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민요와 한국인의 삶/경남 민요를 중심으로(6)
칼럼-민요와 한국인의 삶/경남 민요를 중심으로(6)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6.09.21 18:25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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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창교/문화재청 무형유산지기ㆍ진주문화원 향토사 실장ㆍ진주향교 장의
 

정창교/문화재청 무형유산지기ㆍ진주문화원 향토사 실장ㆍ진주향교 장의-민요와 한국인의 삶/경남 민요를 중심으로(6)


지난시간에 이어서 민요 중 경남의 민요를 장르별로 그 전승 배경과 특징들을 살펴보도록 한다.

경남의 민요 속에는 경남 사람들의 애환들이 잘 간직되어 있다. 경남의 소리는 이른바 ‘메나리토리’라는 음악적 공통인자를 지니고 있다. 그러나 경남의 소리가 그렇게 단조로운 것만은 아니다. 예술, 특히 민요는 그것이 생성 발전되어 온 자연 환경이나 문화 현상 등에 절대적인 영향을 받게 마련이다. 경남은 어느 지역보다 산지, 평야, 해안이 조화롭게 형성되어 있다. 따라서 산촌, 농촌, 어촌 등에 따라 독특하고 다양한 민요들이 풍성하게 전승되고 있다.

생활 속에서 민요를 불러야 하는 당위성의 원리를 발견해 내는 작업은 민요의 실상을 이해하는 첩경이 된다. 민요를 가창하는 당위성은 그것을 즐기고 노래하는 사람들이 살고 있는 자연 환경, 의·식·주, 생산 활동, 기타 삶의 여러 가지 형태 등에 따라 다양한 형식과 내용으로 표현된다. 그러므로 그것은 가창의 형식이나 음악적 가락에서 찾을 수도 있고, 일·제의·놀이·춤 등과의 관련성에서 찾을 수도 있을 것이다.

전통 사회 속에서 민중들은 삶을 이어가기 위한 여러 가지의 일, 일생을 살면서 거쳐야 하는 의식, 놀이, 여가 등 여러 가지 모습으로 그들의 삶을 펼쳐 왔다. 이러한 삶의 구비 구비마다 민요를 불렀으니, 경남 지방은 농촌, 어촌, 산촌 등에 따라 일에도 차이가 있어 노래도 다양하게 발전하였다.

경남의 민요를 장르별로 감상하며 그 전승배경과 특징들을 살펴본다.

민요 유형별로 보면 기능요와 비기능요로 대별할 수 있다. 기능요에는 노동요, 의식요, 유희요 등으로 나누고, 비기능요는 가족관계요 외 여러 가지로 나눌 수 있다.

노동요로는 농업노동요, 어업노동요, 잡역노동요 등이 있고, 요사의 내용이나 가창법도 각양각색이다. 의식을 행하며 부르는 의식요도 세시의식요와 장례의식요 등이 있는데, 특히 세시의식요는 지신밟기소리가 유명하다. 유희요는 남부, 서남부의 해안 도서지방에서 많이 불러 왔는데, 무용유희요, 승부유희요 등 여러 가지가 있다. 그밖에 여가 틈틈이 부르는 것으로, 노래 자체를 즐기기 위해 부르는 민요도 많이 있다.

이제 이들 민요 가운데 경남 지역의 특성을 비교적 잘 드러내고 있는 것들을 유형별로 살펴본다.

본고에서 검토한 자료는 한국구비문학대계, MBC ‘한국민요대전’, 류종목의 ‘경남의 민요 지역해제’에서 조사한 자료들임을 밝혀 둔다.

첫째, 노동요인데, 이에는 농사노동요와 어로노동요, 잡역노동요, 그 외 여러 노동요가 있다.

노동요로서 가장 많이 들을 수 있는 것은 농사노동요이다. 이는 우리 민족이 일찍부터 농경민족으로서 농업을 생업의 주요 수단으로 삼아 왔기 때문일 것이다.

논농사노동요로서 특이한 것은 밀양 지역에서 전승되고 있는 <모밟는소리>와 같은 것이다. 이 노래는 다른 지방에서는 별로 채록된 사례가 없는 민요로서 이른바 전형적인 메나리조의 소리로 매우 흥취 있는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

겡자리를 캐어서 못자리를 만든 후 모가 한 뼘 이상의 크기로 성장하고 나면 모를 옮겨심기 위해 모를 찐다. 물론 이 때도 노래가 있다. 모찌기소리는 일반적으로 메기고받기식(선후창식)이나 주고받기식(교환창식)으로 가창한다. 일꾼들은 본격적으로 모심기에 들어가는 것이다. 경남의 모심기소리는 주고받기식으로 가창하는 것이 일반적인 양상이다. 그러나 거제, 통영, 고성 등지에서는 메기고받기식으로도 가창한다. 모심기소리가 다양하게 전승되어 왔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므로 그 명칭도 ‘정자’(밀양), ‘등지’(고성), ‘등가’(하동), ‘등개(사천)’ 등 여러 가지로 불리고 있다. 모심기소리를 중심으로 한 고성농요가 중요무형문화재 제84-1호로 지정된 것은 이러한 의미에서 볼 때 우연이 아닐 것이다. 모심기소리는 일을 시작하는 아침나절에는 길고 여유 있게 부르지만 점심때나 저녁 무렵 등 일을 마치기 전에는 짧고 빠르게 부른다.

<밀양 모심는소리>를 들어보자.

‘서울이라 남정자야 점슴참도 늦어가네/참쌀 닷말 멥쌀 닷말 일고 나니 뱁이 오네/ (중략) /이 논배미 모를 심어 잎이 넙어서 장화로다/우리야 부모 산소등에 솔을 심거 장화로다’

모심기소리가 널리 가창되고 있는 데 반해 논매기소리의 전승 상태는 그리 양호한 편이 못 된다. 논매기소리는 그 후렴에 따라 <상사소리>와 <궁굴레소리> 등 여러 가지가 있으나 내용은 일의 독려, 권농 등 지시적 가사가 중심이 되어 있고, 그 밖에 신세 한탄, 흥취, 잡사 등 자신을 스스로 달래기 위한 자위적 가사도 있다. 경남의 논매기소리는 메기고받기식으로 부른다. 이 점 또한 전남지역의 그것과 다른 부분이다. 밭농사노동요로서 가장 흔히 들을 수 있는 것은 <밭매기소리>일 듯하다. 특히 함양, 산청, 거창 등 서북부 지역에서는 밭매기소리가 비교적 널리 전승되고 있다.

다음시간에는 경남지역의 <보리타작소리>에 대하여 알아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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