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한국 음식문화 전통 요리서와 식사예절
시론-한국 음식문화 전통 요리서와 식사예절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6.09.18 18:05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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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상/경남과학기술대학교 식품과학부 교수
 

최진상/경남과학기술대학교 식품과학부 교수-한국 음식문화 전통 요리서와 식사예절


우리의 음식문화를 지켜줄 수 있었던 것은 한국 음식에 대해 공부하고 이를 기록에 남긴 조상들의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조선시대에 학자들은 음식문화 기록에 관심이 많아 유학자뿐 아니라 의관, 실학자들도 음식관련 서적을 집필하였는데 실학은 우리 음식의 발달에 큰 영향을 미쳤다.

‘임원십육지’(1827)를 쓴 서유구나 ‘산림경제’(1715)를 집필한 홍만선도 실학자였고, ‘도문대작’(1611), ‘수운집방’(1500년대), ‘산가요록’(1400년대)은 남성학자들에 의해 씌어진 조리서들이다. 또한 여성들에 의해 집필된 ‘음식디미방’, ‘규합총서’, ‘조선요리제법’ 등도 우리 음식문화를 이해하는 데 꼭 필요한 고서들이다.

‘음식디미방’은 1670년경 안동 장씨에 의해 쓰여 졌는데 여성이 순 한글로 정확한 조리법을 기록해 놓은 요리책으로 최고의 요리서로 인정받고 있다. 조선 중기 요리법을 보여주는 이 책에는 총 146가지의 조리법이 재료에 따라 정리되어 있고, 술에 관한 항목이 매우 많아 사대부가에서 가양주를 담그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 일이었는가를 짐작해 볼 수 있다.

‘규합총서’는 빙허각 이씨가 1809년에 집필한 조선시대 최고의 한글판 가정생활 대백과사전이라 할 수 있다. 빙허각 이씨는 서유본의 처로 ‘임원십육지’의 저자인 서유구의 형수이다. 총명함이 뛰어나 15세에 저술에 능하였고, 한문학에도 재주를 보여 서유구가 초년에 형수인 이씨 부인에게서 글을 배웠다고 한다.

이 책에는 음식 조리법만 아니라 음식에 대한 철학도 제시되어 있는데 사대부들이 음식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소상하게 적혀 있어 당시 여성 사대부의 품격을 엿볼 수 있게 한다.

1917년에 발간된 방신영의 ‘조선요리제법’은 연대로 보아 고 요리서로 보기에 무리가 있지만 우리나라 음식 전반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마지막에 식단표까지 정리한 과학적인 조리서로 45년간 16판을 낼 정도로 증보를 거듭하면서 과학적인 체계를 갖추게 되었다.

또한 이 책은 단순히 우리 음식을 만드는 법만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문화와 전통을 후대에 전하여 발전시키고자 하는 사명감으로 저술되었다고 볼 수 있다.

예의 시초는 음식에서 시작된다고 하여 우리의 식사예절은 다른 어떠한 예절보다 앞서서 일깨웠다. ‘소학’에는 “입에 맛있는 것과 몸에 좋다는 것만 골라 먹고 마셔서 배만을 채우면 인욕에 머물게 되니 이치에 어긋나지 않게 절도 있게 먹고 마시어 사람으로 하여금 천리에 이르게 하여야 한다”라고 하였다.

‘사소절’(1755, 이덕무)에 나오는 식사예절로 식사 전, 식사 중, 식사 후로 나누어 몇 가지를 소개하면,
△아무리 바쁜 일이 있더라도 밥상이 나오면 즉시 들어야 한다.△밥이나 국이 아무리 뜨거워도 입으로 불지 마라.△물을 마실 때는 꿀꺽꿀꺽 소리 나게 하지 마라.△음식을 먹을 때는 배에 알맞게 먹어서 남은 것이 없게 하라.△너무 서둘러서 먹거나 지나치게 늦게 먹지 않는다.

이후 19세기에 나온 ‘규합총서’(1809)에는 ‘식시오관(食時五觀)’이라 하여 사대부가 식사 때 지켜야 하는 구체적인 내용이 적혀 있다.

△노력이 얼마나 있었는지 살펴서 음식이 어디서 왔는가 생각하여 보라.△충효와 입신의 뜻을 살펴서 음식의 맛을 너무 따지지 말라.△음식을 좋은 약으로 생각하여 모양에 너무 치우쳐 먹지 말라.△군자로서의 도리를 다한 후에 음식을 받아라.

조선 후기 사대부들이 지켰던 음식에 대한 규범은 선비들의 검소한 정신이 담겨 있음을 ‘세계식생활문화’(수학사)를 옮겨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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