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뜻을 알자
칼럼-뜻을 알자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6.09.19 18:43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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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익/전 경남과학기술대학교 토목공학과 겸임교수
 

전경익/전 경남과학기술대학교 토목공학과 겸임교수-뜻을 알자


세상사는 의미로 가득 차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것을 그냥 흘려보낼 뿐이지만 눈여겨보고 뜻을 찾아내려고 하면 많은 것이 보이는 법이다. 사회라는 것은 뜻이 교차하는 무대다. 그래서 대자연계는 뜻의 공연장이라고 할 수 있다.

인간의 행동에도 뜻이 가득 차 있다. 프로이드는 인간행동에 담긴 뜻을 분석함으로써 정신병을 치료했고, 칼 융 역시 인간행동 속의 원형을 찾아냈다. 훌륭한 의사는 환자의 태도를 보고 즉각 병을 알아내기도 한다. 제갈공명은 산 위에서 적진을 바라보고 약점을 찾아내어 전투를 승리로 이끌었다. 무술의 고수는 적이 움직이기 전에 그 상태를 살펴 어디로 공격할지를 안다. 이소룡은 적이 움직이기 전에 어디에 공격해올지 미리 알고 있었다고 한다. 노련한 형사는 살인 현장을 보고 지나간 정황을 알아낸다. 경제 전문가는 회사의 상태를 점검하며 미래를 전망할 수 있다. 과학자 뉴턴은 사과가 나무에서 떨어지는 것을 보고 만유인력을 발견했다. 이 모든 것이 뜻을 읽은 데서 비롯되었다. 뜻을 이해하는 데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 방법은 훈련해야 한다. 그래서 모든 사물은 뜻을 함유하고 있기에 그 자체가 이미 좋은 정보이다. 우리는 그저 잘 살피고 생각하면 된다. 예를 들면 철학자들은 ‘모든 인간은 죽는다’라고 말한다. 너무나 보편적인 말이지만 철학자들이 이렇게 말하는 것은 생물체의 보편적 법칙을 알고 있기 때문에 그렇게 말하는 것이다.

사람이 안다는 것은 뜻을 알고 있다는 것이다. 유능한 어머니는 어린아이의 울음소리를 듣고 그 마음을 알아낸다. 예민한 여자는 남자가 무슨 마음으로 다가오는지를 쉽게 간파한다. 이 모든 것이 바로 그 뜻을 알기에 가능하다. 하지만 세상에는 뜻을 모르고 뜻 없이 살고 있는 사람이 허다하다.

사람이 책을 읽으며 공부를 하는 것은 뜻을 알고자 함이다. 영어공부를 열심히 하는 것은 미국 사람과 대화할 때 그 뜻을 알고 함이 아닌가. 축구 감독은 선수들이 뛰는 것을 보고 지시를 내리는데, 선수들의 움직임에 모종의 뜻이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쉽게 지시할 수 있다.

우주는 생겨날 때부터 이미 뜻을 가지고 태어났다. 그리고 그 뜻 때문에 자연현상이 있는 것이다. 인생도 뜻이 있다. 특히 인간은 다른 생물처럼 막연히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가치 있는 일을 위해 움직인다. 삶에는 무슨 뜻이 있는가? 이는 철학적 질문이다. 그 사람의 건강은 어떠한가? 이는 의학적 질문이다. 그 사람은 얼마의 재산을 가지고 있는가? 이는 경제적 질문이다.

여기에 한 사람이 있다. 그는 이미 많은 뜻을 가지고 있다. 자식이 있다면 아버지라는 뜻이다. 돈이 많다면 부자라는 뜻이다. 나이가 많으면 늙은이라는 뜻이고, 잘 생겼으면 미남과 미녀라는 뜻이다. 공자라는 존재는 무슨 뜻을 가지고 있는가? 바로 성인이라는 뜻이다. 그래서 우리는 살면서 계속 자신의 뜻을 높여나가야 한다.

가수는 노래를 잘 하기 때문에 팬들이 모인다. 아인슈타인은 인류 최고의 과학자였다. 모차르트는 위대한 음악가다. 안중근 의사는 대한민국을 침범한 일본에게 일침을 가해 민족정신을 드높였다. 사기를 쳐서 잘 먹고 잘사는 사람은 하늘이 볼 때 악인이다. 돈은 많은데 인격이 없는 사람은 존재의 가치가 아주 작을 것이다. 용감한 사람은 정의의 편에 서서 싸울 수 있다. 자신의 이익만 챙기는 사람이나 저만 잘났다고 뽐내는 사람은 아직 인생의 뜻을 모르는 사람이다.

소크라테스가 ‘너 자신을 알라’고 했던 것은 자신의 뜻을 알라는 의미다. 호랑이는 힘세고 재빠르고 날카롭고 무늬가 아름답다. 그래서 호랑이 값은 아주 비싸다. 우리 인간의 가치는 얼마나 될까? 호랑이보다는 값이 더 나가야 하지 않을까? 그래서 인생의 뜻을 알아야 인생을 제대로 살고 있는 것이다. 공자는 만물의 뜻을 알고 오랜 세월을 노력했다. 나이 50에 인생에 뜻이 있음을 알고 기뻐하면서 ‘아침에 도를 깨달으면 저녁에 죽어도 좋다(朝聞道夕死可矣)’라고 했다. 세상은 뜻으로 가득 차 있다.

우리가 산다는 것은 바로 존재가치를 높이는 것이다. 그래서 존재가치는 인생의 목표라고 할 수 있다. 뜻 없이 평생을 살면 뜻 없는 사람이 된다. 뜻있게 산 사람은 뜻있는 사람이 된다. 뜻을 알고 나니 참으로 기쁘지 아니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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