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재철/진해경찰서장 총경
하재철/진해경찰서장 총경-옷핀의 의미
지난 주 진해경찰서에는 신임순경 10명이 임용을 받아 경관으로서 근무를 시작했다. 발령 신고식 날, 나는 경찰서장으로서 신임 순경들에게 명함과 함께 작은 옷핀 하나를 선물을 나누어 주었다. 축하인사와 함께, 나에게는 특별한 사연이 있는 옷핀의 의미를 설명했다.
지금으로부터 26년 전 필자가 경찰관으로서 첫발을 떼던 경위 임용식 날, 학교로부터 작은 옷핀 하나를 선물 받았다. 언젠가 요긴하게 쓰일지 모르니 안주머니에 꼭 넣어두라는 당부도 있었다. 큰 선물을 기대하진 않았지만, 이제 막 경찰간부가 되려는 사람에게 옷핀은 뜬금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내 옷핀의 진가를 알 수 있었다.
사람들은 일을 처리할 때 큰 부분에만 관심을 갖고 작은 부분은 소홀히 하는 경향이 있다. 혹자는 작은 일은 묻어두는 것이 대범함의 척도로 생각하기도 한다. 하지만, 중국 송나라 유학자 구양수가 ‘禍患常積 於忽微’(불행과 걱정은 작은 것을 소홀히 때 생긴다)라고 했듯, 작은 것을 꼼꼼하게 준비하고 살펴야 실수가 없다.
경찰관이 맞닥뜨려야 하는 상황은 대부분 예고없이 급박하게 발생한다. 사전에 철저히 준비하고 대비하지 않으면, 갑작스런 상황에서 제대로 대응할 수 없다. 경찰관 중에서 높은 지위까지 올라간 간부 중에 간혹 ‘김순경’라는 별명을 얻는 분들이 있다. 그들은 초심을 잃지 않고 작은 것이라도 세심하게 살폈기 때문에 높은 지위에 오를 수 있었고, ‘김순경’이라는 별명을 부끄럽게 여기지 않았을 것이다.
26년 전 필자에게 뜬금없었던 옷핀은 10명의 신임 순경들에게도 뜬금없는 옷핀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나와 마찬가지로 옷핀의 의미를 깨닫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다. 언젠가 옷핀의 의미를 바라며, 작지만 소중한 기본과 원칙을 바로 알고 행동하는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경찰관이 되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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