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열며-특별감찰관이 머꼬?
아침을열며-특별감찰관이 머꼬?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6.08.23 18:52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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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영/소설가
 

강영/소설가-특별감찰관이 머꼬?


너무 더워서 농사일을 하시다 탈이라도 날까 겁이 나서 시어머니를 경기도 집으로 모셨다. 낮에 일을 하시던 분이라 도시 집에서 얼마나 따분하시겠는가. 티브이 뒤통수가 뜨끈뜨끈해질 때까지 브라운관만 처다보고 계신다. 점심을 챙겨서 함께 식사를 하는데 어머니가 나를 건너다 보며 물었다. “특별감찰관이 머시고? 니는 작가니까 머시든가 잘 알제?” 나는 국수를 길게 문 채 예? 했다. 느닷없이 물으니 더 대답이 멀리 있었다. 아니다. 말은 바로 하자 느닷 있게 물었어도 나도 특별감찰관이 무엇하는 건지 몰랐다.

그래도 작가 며느리 체면이 있지. 어떻게 저도 모르겠습니더, 라는 대답을 대답이랍시고 들이밀기에는 거시기 했다. “그게요, 먼가를 아주 특별하고 꼼꼼하게 조사를 하는 사람을 말하겄쥬, 머. 어서 드세유, 국수 뿔어유” 나는 준비도 안 됐는데 위기를 모면해야하는 때가 닥치면 나오는 국적이 모호한 말로 횡설수설 말씀드렸다. “아따, 머은 말이 글코롬 갱우가 없냐?” 나는 뜨끔해서 국수를 급하게 꿀꺽 삼켰더니 식도가 늘어나면서 죽겄다고 아팠다. 진짜 숨이 컥컥 막혔다. 주먹으로 가슴을 쿵쿵 치며 예?? 하고 반문하며 일부러 죽을 상을 지었다.

“그랑께, 그 먼가가 뭐냐고오?? 먼가를 조사하는 사람이람서? 그 먼가가 뭐냔께???” 나는 이 노파가 시방 도시물을 한 일주일 잡숫더니 되게 똑똑해졌다는 생각을 하면서 시간을 벌자는 심경으로 말했다. “먼가가 머시라고라고라???” 나는 노인네가 또 어떤 진화한 물을을 물어올까 겁나서 어서 전화를 받는 척하며 ‘특별감찰관’을 검색했다. 속으론 노인네가 요건 모를 거다, 싶었다. 당황되는 마음이 조금 누그러졌다. 이내 검색창에서 특별감찰관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이 나왔다. ‘현정권의 대선 공약으로 대통령의 친척이나 인척, 청와대 고위공직자의 비위 의혹 감찰을 위해 대통령 직속기관이다. 따라서 임명도 대통령이 직접한다’ 나는 핸드폰을 일단 꺼고 의기양양해진 면상을 시어머니께 들이댔다. 그런데 시어머니는 이미 국수 그릇을 다 비우고 “밥먹다 말고 전화는 받고 거시기여?” 혼잣말처럼 구시렁구시렁 하며 눈을 흘겼다.

식사를 마친 시어머니는 이제 또 티브이 앞에 앉았는데 이번엔 연속극을 보고 계신다. 연속극이 맘에 드시는지 입이 헤벌쭉 벌어져 있다. 언제 특별감찰관이 하는 일이 뭐냐고 추상같은 질문을 했는가 싶게 영락없는 그냥 촌 노파다. 나는 시어머니 덕분에 궁금했지만 그냥 대충 넘어가려 했는데 이나마라도 알게 되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모르면 바보다. 모르면 또 속는다. 똑 같은 상황에서도 또 속는다. 설거지를 하면서 나는 내심 깜짝 놀랐다. 정말 저 사람들이 왜 저러지? 그래도 아직 임기가 남았는데 저러면 안 된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나는 우선 집에 들어오는 5개사 오늘 신문을 흝어봤다. 5개사 언론이 비슷한 강도로 특별감찰관에 대한 청와대의 반응을 다루고 있었다. 박의 임명을 받은 이석수 특별감찰관이 역시 박의 지시로 우병우 정무 수석을 감찰했다. 감찰결과 직권남용과 횡령에 혐의가 있어서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그런데 느닷없이 감찰정보를 특정 언론에 유출했다고 수사를 해야한다고, 왜 유출했는지 그 이유를 밝히겠다고 그야말로 생떼를 쓰는 모양이다. 이에 각 언론사나 야당들은 적반하장이라며, 비상직적이라며, 우병우 감싸기가 도를 넘었다며 정면으로 비판하고 있는 모양.

곰곰히 생각해보면 특별감찰관이란 조선시대의 암행어사 비스무리한 거 아닐까? 특별감찰관은 청와대의 직속기관으로 임명하고 청와대의 의뢰로 특별히 감찰을 하는 기관이니까 얼마쯤 비슷하기도 하겠다. 그렇다면 대통령이 해야될 일을 대신하는 기관이다. 그의 결정은 바로 청와대의 결정이라고 생각하는 게 상식이다. 그런데 자기가 원하지 않은 결과가 나왔다고 바로 돌아서서 감찰을 한 사람을 ‘국기 문란’이라는 애매한 트집을 잡아서 잡아넣겠다? 오오, 이건 아니다, 정말이지 이렇게까지 해서는 안 된다. 한 가정에서도 가정의 일들이 번번이 도리에 맞지 않으면 그 가정은 조만간 망한다. 국정원 댓글, 세월호 참사, 물대포 과잉 진압, 등 무엇 하나 진실을 밝혀서 책임지는 모습은 간데없고 이렇게 적반하장만 내리쳐서는 정말이지 나라의 앞날이 걱정이다. 제발이지 나라는 물론이고 국민과 여권과 정부를 위해서도 도리에 맞아야 한다.

자기들의 기분과 입맛에 맞지 않는다고 대통령 직속 기관의 책임자를 즉, 암행어사를 이렇게 모욕해서는 이야말로 ‘국기 문란'이다. 또한 특별감찰관이 감찰내용을 특정 언론에 유출했다는 것도 그렇다. 국민은 언제나 알 권리가 있다. 아무리 권리가 있기로서니 국민은 직접 알고싶은 것을 알지 못한다. 먹고 사느라 바빠죽겠는데 일일이 청와대에 가서 궁금한 것을 알아낼 수도 없고 그래서도 안된다. 국민들의 알 권리는 그래서 대부분 티브이나 라듸오, 신문을 통해 충족하는 수밖에 없다. 그래서 언론이 있는 것이고 언론의 자유가 보장되어야 한다. 그래서 기자는 ‘무관의 제왕’이다. 정당하게 감찰한 내용을 정당한 언론에 알리고 언론은 국민에게 알렸다면 도대체 무엇이 문제인가?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킨 것이 잘못인가?

혹시 국민이 알아야 될 것이 따로 있고 몰라야 될 것이 또 따로 있다는 건 아니겠지. 오래전 군부정권의 독재가 이어지던 때 '한국적 민주주의’처럼 ‘한국적 알 권리’가 따로 존재하는 건 아니겠지? 권불십년이라고 했다. 현 정권은 이명박 정권부터 이어지는 정권이다. 겸손해져야 하고 정직해져야 한다. 이렇게 국민과 진실을 외면하고 자기들의 입장만 고집하고 강요한다고 국민들이 생각하기 시작하면 서로 좋을 것이 무언가. 이제라도 늦지 않다. 이 정부를 지지하든 안 하든 모든 국민을 말그대로 한 식구라고 생각하고 모든 정책을 펼치길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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