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열며-섬이 육지로
아침을열며-섬이 육지로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6.09.20 18:54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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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영/소설가
 

강영/소설가-섬이 육지로


나의 시댁은 무인도 같은 아주 작은 섬이다. 횡단 길이 1킬로미터 정도, 종단 길이가 약 3킬로미터가 될까 말까 한다. 나의 눈대중이긴 하지만 실제로 자로 재도 거기서 거길 것이다. 현재 상주하는 주민이 열 명 안팎이다. 주변으로 고 김대중 대통령님의 생가가 있는 하의도가 조금 멀리 있고 상태도, 안좌도, 장산도, 등이 포진해 있다. 시댁에 도착하려면 나의 집이 있는 경기도에서 출발해서 목포에 도착하고 배로 1시간 정도 달리면 안좌에 도착하지만 나는 더 타고 간다. 2시간을 가서야 장산에 내려서 새마을호라는 작은 여객선을 타고 30분 가서 시댁에 도착한다.

내가 복이 많은 건지 나의 시어머니는 기어이 뭍으로 나오지 않으려고 해서 명절마다 국토를 종단하는 여행을 20년을 넘게 꼬박꼬박 해오고 있다. 그 20년간 어머니를 나오게 하려고 별짓을 다 했다. 경기도 농촌에다 밭까지 딸린 집도 마련해드려 봤다. 겨우 한 계절을 견디고 보따리를 싸고 다시 고향으로. 내가 사는 이웃에 자그마한 집을 장만해드렸는데도 반응이 시컨둥하더니 단 한 달을 못 견디고 이번엔 야반도주를 하셔서 당신의 집이 있는 그 작은 섬으로 돌아가셨다. 호랑이띠인 시어머니는 아직도 그래서 호랑이처럼 섬에서 홀로 사신다.

급기야 남편은 경기도의 자기 명의로 된 집을 팔고 어머니가 그래도 제일 익숙한 곳인 목포에다 집을 사주기로 마음을 먹었고 나에게 의견을 제시했다. “참말로 빌어묵을 생각밖에는 몬 한다카이! 서울 쪽으로 못 와서 난리인데 수도권 집을 팔고 그 끄트머리다 집을 사?” 일단 퉁박을 놓긴 했지만 명절마다 국토를 종단하는 일에 질리긴 나도 마찬가지였다. 그렇다면 수도권의 집을 팔지 않고 목포에다 집을 장만하면 되는게 문제였다. 아무리 지방이라 싸다고는 해도 최소 5~6천만 원은 잡아야될 텐데. 걱정이 태산이었다.

이번 추석에도 어김없이 새벽 두 시에 출발해서 시댁에 가서 저녁을 먹었다. 저녁 맛은 그야말로 꿀맛이다. 하루 종일 얄라궂은 매식으로 끼니를 대충 떼우다가 시어머니의 정성어린 집밥을 먹는다고 생각해 봐라, 말이 필요없다. 배가 터져라고 먹은 남편이 볼록나온 배를 슬슬 쓰다듬으며 “쪄그 안좌까지 연결되는 다리 공사가 늦어도 후내년까지 완공 된다네”하는 소릴 들으면서도 별생각이 없고 오직 목포에다 쌈직한 집을 장만한다는 궁리밖에 하지 못했다. 그 점에선 남편도 별로 영양가 있는 생각을 못했던 모양이다.

내가 조금 정신을 차린 건 호랑이띠 시어머니가 호랑이답지 못하게 잔소리를 하고 난 후였다. 오나가나 식구들 끼니 걱정은 내 차지다. 차례 지낸 생선으로 찌개를 하려고 냄비에 물을 붓는데 “아, 머단시 물을 그리 마이 붓고 그려? 쪼깐만 부셔!”시어머니가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게 아닌가. 이에 화가 난 내가 “찌개에 물붓는 것 정도는 이제 내한터 마끼시요!!” 해부쳐 버렸다. 니미럴, 자기가 호랑이띠면 단가, 나도 이래뵈도 강고집이지 않은가 말이다. 이에 나는 이런 제길, 이제 목포집이고 나발이고 국물도 없다고 다짐을 했다.

돌아오는 길에서도 남편은 안좌까지 다리(새천년대교) 공사가 내후년엔 완공된다고 중얼댔다. 덧붙여 우리 시댁까지는 안좌에서 이제 20분만 배타고 가면 된다는 말을 반복하면서도 문제해결의 실마리인 목포집 마련이라는 데엔 접근 못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작가인 내가 시인인 남편보다 잔머리가 잘 도는데 내가 차제에 문제해결을 해버렸다. “목포에다 집을 산다고 어머니가 거기에 정을 새롭게 붙일 사람도 아니네. 그렇게 우리집 가기가 쉬워지면 우리집을 현대식으로 리모델링하믄 쓰겄네!!!” 지금까지 우리는 새천년대교의 완공을 자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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