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갑을관계, 이제는 진실된 인간의 관계로…
기고-갑을관계, 이제는 진실된 인간의 관계로…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6.09.29 18:39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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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봉기/진해경찰서 경무과 과장 경정
 

고봉기/진해경찰서 경무과 과장 경정-


갑을관계는 현대 한국 사회의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었다. 민주화가 진행된지 20년이 넘었음에도 불구하고 사람에 대한 존중이 아닌 계급적이고 폭력적인 관계가 지속되고 있다는 사실은 많은 한국인들에게 충격이었다.

오스트리아 태생의 철학자 마르틴 부버는 사람 사이의 관계를 2가지로 정의했다. “나와 그것의 관계.” 또 하나는 “나와 너”의 관계.

먼저 하나는 “나와 그것의 관계” 혹은 “도구의 관계” 이다. 이 관계란 타인을 그저 나의 욕망을 이루기 위한 도구일 뿐으로 취급하는 마음이다. 그들은 인격을 가진 존재가 아니다. 예를 들면 가게의 점원, 미용사, 택시 운전사 등등의 서비스업계에 일하는 사람들. 그들은 그저 어떤 일을 해주기 위해 존재할 뿐 내가 감정을 나누거나, 대화를 하거나, 진실된 관계를 맺을 수가 없다.

현대 사회에 존재하는 인간관계란 절대다수가 이런 관계다. 우리는 집에서 한 발자국만 밖으로 나가도 마트, 편의점, 택시기사 등등 제복 속에 감추어진 수많은 눈물들을 본다. 하지만 그들의 눈앞에서 돈을 계산하거나 서비스를 받으면서도 그들의 감정에는 조금도 공감하지 못한다.

예를 들어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투명인간 취급을 받는 경우가 많다. 인간이라기보다는 로봇이나 기계 같은 반열에 해당한다. 나는 순찰을 돌면서 이런 이야기를 하는 편의점 알바생을 만난 적이 있다.

“계산하고 지나가는 사람들은 계산대 앞에서 물건을 계산 합니다. 그러면서 계속 전화통화를 하고 있어요. 혹은 폰게임을 하기도 하죠. 우리한테는 무심히 돈만 내밀 뿐 눈도 안 마주칩니다. 그럴 땐 왈칵 눈물이 나곤 해요”

이런 인간관계에 익숙한 사람들은 제대로 된 친구를 사귀지 못한다. 상하관계는 있어도 대등하고 민주적인 관계란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접수원에게는 화를 내고 소리를 지르면서도 의사, 은행 임원, 직급이 높은 사람에게는 최대한 존경을 표하는 사람들도 본다.

이것은 인종과 계급과 특권의 어두운 면이 그 어느 시대보다 해로운 방식으로 드러나는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우린 그들의 영혼에 못할 짓을 하고 있을 뿐 아니라 우리 자신의 영혼에도 못할 짓을 하고 있는 것이다.

마르틴 부버가 주장한 또다른 관계는 “나와 너”의 관계이다. 그것은 사람 사이에 존재하는 평등하고 감성적인 관계이다. 눈앞의 상대란 나의 도구가 아니라 나와 대등한 인격체인 것이다. 열등감에 수축될 필요도 없고, 우월감을 과시할 필요도 없는 평온하고 따뜻한 관계에 해당한다.

이런 관계를 맺기 위해서는 눈을 마주치는 편을 추천한다. 그들의 슬픔에 같이 슬퍼하고, 기쁨에 같이 기뻐하고 진실된 관계를 맺어야만 한다. 마르틴 부버는 평생에 만나는 모든 사람과 진실된 관계를 맺지 않는다면 사람은 진정 행복을 알 수 없다고 했다. 그런 이유로 우리는 항상 눈앞에 있는 사람과 진실된 관계를 추구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그럴 때에야 갑을관계라는 차가운 말은 사라질 것이다.

“나에게 있어서 가장 소중한 사람은 바로 내 눈앞에 있는 당신입니다”-톨스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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