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원시림 함양 칠선계곡
지리산 원시림 함양 칠선계곡
  • 함양/박철기자
  • 승인 2016.08.25 18:48
  • 16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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험난한 산세·수려한 경관 산행 묘미 더해
▲ 함양 칠선계곡-사진/함양군

칠선계곡(추성계곡)은 함양군 마천면 추성리에 위치해 있으며 지명을 따라 추성계곡이라고도 한다. 지리산 최대의 계곡미를 자랑하며 설악산의 천불동 계곡, 한라산의 탐라계곡과 더불어 우리나라 3대 계곡으로 손꼽힌다.


험난한 산세와 수려한 경관, 그리고 지리산 최후의 원시림을 끼고 있는 칠선계곡은 천왕봉 정상에서 마천면 의탄까지 장장 18km에 걸쳐 7개의 폭포수와 33개소의 소가 펼쳐지는 대자원의 파노라마가 연출된다.

지리산자락 가운데 유독 여성을 상징하는 지명이 가장 많으면서도 들어가면 갈수록 골이 더욱 깊고 날카로운 칠선계곡은 그 험준함으로 숱한 생명을 앗아가기도 해 죽음의 골짜기로도 불릴 정도이다. 그래서 지리산을 찾는 수많은 사람들이 이 계곡을 꼭 등반하고 싶어 하지만 쉽게 허락하지 않는다. 특히 전문 산악인들도 히말라야 등 원정등반에 앞서 겨울철 칠선계곡에서의 빙폭훈련 등반을 거칠 정도로 겨울의 칠선계곡은 고난도의 등반 기술을 요구한다.

일반인들의 경우 칠선계곡을 등반할 경우 여름철에도 계곡 아래서 천왕봉으로 향하는 루트는 피하고 주로 다른 코스로 천왕봉에 올랐다가 하산 길로 칠선계곡을 택한다. 칠선계곡의 총 연장은 18km이지만 등반코스는 추성동에서부터 천왕봉까지 14km이다.

 

▲ 함양 칠선계곡-사진/한국의 산하

추성동-함양읍간을 지금은 한시간 간격으로 운행하는 버스편이 있어 등산로가 4km가 줄어든 셈이다.

추성동에서 시작되는 칠선계곡 등반로는 계곡등반의 위험성 때문에 상당 구간이 계곡과 동떨어져 있다. 이는 등산로를 벗어나서는 마음 놓고 발길을 둘 곳이 없을 정도의 험난한 산세 때문이다.

추성동에서 등산로를 따라 곧장 가면 칠선계곡에서 처음 만나게 되는 용소를 놓치기 쉽다. 등산로에 용소가는 길을 표기해 놓았으나 등산로와 상당한 거리를 두고 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계곡으로 거슬러 가면 500여m 지점에 위치한 용소는 산신제를 지낼때 산돼지를 집어 넣는 곳으로 전해진다.

계곡을 따라 2km남짓 오르면 나오는 두지동은 두지터라고도 하는데 등산로는 계곡길과 떨어져 별도로 나있다. 주로 등산로를 이용하고 있는데 두지동은 마을 모양이 식량을 담는 두지같다고 붙여진 지명이다.

옛날 화전민들이 기거하던 마을이었으나 지금은 담배건조장과 농막 등만 남아 이 마을이 등산객들의 휴게소로 각광받고 있는데 담배 건조장이 분위기 있는 찻집으로 변해있어 눈길을 끈다.

두지동에서 창암산 능선을 넘어 백무동으로 갈수도 있다. 한동안 계곡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등산로를 따라 가다보면 암반과 소가 어우러진 곳에 설치된 쇠다리를 만날 수 있다. 여기서 경사진 도로를 따라 힘겹게 오르다보면 잡초와 감나무, 호도나무가 어지럽게 뒤덮인 마을 터를 발견할 수 있다. 이곳이 옛 칠선동 마을 터로 한때 독가촌이 산재해 있었음을 알 수 있게 해준다.

울창한 잡목 숲을 따라 조금 더 가면 계곡 물 소리는 발 아래서 들릴 듯 말듯 하며 널따란 바위와 쉼터를 만날 수 있는데 여기가 추성 망바위이다. 이렇게 전망 좋은 쉼터가 있는 이유는 여기서부터 계곡등반은 전혀 상상도 못 할 정도의 험난한 산길이 추성동에서 4km 지점인 선녀탕까지 계속되기 때문이다.

일곱선녀가 하늘에서 내려와 목욕을 했다는 선녀탕이지만 지금은 돌과 모래 등으로 메워져 전설속의 선녀가 목욕했을 정도라고는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초라하다.


선녀탕의 전설은 선녀에게 연정을 품은 곰과 선녀를 도운 사향노루가 등장하는 동화같은 얘기로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일곱 선녀가 이곳에서 목욕하는 것을 본 곰이 선녀들이 하늘나라로 돌아가지 못하도록 옷을 훔쳐 바위틈에 숨겨 버렸다. 목욕을 마친 선녀들이 옷을 찾아 헤맬 때 사향 노루가 자기 뿔에 걸려있는 선녀들의 옷을 가져다주어 선녀들이 무사히 하늘나라로 되돌아 갈 수 있었다고 한다. 곰이 바위틈에 누워있던 노루의 뿔을 나뭇가지로 잘못 알고 선녀들의 옷을 숨겼던 것이다. 그 후 선녀들은 자신들에게 은혜를 베푼 사향노루를 칠선계곡으로 이주시켜 살게 했으며 곰은 이웃의 국골로 내쫓아 버렸다는 전설이다.

선녀탕에서 조금 지나면 100여평 남짓한 소와 매끈한 암반이 있는데 칠선계곡에서 가장 빼어난 옥녀탕이다. 하늘을 뒤덮을 듯한 울창한 수림과 넓은 소가 연출해 내는 옥녀탕의 전경은 위로 무명 소들과 이어져 깎아지른 듯한 벼랑으로 연결되면서 비경의 극치를 이룬다.

벼랑으로 조심스럽게 오르다 보면 비선담이 색다른 모습으로 반긴다. 계곡등반의 묘미를 한껏 맛볼 수 있는 구간이다. 비선담을 지나면 옛 목기막터가 있었다는 산죽밭을 지나 오른편 계곡으로 건너게 되는데 계 곡주변에 조그마한 바위굴이 있다.

과거 목기를 만들던 인부들이 지내던 곳으로 청춘홀이라 불리고 있다. 이는 칠선계곡이 개방된 이후 청춘남녀들이 한데 모여 굴속에서 지냈다는 뜻으로 청춘홀이란 이름이 등장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등산로에는 별도의 안내판이 없어 지나치기 쉽지만 계곡 암벽에 페인트로 '청춘홀'이라 씌어 있다. 청춘홀에서부터 등산로는 점차 경사를 더해 험난해지는데 여기서부터 칠선계곡(추성계곡)의 진미를 더하는 폭포수를 볼 수 있다. 칠선계곡을 상징하는 칠선폭포가 쏟아내는 물줄기는 가히 절경이라 아니할 수 없다.

칠선폭포의 위용 못지않은 대륙폭포, 3층 폭포등의 시원한 물줄기와 험난한 등산로는 천왕봉과 중봉, 하봉에서 흘러내리는 물이 만나는 합수골까지 계속된다. 이 일대에는 3개의 폭포수가 묻혀있어 폭포수골이라고도 불린다.

합수골 일대에는 옛날 도벌꾼들의 초막이 있던 곳으로 지금도 야영할 공간이 많이 있다.

울창한 수림을 따라가다 보면 하얀 포말로 부서지는 물줄기 두갈래가 마주치는 마폭포가 그 모습을 드러낸다. 천왕봉까지의 수직 고도차 5백여m, 거리는 3km구간인 마폭포. 천왕봉과 중봉사이의 물줄기와 통천문아래의 물줄기가 만나는 지점이기도 하다.

 

▲ 함양 칠선계곡-사진/함양군

시원한 두 갈래의 물줄기를 마지막으로 등산로는 천왕봉까지 이어진다. 더이상 계곡은 커녕 물한모금 찾을 수 없는 등산길이 시작되는 것이다. 그러나, 천왕봉까지의 3km구간은 지리산 최후의 원시림지대로 색다른 정취를 맛볼 수 있다. 전나무, 잣나무는 물론 희귀수목이 어우러져 음침한 숲속 분위기를 자아내며 숲속에서는 온갖 고산식물의 향긋한 내음이 코를 찌르고 바위와 나뭇가지에는 이끼가 두꺼워 인상적이다.

경사 60~70도의 바위길과 길을 가로막고 쓰러진 고목사이를 지나노라면 지리산 등산의 진미를 느끼는 듯 하다. 하늘을 향하듯 급경사 길을 따라 오르다 보면 어느 사이 거목들은 사라지고 철쭉나무가 모습을 드러내면서 천왕봉이 그 모습을 보여준다.

칠선계곡)의 험준함과 아름다움을 체험하면서 천왕봉에 도달하면 다시금 하늘이 울어도 아니 우는 천왕봉의 웅장함을 느낄 수 있다. 함양/박철·자료제공/함양군·한국의산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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