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목구멍이 포도청
기고-목구멍이 포도청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6.09.22 18:16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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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훈/ 마중서 수사과 형사4팀 순경
 

김정훈/ 마중서 수사과 형사4팀 순경-목구멍이 포도청


“목구멍이 포도청”이라는 말이 있다. 굶어 죽지 않으려면 포도청을 드나드는 일이라도 어쩔 수 없이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생계형 범죄를 가장 잘 나타내는 말이 아닐까.

장기간 불경기가 지속되고 실업증가, 소득감소 등으로 서민들의 생계가 크게 위협 받고 있고, 절도사건 4건 중 1건이 생계형 절도라는 통계가 말해주듯, 마트에서 라면, 분유 등 생활용품을 훔치는가 하면, 시장에서 파는 야채와 생선을 훔치고, 심지어는 배달된 우유까지 훔쳐 먹는다. 이처럼 일자리가 없고, 일자리가 있어도 저임금, 임시직, 일용직이다 보니 생활고를 견디다 못해 죽지 못해 범죄를 저지르는 생계형 범죄가 늘고 있지만 이들을 둘러싼 처벌 또한 문제가 된다.

허드렛일을 하는 한 아주머니가 있었다. 내일이면 군대 갈 아들에게 뭔가 해주고 싶었지만 돈이 없어 할인점에서 점퍼를 훔치다 잡혔다. 처음 저지른 죄, 형법에 모정(母情)은 없었다. 하지만 딱한 사정이 고려되어 정상 참작되었다. 관용의 범위 안에서 사람답게 살 기회를 준 것이다.

생계형 범죄라고 해서 면죄부를 주어서는 안 되지만, 그렇다고 일반 범죄와 똑같이 처벌해서도 안 된다. 범죄경력도 없고,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노인과 같은 사회적 약자의 경우 경미범죄 심사를 통해 선처하고, 스스로 생계를 이어갈 수 있는 국가차원에서 발판을 마련해 주어야한다.

또한, 우리들도 생계형 범죄자를 경계하고 먼 산 불 구경 하듯이 할 것이 아니라 함께 더불어 살아야 할 이웃으로 여기고 고통을 함께 느끼며, 따뜻한 나눔과 배려의 생각을 갖는다면 생계형 범죄라는 용어 자체가 없어질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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