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 칼럼-구절초와 산청 한방약초 축제
한의학 칼럼-구절초와 산청 한방약초 축제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6.10.06 18:29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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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권/산청 동의본가 한의원 원장
 

김종권/산청 동의본가 한의원 원장-구절초와 산청 한방약초 축제


유거(幽居)

유거유미유수지(幽居有味有誰知)
일수향연양빈사(一燧香煙兩鬢絲)
숙주이소최석반(宿酒已消催夕飯)
만창풍우우제시(滿牕風雨又題詩)

한적하게 사는 재미를 알 사람이 뉘 있을까
한 가닥 향 연기에 실 같은 귀밑머리
간밤의 술도 다 깬지라 저녁밥 재촉하며
비바람 소리 가득한 창가에서 또 한 수 짓노매라

위문풍류국수재(爲問風流麴秀才)
중양기견국화개(重陽幾見菊花開)
금년청예진난적(今年靑蘂眞難摘)
천영분명백옥배(天影分明白玉杯)

물어보세 풍류 넘치는 술 벗님이여
중양절에 국화 핀 걸 몇 번이나 보셨던가
금년엔 푸른 꽃술 참으로 따기 어려워서
백옥 술잔에 하늘 그림자 분명히 비치는구나

여유 있는 계절 가을을 맞아 고려 말의 대학자이자 정도전의 스승인 목은 이색 선생이 지은 유거(幽居)라는 시를 감상해보자.

가을을 그저 덥지도 않고 춥지도 않은 계절이라고 표현하기에는 뭔가 아쉽다. 가장 넉넉한 계절이자 축제의 계절이며 또한 자연의 은혜를 만끽할 수 있는 시기가 일 년 중 바로 이맘때이다. 조금만 도시에서 벗어나면 들판은 벼가 노랗게 익어가고 산은 하얗게 한들거리는 것을 볼 수 있다. 산에 가득한 그 하얀 물결이 바로 구절초이며 이색 선생의 시에 등장하는 중양절의 들국화 또한 구절초를 말한다.

구절초(九折草, 九節草)는 구일초(九日草), 선모초(仙母草)라고도 하는데 이름대로 풀이하자면 아홉 번 꺾이는 풀 또는 음력 구월 구일 중양절(重陽節)에 꺾어 약으로 쓰는 풀이라는 뜻이다.

일본에서는 구절초를 조선들국화(朝鮮野菊)라고 하며 음력 9월 9일 중양절을 국화의 명절(菊の節句)이라고 부른다. 요즘 시골 마을에서조차 코스모스나 큰금계국 같은 외래종이 판치는 중에서도 구절초는 소박하고, 토속적이고, 정감이 넘치는 백의(白衣) 꽃으로서 생활 속의 민족 야생 국화로 자리 잡은 지 오래이다.

중양절(重陽節)은 홀수 구(九)가 겹친 날로 중구(重九)라고도 하며, 양(陽)이 겹친 날에 집안에 틀어박혀 있을 수 없는 양기(陽氣)가 뻗친 날이다. 겨울로 접어들기 전, 햇볕을 흠뻑 쬐어야 하는 날이다. 우리 조상들은 중양절에 들판으로 나가서, 남자들은 시를 짓고, 부인네들은 국화전을 만들어서 함께 먹고 즐겼다.

구절초는 예로부터 약으로도 많이 쓰였는데 중양(重陽)과 관련이 있듯이 양의 기운을 많이 가지고 있어서 여성들이 생리통, 생리불순, 불임증에 효과가 있으며 아랫배와 손발이 차서 고생하는 분들에게 권할 만하다.

필자가 진료하고 있는 산청에서는 지금 구절초가 만개한 가운데 한방약초 축제가 한창이다. 허준 선생이 아픈 백성을 치료하고 사랑한 뜻을 기리기 위해 올해 16회째 열리고 있으며 2년 연속 문화체육관광부 최우수 축제로 선정될 정도로 볼거리 즐길거리가 많다.

또한 산청의 한방 명의들이 조선시대 백성을 치료하던 혜민서를 재현하여 행사기간 동안 무료 진료를 펼치고 있으니 허준 선생님이 보시기에도 기뻐할만하다고 할 것이다. 지난 9월 30일부터 시작한 산청 한방약초 축제는 10월 10일까지 산청 동의보감촌에서 진행된다. 마침 이번 주 일요일이 중양절이기에 주말 즈음 집에만 있지 말고 낮에는 산청에서 구절초를 비롯한 약초의 향기에 취해보고 저녁에는 가까이의 진주 유등축제를 즐긴다면 가족 간의 화목뿐만 아니라 앞으로 다가올 겨울을 건강하게 나기 위한 양기 보충에도 요긴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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