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SPO의 프로포즈·Oh(5)~ No! 운동으로 학생들 마음을 열어 봅니다
기고-SPO의 프로포즈·Oh(5)~ No! 운동으로 학생들 마음을 열어 봅니다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6.09.18 18:05
  • 15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우정/마산중부경찰서 여성청소년계 경사
 

정우정/마산중부경찰서 여성청소년계 경사-SPO의 프로포즈·Oh(5)~ No! 운동으로 학생들 마음을 열어 봅니다


이른 아침 7시, 사무실이 분주하다. 우린 지금 프로포즈를 준비 중이다. 누군가에게 선물을 준다는 것에 한껏 들떠 있는 우리! 곱게 포장한 색색깔 비누장미꽃이 오늘따라 더 이쁘게 보인다.

아침 7시 30분, 00여고 정문. 경찰관들이 장미꽃을 들고 등교하는 학생들을 맞이한다. 어? 경찰이 뜬금없이 왜 장미꽃을 들고 학교에는 왔을까? 처음에는 아이들이 쭈삣쭈삣 쉽게 다가서지 못하고 의문스런 표정으로 물끄러미 처다본다.

“아침 일찍 등교하느라 고생이 많지? 이쁜 꽃 하나 받아가고 오늘 하루도 즐겁게 보내” 학교전담경찰관의 한마디에 아이들은 이내 활짝 미소 지으며 행복한 얼굴로 꽃을 받아간다. ‘너희들 모두가 행복하길 바래. 내가 도와줄게’, ‘어제를 배우고, 오늘을 살며, 내일을 꿈꿔라’ 꽃 포장지에 부착되어 있는 안내카드에는 학교전담 경찰관의 사진, 학교폭력 신고 요령과 함께 이런 감성문구가 적혀있다.

공부로 지친 아이들에게 기분 좋은 하루를 선물하면서 학교폭력 예방 홍보도 할 수 있는 1석2조의 효과, 지난 5월부터 진행해오고 있는 마산중부경찰서 여성청소년과 “SPO의 프로포즈”이다.

최근엔 ‘Oh(5)~ No!!’ 운동까지 추가! 학생들이 하지 말아야 할 다섯 가지, ‘학교폭력, 음주, 흡연, 가출, 교권침해’를 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Oh~ yes!”를 힘차게 외치는 남학생에게 쵸코빵을 건네준다. 씩씩하게 받아들고 교실로 향하는 아이들을 보면 절로 웃음이 나온다.

‘SPO의 프로포즈’ 3일째.. 문자가 한 통 들어왔다.

“며칠 전 아침에 장미 받았어요. 누군가에게 장미를 받아본 것이 처음인데 하루 종일 기분 좋았어요! 감사합니다^^ 그런데... 혹시 상담도 할 수 있나요?” 전화를 해보니 고3 여학생인데 친구들 사이에 은따(은근히 따돌림)를 당하고 있지만 부모님도 선생님도 별거 아니니 공부에 열중하라고만 해서 혼자 힘들어하다가 용기를 내 연락해본 것이라 했다.

꽃 한송이에 마음을 연 것이었다. 심각한 사안이 아니어서 더 큰 문제가 되기 전에 미연에 방지를 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한창 감수성이 풍부한 시기라 하고 싶은 것도 많고 고민도 많은 학생들이지만 모든 것을 뒤로하고 공부에 전념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보니, 학교전담경찰관이 교육을 하고 여러 가지 홍보 활동을 하더라도 자기에게 직접 와닿는 문제가 아니고서는 입시전쟁 속에 있는 아이들에게 관심 밖의 일일뿐이다.

사실상 내 옆에서 학교폭력을 당하는 친구가 있다고 하더라도 학교전담경찰관을 찾거나 117 전화를 누를 수 있는 여유와 용기가 있는 학생들이 얼마나 될까. 자신의 일임에도 이렇게 망설였는데...하지만 장미꽃을 받으면서 자신의 존재에 대해 생각하게 됐고 감성문구의 안내카드를 보고 용기를 냈다는 이 학생!

경쟁자가 되어 버린 친구들, 학교와 학원을 오가느라 피곤한 몸, 스마트폰으로 나누는 대화,. 점점 감정이 메마르고 스트레스가 쌓이다가 잠재되어 있는 분노가 표출되면서 뜻밖의 범죄를 저지르기도 하고, 때로는 피해자가 때로는 가해자가 되기도 하는 아이들.. 조금만 어루만져주고 관심을 가져도 쉽게 해결할 수 있는 상황을 우리 어른들이 더 나쁘게 만들어버리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따뜻한 관심이다. 부모들이 자녀를 믿고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조금만 표현해주고, 선생님이 학생을 인정하고 존중한다는 것을 느끼게 해 준다면, 스스로 충분히 잘 할 수 있는 아이들이다. 우리가 건네줬던 장미꽃와 초코빵은 아이들에게 사랑이자, 희망이고, 용기였다.

이젠 잔소리와 무관심을 거두고 아이들에게 한발짝 다가가보자. 부모님도, 선생님도, 언니, 오빠들도.. 누구든 ‘SPO의 프로포즈’처럼, ‘Oh(5) No! 운동’처럼, 오늘 장미 꽃 한 송이와 초코빵을 들고 정성스럽게 적은 손편지와 함께 우리 아이들의 마음에 노크를 해보자. 소중한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