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민요와 한국인의 삶/경남 민요를 중심으로(9)
칼럼-민요와 한국인의 삶/경남 민요를 중심으로(9)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6.10.11 18:37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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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창교/문화재청 무형유산지기ㆍ진주문화원 향토사 실장ㆍ진주향교 장의
 

정창교/문화재청 무형유산지기ㆍ진주문화원 향토사 실장ㆍ진주향교 장의-민요와 한국인의 삶/경남 민요를 중심으로(9)


지난시간에 이어서 방적·양육 노동요에 대하여 알아보겠다.

부녀자들이 부르는 노동요로서 가장 대표적인 것은 방적노동일 것 같다. 경남지역의 방적노동요로는 <삼삼기노래>, <물레노래>, <베틀노래> 등이 있다. <삼삼기노래>는 혼자서 죽 내리 읊조리듯이 가창하는 내리부르기식 가창법으로 부른다. 요사는 삼삼는 모습을 마치 한 폭의 그림으로 그려 펼치듯이 묘사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고성 삼삼는소리>를 들어본다.

‘혼자 삼는 삼가래는 목 감기가 일이로다/둘이 삼는 삼가래는 군데띠기가 일이로다/ (중략) /이 삼 삼아 옷 해 입고 무던산천 구겡 가세/무던산천 찾아가서 우리 부모 산소 앞에/셍모하고 돌아 오세’

<물레노래>는 무명실을 뽑을 때 물레를 돌리며 부르는 노래이다. 물레를 돌리는 일은 매우 단조로우면서 지루한 작업이다. 이때 그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부르는 것이 이 노래이므로 노래의 리듬이 노동의 리듬에 꼭 일치하는 노래는 아니다. <고성 실잣는소리(물레질소리)>를 들어본다.

‘울어마니 날 셍길세나 씨어마니가 날 셍길세나/셍기 주소 셍기 주소 딸캉같이만 셍기 주소/ (중략) /비오다가 벹나는 날 울어마니로 본 듯하네/벹나다가 비오는 날 씨어마니로 본 듯하요’

<베틀노래>는 베틀의 각 부분 명칭을 나열하면서 그 모양을 묘사하거나 그 움직임, 기능 등을 재미있게 그려내는 것이 대부분이다. 이 노래의 가사로서 특히 재미있는 것은 베틀에 앉아 있는 자신, 그것도 어쩌면 현실적으로는 가장 불행하다고 볼 수도 있을 자신을 아주 멋진 모습으로 그려내고 있다는 것이다. 양육노래로서 흔히 들을 수 있는 노래는 <자장가>이다. <자장가>는 잔잔하고 조용한 곡조라면 무엇이든 부를 수 있다. 그러나 경남 지역에서는 독창식으로 읊조리듯 가창하는 게 일반적인 형식이다. 양육노동요에는 <아기어르는소리>도 있다. 여성들의 노동요 중 <자장가>, <아기어르는소리>와 같은 양육노래는 밝음, 흥겨움 등 가볍고 명랑한 정서를 느끼게 하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둘째, 의식요인데, 이에는 세시의식요와 장례의식요가 있다.

세시의식이라 할 때 세시란 말은 여러 가지 의미가 있는 말이다. 즉 춘ㆍ하ㆍ추ㆍ동의 4시란 뜻과 연중의 그때그때, 명절, 설, 정초 등 여러 가지로 쓰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여러 가지 의미들 중 세시의식요라 할 때의 세시란 정초란 뜻으로 사용하는 말이다.

경남의 세시의식요는 <지신밟기소리>이다. 그러나 세시의식요가 경남에만 전승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지신밟기소리>에서 가장 많이 부르는 노래는 성주풀이이다. 성주풀이는 원래 무가로 가창되어 왔던 것으로 추측된다. 성주풀이가 집안을 수호하는 최고의 신격인 성주신을 대상으로 복을 비는 노래라면 조왕풀이는 조왕신, 즉 부엌을 지키는 신에게 가족의 건강과 재운을 기원하는 소리이다. 이렇게 지신밟기는 마을 공동체의 질서 속에서 이루어져 왔던 일종의 신앙의식과도 같았던 것이다. <밀양 지신밟기소리>를 들어본다.

‘지신아 지신아 지신 밟아 눌리자/천년 성주 만년 성주 성주 근본 알아보자/ (중략) /목 마르면 술을 먹고 배 고프면 밥을 먹고/재목운송 하여다가 넓은 땅에 놓아 주소/지신아 지신아 지신 밟아 누리자’

삶을 추구하는 생명의 공간에서 가창하는 것이 <지신밟기소리>라면 죽음을 노래하며, 삶 저 편의 세계를 노래하는 것은 장례의식요이다. 장례의식요는 장례의식을 행하며 부르는 노래이다. <상여어르는소리>는 발인제를 지낸 후 상여가 장지로 출발하기에 앞서 상여꾼 열두 명이 상여를 멘 채 제 자리에 서서 부르는 소리이다.

<운상소리>는 대개는 4음보 식으로 가창하지만 갈 길이 멀고 급하면 2음보 진행으로 좀 빠르게 가창하는 수도 있다. 경남의 장례의식요에는 <가래소리>나 <달구소리>가 거의 없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는 아마도 봉분을 단단하게 만드는 일이 크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데서 기인한 것이 아닐까 여겨진다.

다음시간에는 세번째, 유희요에 대하여 살펴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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