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성-들국화 피는 사연
진주성-들국화 피는 사연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6.09.29 18:39
  • 14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윤위식/수필가ㆍ한국문인협회 수필분과 회원
 

윤위식/수필가ㆍ한국문인협회 수필분과 회원-들국화 피는 사연


‘생사고혜’(生死苦兮). 나고 죽음이 다 괴로운 것이다. 라는 뜻으로 삼국유사에 나오는 고승 사복이 노모가 죽자 원효를 불러 주검 앞에서 포살계를 지으라 했더니 ‘막생혜기사야고 막사혜기생야고’(莫生兮其死也苦 莫死兮其生也苦)라고 지어 올리자 말이 많다는 사복의 일갈에 ‘생사고혜’라고 줄였다. 이는 한양대의 정민교수의 세설신어에서 풀어 놓은 말로서 ‘태어나지 말지니 죽는 것이 괴롭나니 죽지말지니 태어남이 괴롭거늘’을 ‘죽고 남이 괴롭구나.’로 줄인 것이다. 생과 사가 한마디로 괴롭다는 사바세계를 불법의 경지에서 본 견해로서 억겁의 시공에서 시작과 끝의 사이를 촌각으로 보지만 생과 사의 사이에 있는 촌각에도 병들고 늙음이 있어 ‘생사병노’가 다 괴롭다는 인생의 고통을 말한 것이다.

그러나 불계와 속계의 차이는 음지에서 양지를 보는 것과 양지에서 음지를 보는 차이일 뿐...

어느 쪽이 고통이고 어느 쪽이 즐거움인지는 수용의 범위에서 자각할 뿐이다. 인간이 갖는 우주가 삼라만상이라면 우주가 갖는 더 큰 우주도 천태만상일 일게다. 그리도 많고 많은 형상 속에서 태어남은 축복이고 삶은 즐거움이며 늙음은 보람이고 죽음은 영광이다. 어찌 ‘생사고혜’라고만 하겠는가. 하루살이가 갖는 우주나 인간이 갖는 우주나 그 무한함은 다를 것이 없다. 게다가 우리는 함께할 내일을 준비하는 따뜻한 가슴을 가지고 있다. 땀 냄새는 휴식을 마련하고 설움은 환희를 잉태하며 고난은 행복을 출산한다. 어찌 가치 있는 삶이라하지 않겠는가.

잊었던 옛일들이 생각나는 계절이다. 어제의 고달픔이 오늘의 안식이 되고 지나간 날들이 행복인줄은 오늘이 있어서 즐거운 것이다. 여름이 머물다 간 자리에 하늘은 높아져 산야가 오색으로 물들면 풍요의 뜨락 저 편에서 들국화가 피어난다. 많고 많은 사람들이 있어서 좋고 함께하는 사람들이 있어 더 좋은데 더러는 고와질 어쩌다 미운 사람도 있어 감칠맛이 나는 세상이다. 더구나 마음까지 넉넉해지는 가을이 되면 묻혔던 정도 오롯이 살아나 가슴 진하게 고운 빛깔로 물이 든다. 그래서 정은 더욱 깊어가고 잊었던 옛 세월을 돌아다보게 하며 모르는 사람도 그리워지는 가을이오면 오가는 사람들이 마냥 그리워 언덕배기의 저만치에서 들국화는 피어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