자리를 맡게 된 것인지, 아니면 그저 한 정당이 보여주는 전시적인 행동의 하나일 뿐인지 의심이 되었기 때문이다. 시각이 변화했다면 그 자리를 맡기 전에 그것에 대한 설명이 있어야 할 것이고, 시각이 변하지 않았다면 그런 자리를 맡지 않아야 하는 것이 상식이라고 보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되려 자신이 국회의원이라서 ‘쓰레기 같은 말’을 들었다는 이야기를 했다고 신문은 전한다.

국회의원은 자신이 잘나서 얻게 된 벼슬이 아니다. 국민들이 우리의 마음을 대변하여 나라를 모든 국민이 잘 살 수 있는 나라로 만들어 달라고 뽑아 준 대표일 뿐이다. 그런데 평일 오후(오전부터 시끄러웠다고 한다.) 아이들이 공부하는 학교에서 아이들의 공부를 방해하는 비상식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이런 행사에 학교를, 그것도 주중에 사용하도록 허가해준 학교도 문제가 있다.) 국민의 대표라면 국민의 목소리에, 그리고 여간해서는 잘 들리지 않는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에 귀를 열어야 하는 것이 상식일진대, 귀를 막고 오불관언으로 국민의 목소리를 비난하는 비상식은 또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자신의 행사로 인한 교통체증 때문에 피해를 받은 사람들에게 사과 한마디 없는, 우리 지역민들을 이토록 무시하는 비상식적인 태도는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아무래도 그 큰 이유 중의 하나는 진주를 비롯한 경남 지역에서는 어느 당의 간판만 달면 국회의원에 당선되기는 ‘따놓은 당상’이라는 자신감인 것 같다. 그렇지 않다면 이렇게 비상식적인 행동을 하고도, 정당한 문제제기를 하는 사람들에게 ‘쓰레기 같은 말’을 했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 우리는 더 이상 무시당할 수는 없다. 우리는 상식 이상은 아니라도, 상식적인 태도와 생각을 가진 대표를 원한다. 국민을 무시하지 않는, 사회적 약자일수록 더 그들의 목소리를 들으려는 상식적이고 따듯한 마음을 가진 대표를 원한다.

김재경의원을 포함해서 우리의 대표가 되고자 하는 사람들은 이를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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