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갑질, 범죄입니다
기고-갑질, 범죄입니다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6.09.26 18:19
  • 15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평규/김해서부경찰서 정보보안과 정보계 정보관
 

정평규/김해서부경찰서 정보보안과 정보계 정보관-갑질, 범죄입니다


“진정으로 그의 인격을 시험해 보려거든 그에게 권력을 쥐여줘 보라”-에이브러햄 링컨

갑을관계는 권력에 의한 상하관계라는 의미로, 2010년대 이후부터 대한민국의 신조어이다. 이런 의미로 쓰일 경우 높은 지위에 있는 자를 갑(甲), 낮은 지위에 있는 자를 을(乙)이라 한다.

그동안 갑을 문제는 민주화와 경제 문제 등 다른 요소에 밀려 그리 주목받지 않았다가 2010년대에 들어와 속칭이 라면 상무라 불리는 포스코 임원 기내 승무원 폭행 사건을 계기로 문제 제기가 되기 시작했다. 이는 '모든 인간은 평등하다'라는 인식이 틀어박힌 한국인들에게 엄청난 컬쳐 쇼크로 다가왔는데, 민주주의가 수립되고 나서 아예 없어질 줄만 알았던 신분제도가 갑과 을이라는 다른 이름으로 부활하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보통 수많은 갑질이 자행됨에도 불구하고 갑질하는 사람들은 정작 자신이 '갑질을 했는지'에 대해 자각조차 하지 못한 사람들이 많다. 설령 ‘갑질을 했다고’ 스스로 뒤늦게 인식했을지라도 상황에 따라 어쩔 수 없었다, 그 상황에서라면 누구라도 그렇게 행동할 것. 혹은 그렇게 행동하지 않으면 나의 권리가 침해당하거나 상대방이 나를 우습게 볼 수 있다. 혹은 법규 규칙 등을 통해 그렇게 행동하여도 된다고 알고 있었메뉴얼이나 교육 등으로써 ‘특정 행동이 갑질에 해당한다’라는 인식을 체계적으로 무디게 만드는 것이다.

혹은 내가 그보다 더 높은 지위인데 그렇게 행동하는 게 뭐가 잘못되었느냐, 꼬우면 그 사람이 나처럼 지위가 높든가 등으로 피해자의 입장은 제대로 헤아리지 않은 채 자신의 입장에서 얼버무리거나 정당화하는 경우도 흔하다.

사실 어떤 나라를 가도 서열은 있지만, 한국에서 더더욱 두드러진 까닭이 있다. 대한민국에서 민주주의가 그나마 모양새를 갖추기 시작한 때가 20세기 말로, 서구권에 비하면 수백 년이나 뒤처진 상태다. 민주주의가 제대로 돌아가기 위한 조건 중 하나가 개개인에 대한 존중인데, 그전까지 수천 년동안 자리잡고 있던 수직적 집단주의 문화를 바꾸려니 성장통이 안 생길 수가 없는 것이다. 되려 개인주의를 잘못된 방향으로 해석하여, 상대방에 대한 존중은 배제되고 자신의 위치에 대한 대접만 우선시하는 사상으로 받아들이기도 한다.

그러나 갑을관계는 명백하게 사라져야 한다. 예를 들면 부모자식관계에서도 마찬가지이다. 갑을이 아니어야 하는데 막장 부모 문제나 패륜 문제도 있고, 꼭 막장이 아니더라도 대부분의 집안에서는 돈 쓰는 문제에서 부모와 자식이 평등하지 않다.

예를 들어 부모는 아이의 잘못을 지적해도 되지만 아이들은 부모의 잘못을 언급조차 하면 안 되는 집들이 많다. 어머니나 아버지의 일방적인 잘못을 지적했을때 “니가 그렇게 잘났으면 우리집에서 나가!”나 “니가 입고, 먹고, 자는걸 누가 내주는데!”같은 적반하장을 한번이라도 듣지 못한 사람이 있을까? 현행법상 부모는 자식부양의 의무를 지고있고 아동심리학적으로도 아이들에게 해서는 안되는 발언이다. 지금은 갑이지만 언제든 을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져야 사회가 성숙해질 수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