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마다 달라요
나라마다 달라요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1.06.11 10:4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길인숙/진주보건대학
관광계열 교수
 영어를 사용하는 지역에 따라 흔히  미국식, 영국식, 호주 식으로 구분하며 각각 발음과 어휘들이 다른 경우가 많다. 기존 토익시험에서는 미국식 영어발음으로만 출제되었으나 몇 해 전부터 듣기영역에서는 이 세 가지 발음이 골고루 출제되고 있다. 그러다보니 토익시험 준비를 위해서 세 지역의 발음을 평소에 자주 듣다보면 귀에 익숙해질 뿐 아니라 차이점도 이해하게 된다.

하지만 평소에 사용하지 않다가 해외여행을 가서 영어를 사용하다보면 지역별 차이를 더욱 심하게 느낄 수 있다.

가령, 우리의 ‘감자튀김’을 영어로 ‘fried potato'라고 하면 쉬울 텐데 미국에서 ‘french fries’, 호주에서는 ‘chips’로 사용된다. 우리가 말하는 ‘감자칩’은 동그랗고 얇게 썰어 튀긴 것인데 말이다. 호주에서는 ‘fish and chips’라는 매우 대중화되고 저렴하면서도 푸짐한 take-out 식당이 곳곳에 있다. 음식은 말 그대로 우리가 먹는 ‘생선가스(튀김)과 감자튀김’이다.

또한 우리의 주거형태 중 아파트는 미국영어로 ‘apartment’, 영국영어로 ‘flat'이다. 그러나 호주에서는 식사를 직접 요리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춘 호텔을 의미한다.

발음에서도 혼동되는 면들이 많다. 미국식 영어에 익숙한 우리는 ‘스케줄’(schedule)을 한글로 쓰인 그대로 읽지만, 호주식 발음은 마치 ‘쉐쥴’에 가깝다. 이와 같이 같은 의미인데 다른 발음이나 어휘의 영어단어를 나라별로 접하다보면 신기하기도 하고 지구가 넓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기존에 미국이나 영국의 식민지였던 영향으로 모국어 이외에 제 2언어로 영어를 사용하고 있는 나라들은 모국어 발음이 섞여 또 다른 발음을 생성한다. 예를 들어, 싱가포르는 화교가 80% 가량을 차지하다보니 영어표현에서 특이한 발음을 발견하게 된다. 중국어식 습관이 섞여서 간혹 말의 끝에 ‘lah’를 붙이고 살짝 올린다. 영어의 “Thank you”를 그들은 “Thank you lah”로 발음하는 식이다. 물론 학교에서 표준영어를 구사하도록 교육받지만 말이다. 이런 발음은 어느 책에도 나와 있지 않으니 현지에서 체험하는 수밖에.

학생들과 싱가포르로 해외문화체험을 가서 영어를 계속 사용하다보면 발음이 달라 처음엔 어리둥절하게 느껴졌던 싱글리쉬(싱가포르에서 사용되는 영어를 일컬음. 우리의 콩글리쉬와 같은 개념)가 금세 귀에 익숙해진다.

이처럼 해외 각국에서 사용되는 영어표현 중 우리가 흔히 접하는 것과 달라서 전달이 잘 되지 않을 때가 있거나, 이해가 쉽게 되지 않은 경우도 생기지만 그 기본은 같으므로 자주 접하게 되면 익숙해진다.

말이란 사용하는 사람들에 의해 생성되고, 전이되고, 소멸되는 과정을 거치기 때문인데, 우리나라에서 사용되는 지역 방언도 예외는 아니다. 제주도에서 사용되는 방언을 우리는 거의 이해하지 못하지 않은가. 건강에 좋다고 하여 자주 애용하는 ‘부추’가 전라도에서는 ‘솔’, ‘경상도에서는 ‘정구지’로 불리는 것도 좋은 예이다. 경상도에서 사용되는 말들 중 혼동이 되어 실수를 한 적이 있었다. 경상도에 시댁이 있어 명절이나 집안 행사에 참석하게 되는데, 결혼 초에 한번은 웃어른께서 “우리 집에 오니 쑥쑥 하지?”라고 말씀하셨다. 나는 그 말씀을 “우리 집에 처음 오니 쑥스럽고 어색하지?”라고 이해하고는 얼른 “예, 맞습니다.”라고 대답을 했다. 그러나 나중에 알고 보니 ‘쑥쑥 하다’는 말은 ‘누추하다’ 정도의 의미였던 것이다. 또 날씨가 쌀쌀해도 나는 발에 열이 많아 양말을 신지 않는 것이 습관이 되어 맨발로 집안을 다녔더니, 시어른께서 “다비는 어디에 있니?”라고 물으셨다. 나는 ‘다비’가 ‘두부’ 정도인줄 알고, 두부를 가져다 드린 적이 있다. 하지만 ‘다비’는 ‘양말’이었던 것이다.

이처럼 같은 나라지만 지역마다 사용되는 어휘가 다르듯이, 영어도 사용되는 나라마다 다르다. 그러므로 다르다는 점을 인정하고 그 지역에 가면 그 말을 이해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라야한다는 유명한 말도 있지 않은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