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전염병과 환경병
칼럼-전염병과 환경병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6.09.06 18:41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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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재주/환경부 환경교육홍보단·경남환경연구원장
 

류재주/환경부 환경교육홍보단·경남환경연구원장-전염병과 환경병


‘바가지를 긁는다’는 아내가 남편에게 잔소리하는 것을 비유해 하는 말이다. 이 말이 나오게 된 연유가 이채롭다. 옛날 콜레라가 창궐하면 뚜렷한 치료법이 없어 속수무책으로 목숨을 잃었던 터라 바가지를 긁어 시끄러운 소리를 내면 전염병을 쫓아낼 수 있다고 믿었다는 속설이 그것이다. 듣기 싫은 잔소리를 전염병을 쫓아내기 위한 바가지를 긁는 소리에 비유했다.

오염된 물이나 음식, 환자의 배설물 등을 통해 전파되는 1군 법정 전염병인 콜레라는 옛날에는 호랑이가 맹렬하게 할퀴는 것만큼 고통스럽다고 해서 ‘호열자(虎列刺)’라 불렸다. 1895년(고종32년)에는 전국적으로 수 천 명의 콜레라 환자가 발생해 평양에서만 500여 명이 숨졌다고 전해진다. 일제강점기인 1919년과 1920년 2년 동안 3만 여명이 희생될 정도로 피해가 극심했다고 한다.

해방 이듬해인 1946년에도 중국에서 귀환하는 동포를 태운 수송선에서 콜레라 환자가 발생함에 따라 전국으로 콜레라에 감염된 환자는 1만 여명에 달했고 이중 절반 이상이 목숨을 잃었다. 1960∼70년대에도 연례행사처럼 콜레라가 발생했으며, 1990년대 들어서는 간혹 콜레라가 발생하기도 했지만, 거의 나타나지 않았다. 이는 위생에 대한 중요성이 강조되고, 의료수준이 향상되면서 콜레라는 오히려 희귀한 전염병이 됐다. 그런데 2000년대 거의 사라졌던 콜레라가 15년 만에 발생해 국민들에게 걱정을 안겨주고 있다. 또 최근 가족 등과 캄보디아를 여행하던 중 모기에 수차례 물린 적이 있었던 수원거주 청소년이 체온이 39.5도에 달할 정도로 고열증세를 보여 국내 11번째 지카바이러스 환자로 의심이 된다는 보도가 있다.

유행성 전염병도 문제이겠지만‘환경병’의 대명사인 일본의‘미나마타병’은 1956년 일본 구마모토현 미나마타시에서 메틸수은이 포함된 조개와 어류를 먹은 주민들에게서 집단적으로 발생하면서 환경오염이 궁극적으로 인간에게 재앙을 가져다준다는 것을 현실에서 보여준 일대 사건으로 수은중독으로 인해 발생하는 다양한 신경학적 증상과 징후의‘환경병’이다.

미나마타병을 연구한 일본 구마모토대학 하라다 교수는 수은중독 전문가로서 행동하는 환경운동가였다. 미나마타병을 앓는 주민들은 물론이고 전 세계를 다니며 수은중독의 위험성을 알렸다. 또 1986년에는 한국의 온산공단 주민들이 이름 모를 질병으로 시름시름 앓고 있음을 발견하고 이들이 환경병(공해병)을 앓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하고 1987년 일본 공해전문지 <공해연구>에 ‘온산공업단지의 환경오염’에 관한 조사보고를 했다. 지금은 이른바‘온산병’이라고 해 사실상 공해병으로 규정하고 있다.

미나마타병뿐만 아니라 또 다른 세계적인 환경병으로 기록된 일본 가네미유(피시비 중독) 사건과 같은 환경재앙이 우리나라에서 일어나고 있다. 대한민국에서 지난해 벌어진 세계 최초의 바이오사이드 재앙(Biocide Disaster)이라고 일컬어지는‘가습기살균제 집단 사망사건’이 국민 앞에 재조명되고 있다. 원인 미상의 폐질환으로 임산부와 영유아 143명이 목숨을 잃었고, 1200여 명이 피해를 입는 사고가 발생했다. 가습기 살균제가 원인이었다.

인류 최악의 ‘바이오사이드(biocide) 재앙’은 세계 46개국에 공급돼 1만 명이 넘는‘기형아 출산’이라는 비극적인 부작용을 초래한 독일의 ‘탈리도마이드(Thalidomide) 사건’이다. 한국 질병관리본부는 2014년 말 발간한 ‘가습기살균제 건강피해사건 백서’를 통해 “가습기 살균제 건강피해 사건은 전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힘든 살생물제(殺生物劑, biocide) 사건이다. 미생물이나 해충을 죽이려고 사용한 제품이 외려 인간의 생명을 앗아간 사건”이라며 “기업의 안이함과 정책∙제도적 미비가 빚어낸 생활환경제품 재앙”이라고 규정했다.

전염병이나 환경병으로 생명을 잃는다는 것은 돌이킬 수 없는 것이다. 그 어떤 액수의 보상금으로도 메울 수 없다. 그래서 누구를 졸지에 잃는 것만큼 비통한 것은 없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가족들이 바로 그러할 것이다. ‘가습기살균제’ 피해를 밝히기 위해 투쟁하는 환경운동 활동가들은‘한국판 하라다’이다. 일본 하라다 박사가 미나마타병 환자와 그 가족들을 위해 혼신의 힘을 쏟았듯이‘한국의 하라다’인 환경활동가로 하여금‘대한민국 환경병’의 종결이 선언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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