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함양군민상 사태를 보며
현장에서-함양군민상 사태를 보며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6.09.27 18:33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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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철/제2사회부 부장(함양)
 

박철/제2사회부 부장(함양)-함양군민상 사태를 보며


지역에 기여한 사람을 기리자는 함양군민상은 40여년의 역사를 가진 ‘명예상’입니다. 그만큼 권위도 있어 수상자는 큰 영예로 여깁니다. 열린 추천과 심사를 거쳐 수상자를 공정 투명하게 선정해야 하는 건 재삼 강조할 필요도 없겠습니다.

올해 수상자로 선정된 이경신 회장에게 박수를 보냅니다. 고향발전을 위해 힘써온 그의 공과 애향심에 딴지를 걸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습니다. 다만 이번 군민상 수상자 선정 과정에서 애꿎은 피해자가 나오고, 그로 인한 여러 논란과 의혹들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은 꼭 짚어봐야 한다고 생각됩니다.

현재 함양은 군의회 해외연수 협찬금 사태, 함양농협 26억 횡령사건 재판, 함양산청축협 선거비리 재판, 함양리조트 회원 피해 사태 등 굵직한 사건들이 끝도 없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지역 토호와 기득권 세력의 이기심과 관행적 비리에 눈감는 인정주의가 만들어낸 그늘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이것이 집단이기주의와 불의의 고리를 끊어낼 수 없는 풍토를 만들어내 지역의 미래를 암울하게 하고 있는 겁니다. 아무리 불의한 일을 저질러도 ‘선후배 사이에 어떻게…’, ‘그만한 일에 뭘…’ 같은 의식이 주민들의 가슴에 자리 잡고 있는 한 ‘선비의 고장’이라는 명예를 되찾기는 요원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번 군민상 사태만 하더라도 오랫동안 불투명한 수상자 선정 과정이 계속돼도 잘못을 바로잡으려는 목소리가 적었기에 일어난 일입니다. 이번 사태의 전후 사정을 놓고 추론해보면 임창호 군수가 재외 향우 A씨에게 군민상 시상을 장담했는데도 수상자 선정과정에 특정 요인이 작용해 문제가 발생한 것으로 보입니다.
A씨에게 시상을 여러 차례 약속했으므로 최소한 군수는 자기 말에 책임을 지려고는 했을 겁니다. 그런데도 그가 지목한 사람이 탈락했으니, 사정이야 어찌 됐든 안팎으로 군수 체면이 땅에 떨어진 결과가 됐습니다. 그 과정에 소문대로 군수 측근 인사가 일정 역할을 한 게 사실이라면 함양군에는 군수 윗사람이 있는 셈입니다. 군수는 공개적으로 오른팔에게 제대로 한 방 먹은 겁니다.

주민들에겐 이번 사태가 집안 갈등에 애먼 사람이 다친 것으로 비칠 것은 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주민의 눈을 의식하지 않는 그들의 오만을 지켜보는 민심이 곱지 못한 것을 모르는지 무시하는지 알 수 없는 일입니다.

안 그래도 군수가 관련된 그 신문은 여러 가지 특혜 의혹으로 세간의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있는 형편입니다. 상황이 이렇다면 그 신문 관계자는 모든 일에 더욱 자중하고 신중히 처신하는 게 상식입니다. 그러나 ‘함양에는 군수가 세 명 있다’는 등의 소문으로 귀에 못이 박일 지경이니 함양으로선 큰 불행이 아닐 수 없습니다.

사태 후 군수는 A씨에게 문자로 사과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사후약방문이 아닐 수 없습니다. 고향발전을 위해 무게감 있는 활동을 하며 나름 자부심을 가졌던 A씨. 그는 이미 돌이킬 수 없는 명예 실추와 함께 자존감에 심대한 상처를 입었기 때문입니다. 그는 고향에 찾아오기 껄끄러울 만큼 ‘망신스럽다’고 합니다. 이를 누가 보상해야 합니까?

더구나 이번 A씨의 후보 추천은 30만 재외함양향우연합회에서 했다고 합니다. 재외향우를 상징하는 후보가 된 그가 고향에서 제대로 망신당한 거죠. 재외 향우들은 긴급회의를 갖는 등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져가는 듯합니다.

‘군민상’은 말 그대로 군민이 추천과 수상자 선정 과정에 일정 부분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장치를 마련해야 합니다. 그러면 지금처럼 수상자 선정과정이 불투명할 필요도 없습니다. 공개적으로 추천받고 투명하게 결정하는데 의혹이나 비리가 일어날 까닭이 없는 것입니다.

군민상을 군수와 측근 인물들의 복심으로 계속 좌지우지하고 싶다면 군민상이 아니라 ‘군수상’이나 ‘군수 측근상’을 주면 됩니다. 그들의 귀에는 이번 군민상 사태뿐 아니라 “특정인과 세력이 지역의 이권과 특혜를 ‘나눠먹기’하고 있다”는 군민들의 성토가 들리지 않는 걸까요? 별 이권도 없는 이런 문제마저 그들의 입맛대로 굴러가는데 큰 이권이 개입되면 오죽할까, 이런 생각 좀 안 드는 함양이라면 좋겠습니다.
박철/제2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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