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열며-우씨는 가고 미르와 케이로
아침을열며-우씨는 가고 미르와 케이로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6.10.04 18:39
  • 14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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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영/소설가
 

강영/소설가-우씨는 가고 미르와 케이로


경남의 해안지역에 사는 친구와 통화를 했다. 엄살을 모르는 성실한 친구다. 아무리 어려워도 웃음을 잃지 않고 살아낸 친구다. 둘 다 차비가 없어도 수다를 떨며 박장대소로 어려움을 이겨낸 친구다. 그런데 그 친구가 비명을 질러댔다. “해도 해도 너무 심한 더위였어. 더위가 조금 물러가는가 했더니 이번엔 지진이 났는데...이건 공포인 기라. 너무 더워서 딱 죽는 게 좋겠다고 진심으로 죽은 사람을 부러워하고 있었는데 그기 거짓이였던 기라. 끊는 국솥의 국물이 파도를 치고 벽에 걸려 있던 요리기구들과 냄비가 달달거리고 세상이 갑자기 우는 울림에 나도 모르게 살려달라고 밖으로 뛰었제” 그리고 친구는 말을 잇지 못했다. 경기 북부에 사는 나는 속직히 지진이 난 사실을 잊고 있었다. 뒤늦게 상기하니 친구에게 더 미안해서 나도 말문이 막혔다. 얼마나 놀랐을까?

뭐라고 위로의 말도 못찾고 있는데 친구가 말을 이었다. “다 좋다. 다 좋아, 근데 우병우는 머꼬 말이다. 잘못이 있으모 시원하게 내려와야지 버티고 있으니까 내가 더 덥다, 더워. 그라고 최순실은 또 머꼬? 지진에다 저것들 하는 거 보는 게 더 짜증난다 말이다. 서민들이 지금 어떤 심정인지도 모르고 그라믄 안 되는 거 아이가 말이다. 비리 의혹이 있는 사람한테 소신을 지켜가라 카더이 이번엔 또 유언비어라카고, 하이고 쪼매 물러갔던 더위가 도로 와삤다” 나는 더욱 할 말이 없었다. 친구는 평소 정치 이야기는 좀처럼 안 하던 친구다.

친구가 화가 단단히 나 버린 모양이었다. 정치쪽 이야기를 먼저 꺼낸 게 처음이었다. 내가 슬그머니 말을 꺼내면 “고마하자, 다른 얘기도 많다 아이가” 웃으며 말하던 친구였다. 당연히 나는 놀랐다. 속으로는 해도해도 너무 했지. 해도해도 너무 한 일들이 줄줄이 떠올랐다. 남이 하면 불륜이고 자기가 하면 사랑이라곤 하지만 그래서는 국가의 기강이 그야말로 엉망진창이 되지 않을까? 야당쪽 사람들이 조금만 무얼 하려고 하면 물타기에다 술타기에다 온갖 덤터기를 씌우면서 자기쪽 사람들이 잘못하면 매번 적반하장이다.

애초 우병우를 물고늘어진 제이신문과 푸른기와집과의 무슨 썸을 탔는지는 모르겠다. 요 며칠간 보니까 우병우는 우 자도 없고 ‘거야’를 물고 늘어지고 있던데. 국내의 주요 신문과 방송을 모조리 장악하고 자기들 쪽 사람들의 잘못에 대해 한 마디라도 말할 것 같으면 생 난리를 피우는 ‘거여’의 행패를 물타기 하자면 국회의원 숫자가 겨우 몇 명 많은 야당을 거야 라고 몰아부쳐야 할 것이다. 그래서 마치 모든 잘못을 야당이 한 것처럼 몰고 가고 싶을 것이다. 그래서는 안 되는데, 그렇게 국민을 속이다못해 업신여기면 주권자인 국민이 가만 있을까?

솔직히 우리 국민은 미르와 케이가 뭐하는 데인지 모른다. 어느 서양 배우들 이름인지 그것이 먹는 건지 입는 건지 도무지 모른다. 그러나 각 재벌 계열사들이 미르와 케이에게 800억 상당의 거액을 내어 만든 재단이라는 걸 알고 나서는 분노가 일기 시작하는 것이다. 재벌들이 군소리 한번 못하고 쥐고 새도 모르게 거액을 모아서 갖다 바친 것이다. 우리 국민은 분노에 이어 짜증이 나버렸다. 800억이라는 돈이 얼마인지 가늠도 되지 않으면서, 그래서 더 화가 난다.

화가 나기론 돈을 낸 기업체에게 더 하다. 화가 나는 마음을 표현조차 할 수 없어서 더 그렇다. 내 아들이, 내 조카가, 내 동생이, 내 이웃이 그 재벌 기업체에 입사를 하는 게 일생일대의 꿈이 되어버렸는데 어떻게 정당할지언정 비판을 표현할 수 있는가 말이다. 하늘을 원망할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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