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열며-자녀의 취미를 지원해 주세요
아침을열며-자녀의 취미를 지원해 주세요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6.09.19 18:43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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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임/한국폴리텍대학 진주캠퍼스 자동화시스템과 직업능력개발훈련교사
 

이순임/한국폴리텍대학 진주캠퍼스 자동화시스템과 직업능력개발훈련교사-자녀의 취미를 지원해 주세요


다들 여유로운 5일간의 추석 연휴를 보냈을 것이다. 하지만 추석이 끝나고 곧 중간고사를 봐야하는 학생들은 내신에 목매어 할아버지, 할머니 댁에 오지 못하고 학원에서 명절을 보냈다. 이젠 대학에 입학해도 끝이 아니다. 취업의 관문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2015년 7월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취업준비생의 34.9%가 공무원 임용 준비생이라고 한다. 여기에 교원 임용 준비생까지 포함한다면 40%이다. 이 수치가 정상적인 수치가 아니라는 것은 누구나 직감할 것이다. 이런 몰개성적인 직업선택에 있어서 생각해 보고 싶은 것이다.

필자는 한국폴리텍대학에서 직업교육에 종사하고 있다. 우리학교는 다양한 사람들이 입학한다. 아직 학교를 졸업하지 않은 고등학교 3학년 학생, 2년제, 4년제 대학을 졸업하거나 중퇴한 학생, 특정한 직업에 종사하다 온 학생들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모인다. 그들과 대화를 하다 보면 부모님에 의해서 원하지 않는 고등학교에 진학하고 대학에 진학했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게 된다. 당연히 미성숙한 자녀의 진로를 잡아주는 것은 부모의 의무일 것이다. 하지만 그 진로가 정말 자녀의 특성과 성향을 생각한 진로인지는 의문을 가져 보고 싶다.

부모 세대는 80~90년대 인기 있었던 직업관을 가지고 당신의 자녀들에게 도입하려하고 이와 더불어 불안한 경제상황은 안정적인 공무원의 인기를 더 올려주고 있다. 그리고 하나 더 포함 시킨다면 우리 사회의 유교와 관료주의 관습으로 인해 공무원, 교원 같은 직업군이 한층 더 각광받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 외에도 많은 사회적 문제로 인해 취업이 힘들어지고, 제도적으로도 뒷받침되지 않은 상황으로 청년들이 취업에 힘들어하고 있으며, 이 문제는 지금 우리 세대가 풀어야할 중대한 과제가 된 것은 분명하다.

난 학생들에게 취미를 물어보고 있다. 대다수의 학생들이 너무 평범한 취미를 가지고 있다. 게임, 독서, 음악 감상, 영화 감상, 운동.(구체적인 운동 종목을 적은 학생들은 그 중 다행이다.) 나의 학생들의 취미는 이렇게 분석된다. 취미가 없구나, 흥미로운 것이 없구나.

요즘처럼 미디어가 발달하고 주변을 돌아보면 재미있는 것이 너무나 많은 시대에 대한민국에서 학창시절을 보낸 나의 학생들은 그들의 마음을 빼앗아줄 것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왜, 찾지 못했는가? 대한민국은 대부분의 학생들에게 좋은 대학에 가야한다고 한다. 학생들에게 수능 1%에 들어야 한다고 강요한다. 이런 상황에서 부모들은 자녀가 취미를 찾고, 취미를 즐기는 것 보다 입시학원에서 수능문제를 풀고 있는 것을 선호하지 않는가.

학생들의 취미와 취업에 무슨 연관이 있는가? 직접적인 연관성은 없을 것이다. 학생들에게 다양한 분야에 흥미를 가지게 해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 다양한 분야에 관심이 있어야 성인이 되어 직업을 선택할 때도 다양한 직업군에 도전해 보지 않겠는가. 청년의 40%가 공무원이 되겠다는 사회가 정상인지, 다양한 분야에 청년들이 도전하는 사회가 정상인지는 논할 필요가 없다.

청년들이 새로운 직업에 도전하지 않는 사회는 도태 될 것이다. 기성세대들은 열심히 도전하고 일하며 우리 사회를 발전시켰지만 그들의 자녀들은 부모의 사랑과 관심이라는 명목 아래 안정적인 것만을 추구하게 한다면 더 이상의 우리 사회의 발전은 기대하지 못할 수도 있다.

우리의 공교육은 성적으로 줄을 세우고 대학은 서열로 줄을 세운다. 여기에서 낙오된 청년들은 너무 어린 나이에 패배자가 된다. 더욱더 이런 학생들에게 취미가 필요하다. 학교 성적이 전부가 아니라고, 너도 누구보다 잘 하는 것이 있다고 느끼고, 자각시켜 주고 싶다. 패배의식이 학습되지 않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
요리도 만들어 보고, 전기도 만져보고, 기계도 만져보고, 못질도 해보면 좋겠지만 아직 우리의 학교는 이런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고 있다. 우리 사회 어디서도 학생들의 취미와 여가를 신경 써 주지 않고 관심두지 않는다.

공교육이 튼튼한 대표적인 나라 중에 핀란드가 있다. 학교에서 공부하는 시간이 현저하게 작지만 교육의 질이 가장 높은 나라 중에 하나이다. 핀란드 교육에서 왜, 학교에서 학습시키는 시간이 짧은지 물어봤다. “학생 개인의 시간을 충분히 주기 위해서”라고 답한다. 학생들은 그 시간에 취미를 익히고 친구와 놀고 성인이 되기 위해 다양한 경험을 하기 때문에 학생들에게 자유 시간을 많이 부여해야 한다고 한다. 그리고 핀란드 교육 정책 또한 학생들의 취미를 지원하기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하지만 핀란드의 이야기는 정말 먼 나라 이야기다. 우리 사회에는 이를 대체할 방안은 없는가? 난 직업교육이 대신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아직 진로를 선택하지 못했다면 직업교육의 문을 열어볼 것을 추천한다. 비싼 학비를 내지 않아도 다양한 직업교육을 받을 기회가 있다. 패션 디자인, 건축 디자인, 요리, 컴퓨터 관련 부분 그리고 전통적인 기계, 전기, 전자, 설비 분야 등 다양한 부분의 직업교육 서비스가 우리 주변에 있다.

이제 우리 교육도 모습을 변화해야 할 시점에 와 있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공교육은 길을 잃은 모습이다. 그래서 더 다양한 직업교육을 계발하고 더 많은 직업교육의 기회를 청년들에게 부여해야 하지 않겠는가.

여기에는 우리 사회의 의식의 변화도 함께 따라야 할 것이다. 정규교육을 받은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듯 직업교육을 받은 것도 국민의 당연한 권리라는 것을. 그리고 우리 사회가 의사, 판사, 검사, 변호사, 선생, 공무원 같은 전통적인 직업을 가져야 성공한 인생이 아니라는 것도 함께 변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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