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장군의 가을 ‘죽을 것인가, 살 것인가’
칼럼-장군의 가을 ‘죽을 것인가, 살 것인가’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6.09.11 17:59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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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주/국학원 상임고문ㆍ한민족 역사문화공원 공원장
 

장영주/국학원 상임고문ㆍ한민족 역사문화공원 공원장-장군의 가을 ‘죽을 것인가, 살 것인가’


한가위 추석이다. 풍성한 결실의 계절이건만 국민들의 가슴은 답답할 뿐이다. 북한은 막무가내로 5차 핵실험을 감행하였다. 세계가 인정하듯 가장 성공적인 폭발결과로 북한은 핵탄두를 소량화, 계량화하여 곧 실전배치에 돌입할 것이라고 한다. 종잡을 수 없고 잔혹한 ‘김정은’의 손에 우리의 목숨이 좌지우지 되게 된 셈이다. 이제 대한민국의 미래는 ‘죽거나, 살거나’ 막다른 절벽 끝에 서있게 되었다. 그간의 대통령들이 북한의 줄기찬 위험에도 혹은 무마한다고 혹은 모르쇠로 눈을 감고 폭탄 돌리기를 하다가 지금에 이르렀다.

1597년, 정유재란으로 조선은 다시 큰 비극의 늪에 빠진다. 당연히 백성들도 다시 도탄에 빠진다. 그 중에도 이순신 장군개인에게는 더욱 더 큰 불행이 닥친다. 옥에 갇혀 모진 고문을 받다가 겨우 풀려나 목숨을 구하나 어머님께서는 바다 위에서 돌아가신다. 친상도 못 치르고 백의종군으로 끌려가 도원수 ‘권율’의 밑에서 채소밭을 가꾸게 되신다. 곧이어 원균의 칠천량 패전으로 온몸으로 키워 온 조선수군과 아끼던 수하 장졸이 한 번에 수몰되고 ‘배설’에 의해 피신한 판옥선 12척만이 겨우 보존된다. 흉사의 연속이다. 아무것도 남아나지 않은 전장 터에서 ‘미안해서 할 말이 없다’는 선조의 명령으로 삼도수군을 떠맡게 되신다. 장군은 마다하지 않고 몸을 일으켜 몇 줌 안 되는 수군을 이끌고 서쪽으로, 서쪽으로 피신하신다. 고문과 연속적인 불행으로 쇠약해진 몸이 찬바람, 거친 파도로 인해 이진포에서는 죽음을 넘나드는 지경에 이른다. 그 가을, 조선수군의 명줄을 참으로 고단하게도 이어가신 장군은 진도의 ‘벽파진’에서 추석을 맞았다.

난중일기를 보자. 정유년 8월 15일. “비가 계속 오다가 늦게 개었다. -전략- 보성의 군기를 검열하여 네 마리의 말에 나누어 실었다. 저녁에 밝은 달이 수루 위를 비추니 감회가 매우 편치 않았다.”이때부터 약 한달 간, 장군은 전력을 다하여 조선수군을 추스르면서 마지막이 될 대회전을 준비하시어 마침내 ‘명량대첩’을 창조하신다. 9월 16일, ‘실로천행’으로 명량에서 살아남고 왜군을 물리치니 조선은 다시 그 구차한 목숨을 이을 수 있었다. 이로부터 꼭 한 달 후, 장군에게 또 다시 불행이 엄습해온다. 1597년 10월 14일 새벽 두시 경, 가장 자신을 많이 닮았다면서 사랑하던 셋째아들 ’면’의 꿈을 꾸신다. 그러나 어찌하랴. 그날 오후 늦게 그 막내아들 ‘면’이 전사했다는 통보가 온다. 아산의 본가에 침공한 왜군의 특공대에 맞서 어머니를 지키다가 변을 당한 것이다.

그날의 ‘난중일기’이다. “하늘이 어찌 이다지도 인자하지 못하시는고. 간담이 타고 찢어지는 것 같다. 내가 죽고 네가 사는 것이 이치에 마땅한데 네가 죽고 내가 살았으니, 이런 어긋난 일이 어디에 있을 것이냐. 천지가 캄캄하고 해조차도 빛이 변했구나. 슬프다. 내 아들아, 나를 버리고 어디로 갔느냐. 남달리 영특하기로 하늘이 이 세상에 머물러 두지 않은 것이냐? 내 이제 세상에 살아 있은들 누구에게 의지할 것이냐? 너를 따라 같이 죽어 지하에서 같이 지내고, 같이 울고 싶건 만은 네 형, 네 누이, 네 어미가 의지 할 곳이 없으니, 아직은 참고 연명이야 한다마는 마음은 죽고 형상만이 남아있어 울부짖을 따름이다. 하룻밤 지나기가 일 년 같구나!” 장군은 급격히 쇠약해지신다. 5일 뒤의 일기이다.“어두울 무렵이 되어 코피를 한 되 남짓이나 흘렸다. 밤에 앉아 생각하고 눈물짓곤 하였다. 어찌 다 말하랴! 이제는 영령이라 한들 불효가 여기까지 이를 줄을 어찌 알았으랴. 비통한 마음 가슴이 찢어지는듯하여 가눌 길이 없구나” 장군은 봄에는 어머니를 잃고, 가을에는 자식을 앞세워 떠나보내신다.

북핵을 머리에 이고도 대한민국의 소위 잘 나가는 1%의 지도층의 부패와 독직이 극에 달한 듯이 온 나라가 매일 시끄럽다. 이 나라의 지도자 되려는 사람들이 꼭 불행할 필요는 없다. 다만 그 어떤 상황도 모면하고 피해가려 하지 말고 바르게 가야 할 일이다. 나라 살림과 국방과 경제, 언론을 책임지고 있는 분들은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그 가을을 거울처럼 늘 자신을 비추어 보아야 한다. 아니면 자신과 가족과 나라를 불행하게 하고 오히려 천추에 오명을 남길 뿐이니 이제라도 부디 높은 사람이 되어 권력과 명예를 움켜쥐려는 꿈을 접고 생업에 종사하기 바란다. 영리한 사람들이니 잘 살 것이다.

우리에게 남은 시간이 없다. 지구상에서 한민족이 영원히 사라질 것인가? 구차한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영원히 김 씨 왕조의 노예가 되겠는가? 아니면 막다른 선택이라도 감연히 각오하겠는가? 결심을 하고 모두 진짜로 하나가 되어야 한다. 추석 한가위. 모두가 둥근달을 거울삼아 장군의 마음으로 ‘자신이 진짜’인지 비쳐보고 선택하자. ‘명량’ 앞에서는 모두 죽을 것인가, 살 것인가 단 하나의 선택이 있을 뿐이다.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진짜가 될 때 아름다운 대한민국 앞에 ‘필사즉생’의 기적은 다시 한 번 펼쳐 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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