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열며-벽화가 만들어낸 동피랑은 보물단지
아침을열며-벽화가 만들어낸 동피랑은 보물단지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6.10.09 18:12
  • 14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채영숙/영산대학교 게임·영화학부 교수
 

채영숙/영산대학교 게임·영화학부 교수-벽화가 만들어낸 동피랑은 보물단지


‘통영인의 강인한 생명력처럼 굽이치는 강구안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아름다운 언덕, 동피랑 마을’이란 문구에 끌려 동피랑 마을로 여행 계획을 세우고 출발했었다. 통영의 대표적인 시장인 중앙시장 뒤쪽 언덕에 있는 동쪽 벼랑인 동피랑에는 서둘러 출발한 듯 많은 관광객들로 이미 동네가 떠들썩했다.

구불구불한 골목길을 따라 담벼락마다 그려진 형형색색의 벽화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관광객들. 이곳은 낙후된 마을을 철거하여 동포루를 복원하고 주변에 공원을 조성할 계획이었다가 개발 계획을 바꾸면서 원조벽화마을로 유명 관광지로 거듭나게 된 곳 중 하나이다.

한국의 몽마르트. 올해로 세 번째 방문. 방문 때마다 새로운 벽화들이 나를 반긴다. 새롭게 단장했다는 소식이 들려와 주말 시간을 내어 찾았다. 따뜻한 햇살과 살랑살랑 부는 가을바람만으로도 잘 왔다는 생각을 들게 한다.

부산에 감천문화마을이 있다면 통영에는 동피랑마을이 있다. 매년 200만명의 관광객이 찾는 곳. 동피랑의 역사적 가치와 지역의 문화를 보전하고자 통영시와 통영RCE, 푸른 통영21, 통영시민이 함께 “통영의 망루 동피랑의 재발견”이라는 제목의 벽화전을 시작으로 동네에 어울리는 벽화가 그려지면서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2010년 동피랑 블루스, 2012년 땡큐 동피랑, 2014년 점프 동피랑, 올해 제5회 ‘Go!고 古고 동피랑’ 주제로 동피랑벽화축제를 맞이했었다는 사실.

많은 마을들이 처음은 색채가 만들어내는 아름다움으로 시작되지만 돈과 관광객의 소음에 마을 주민은 떠나고 상업지구가 되어 버린다. 관광명소가 되면서 생긴 소음과 생활의 불편함, 도시재생사업을 둘러싼 이해 충돌, 돈을 벌어보겠다고 들어오는 외부인들의 상업 시설로의 변모가 빗어내는 결과들이다.

하지만 동피랑 마을은 돈이 필요해 중간에 집을 팔고 나가는 분들도 계셨다지만, 다른 벽화마을과 달리 시간이 지나도 주민이 많이 남아있는 곳이다. 처음부터 마을 주민이 참여하고 공모전을 통해 당선된 그림들로 그려지고, 운영주체가 주민 중심으로 한 탈바꿈과 수익의 배분 구조이기에 현재까지 성공사례로 언급되는 곳이라 한다.

마을 분위기와 상관없이 천사의 날개, 유명 애니메이션 주인공들이나 세상을 빛낸 인물들이 그려져 있기도 했지만, 남해 동피랑 마을에서만 볼 수 있는 푸른 바다와 어우러진 그림들은 역사와 이야기를 담아내면서 방문객들의 얼굴에는 행복의 미소가 가득하다.

처음 방문했을 때는 정보가 없어 주차 공간을 찾다가 내 시선을 끈 곳은 북쪽의 폐허가 된 시멘트 벙커 같은 폐가. 담벼락에 그려진 넝쿨화를 따라 들어갔더니 벽면마다 그려진 그림들과 시. 누구나 한 번쯤 품었을 생각들이 벽면에 펼쳐져 있었다. 남쪽의 입구 반대편임에도 정성 가득 그려진 모습에 반해 반나절 정도를 마을 구석구석 돌아다녔던 기억이 난다.

버려진 나대지와 우범지구의 회색빛 담벼락에 색채가 더해지면서 생기를 불어넣는 유행은 바람직하다고 본다. 재개발지구로 선정해 옛것을 완전히 버리고 새롭게 고층 건물을 짓는 것도 방법이겠지만, 대부분의 지역에서는 신축 아파트에 들어갈 추가 비용을 감당할 여력이 안되어 원래 주민들은 정든 곳을 팔고 이사를 가야만 한다.

많은 지역들이 환경 개선을 목적으로 재건축을 하려 하지만 정작 누구를 위한 것인가? 언제나 그러했듯 재건축은 외지인의 투기 지역이 되고 더 이상의 정감 있는 마을 분위기는 찾아볼 수가 없다. 재건축 보다는 동피랑처럼 옛것을 보존하는 지역들이 더 많이 남아있었으면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