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관공서 주취소란 경찰관의 마음을 병들게 합니다
기고-관공서 주취소란 경찰관의 마음을 병들게 합니다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6.08.28 18:46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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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구/경남지방경찰청 양산경찰서 하북파출소 경장
 

김민구/경남지방경찰청 양산경찰서 하북파출소 경장-관공서 주취소란 경찰관의 마음을 병들게 합니다


무더운 여름, 치안 현장에서 경찰관들은 묵묵히 자신의 소임을 다하며 국민의 생명, 신체,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 112신고 중 살인, 강도, 강간, 절도, 폭력과 같은 5대 범죄 처리도 어려운 일이지만 특히 야간 근무 중 집중되는 주취자 신고는 현장 경찰관들에게 큰 고충이 아닐 수 없다.

필자가 근무하는 양산경찰서에서 최근 한 달간 112로 처리된 주취 신고 건수를 직접 조사하여보니 16년 7월 한달 동안 무려 700건에 달하는 주취 신고가 처리되었는데 1년 단위로 본다면 매년 8000건에 육박하는 주취 신고를 하나의 경찰서에서 처리하고 있는 형편이다.

2012년 여름 초임 경찰관으로 근무할 당시 파출소에 만취한 상태로 찾아온 주취자로부터 갖은 욕설과 비하에 시달리며 심각한 회의감이 들 정도로 수치심, 모욕감을 느낀 일이 너무나 많아 힘겨워했던 아픈 기억이 있다.

2013년 3월까지만 해도 폭행, 협박이 없는 경우에는 공무집행방해죄로 대응이 불가능하여 당시 5만원에 불과한(현재는 10만원으로 개정) 경범죄처벌법 음주소란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었으며 체포의 요건조차 매우 까다로워 법의 사각지대를 보완할 필요가 있었다.

결국 치안 현장의 목소리가 반영되어 2013년 3월 22일 경범죄 처벌법 제3조 제3항 관공서 주취소란 규정이 신설되어 6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과료에 처할 수 있게 되었고 주거가 분명한 사람이라도 현행범으로 체포할 수 있게 되었다.

우리 경찰은 이러한 법의 신설에 힘입어 국정 어젠다(agenda)인 비정상의 정상화를 달성하기 위해 주취 폭력에 공무집행방해, 관공서 주취소란으로 엄정히 대응함으로써 주폭을 강력히 뿌리 뽑아 기본이 바로 선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하루의 일과를 마무리하며 내 주위의 사람들과 함께하는 술 한 잔은 그 날의 기쁨과 슬픔, 고됨을 달래주는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지만, 그 술 한 잔으로 인해 누군가를 해치고 나아가 사회 질서마저 해친다면 그것은 단언컨대 분명히 잘못된 주도(酒道)이다.

현장 경찰관들은 경찰 이전에 한 가정의 아버지, 어머니 일수도 있고 아들 딸, 형, 누나, 동생일 수도 있다. “술 한 잔 먹고 경찰한테 욕할 수도 있지”라는 잘못된 행동이 치안 일선에서 땀 흘리며 노력하는 경찰관들의 마음을 병들게 하고 있음을 부디 알아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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