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설물 유지관리 기법의 발전
시설물 유지관리 기법의 발전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1.12.19 19:0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유석형/경남과기대 건축공학과 교수
최근 ‘지진가속도계측기 설치 및 운영기준’이 소방방재청에서 고시 되어 기준에 지정된 국가 주요 시설물들은 지진가속도계측기를 설치하여 지진과 같은 재난 시 시설물의 안전성 여부를 신속하고 정확하게 파악 할 수 있게 되었다. 이는 과거 비파괴검사와 육안조사 또는 기술자의 경험에 의존하던 시설물 조사 기법보다 매우 과학적이고 합리적이며 선진화된 시설물 유지관리 기법이다. 이로써 시설물 유지관리에 대한 신뢰도와 안전성을 높이고 관련 연구 및 산업이 활성화 될 전망이다.

근래 시설물들은 점차 대형화하고 복잡한 구조형식을 취하고 있어서 직접 육안으로 손상유무를 파악하기 어렵다. 종래에는 시설물의 상태를 조사하기 위해 슈미트해머, 철근탐사기 등과 같은 비파괴 장비를 갖고서 직접 시설물의 제한된 위치에서 조사하고 조사하지 못한 부분은 추측할 수밖에 없었다. 오늘날과 같이 시설물이 대형화하고 복잡해지는 상황에서 종전의 비파괴 방법은 더욱이 실효성이 떨어진다.

따라서 근래에 구조물의 특정부위에 진동측정기를 상시 설치하고 유사 시 이곳의 진동신호를 분석하여 구조물 전체의 손상정보를 파악할 수 있는 소위 헬스모니터링 기법이 꾸준히 연구되어 토목구조물은 이미 상용화 단계에 있으나 건축물의 경우 이제 실용화 초기 단계에 있다. 헬스모니터링 기법은 손상검출을 위하여 사람이 일일이 찾아다닐 필요 없이 가속도계측기로부터 측정된 구조물의 응답신호에서 자동으로 손상위치와 정도를 신속하고 정확하게 알 수 있게 해준다.

이와 같은 헬스모니터링 기법이 좀 더 일찍 실용화되어 시설물 유지관리에 사용되었다면 과거 성수대교나 삼풍백화점 참사와 같은 비극을 사전에 막을 수 있었으리라 생각한다. 구조물 어느 구석에서 결함이 발생하면 구조물의 강성이 변화하고 이는 건전상태와 다른 진동특성을 지니게 된다. 손상으로 변화된 진동신호를 건전상태 신호와 비교하고 손상의 위치와 정도를 파악하는 과정까지 프로그램화함으로써 재난에 대한 신속한 대응이 가능한 것이다. 얼마 전 서울의 테크노마트 39층 짜리 빌딩이 알 수 없는 원인으로 심하게 흔들려 입주민 뿐 아니라 많은 시민들을 두렵게 하였다. 대형건물인데다가 복잡한 구조를 갖고 있어서 전문가들도 쉽게 원인을 예측할 수 없었다. 정확한 조사결과가 나오기까지 사용을 정지 시킬 경우 하루에 30억에 달하는 경제적 손실을 감당하여야 하는 상황이었다. 다행히 원인은 구조적 결함에 의한 것이 아니고 12층에서 단체 운동 시 발생한 진동수와 건물의 고유진동수가 일치하면서 공진현상에 의한 것임이 밝혀졌다. 만일 헬스모니터링시스템이 구축되어 있었다면 신속하고 정확하게 손상정보를 파악하고 신뢰성 있는 조치가 가능하였을 것이다.

헬스모니터링 시스템은 가속도측정계측기, 데이터 송수신장치, 신호처리부, 응답신호로부터 손상을 식별하는 과정 등 여러 단계로 구성 되어 다양한 분야의 기술이 융합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이들은 대부분 첨단기법과 복잡한 수학적 이론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구조물의 진동응답신호로부터 구조물의 정보(손상위치와 정도)를 파악하는 기법은 역해석(inverse analysis) 이론으로서 당초 나사(NASA)에서 우주선의 기체결함을 파악하기 위하여 개발된 이론을 건축·토목 구조물에 적용한 것이다. 또한 최근 전자공학분야에서 인공위성사진 분석이나 지문인식 등에 사용하는 웨이브렛변환 기법도 시설물 손상식별에 활용할 수 있다. 

기준이 고시된 2010년 9월 이후 현재 설치대상 시설물 중 거의 대부분이 가속도계를 설치하였으나 건축물은 설치를 안 한 곳이 많다. 시행초기라서 아직은 대상시설물을 국가주요시설물에 한정시키고 있으나 점차로 대형 고층 민간시설물에 까지 확대할 예정이다. 헬스모니터링은 이와 같이 대형 고층구조물에만 적용할 것이 아니라 유지관리 시 함부로 손대기 어려운 우리의 전통문화재로 지정되어 온 목조건축물에도 확대 시행할 필요가 있다. 과거 단순기술을 요하던 시설물 유지관리 업무는 이제 첨단 기술을 활용하게 되어 현재 우리의 생활터전을 지켜줄 뿐 아니라 과거 선조들의 문화유산까지 돌보게 되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