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여성농업인을 찾아서]한국생활개선창녕군연합회 성기순 회장
[경남 여성농업인을 찾아서]한국생활개선창녕군연합회 성기순 회장
  • 배병일기자
  • 승인 2016.10.13 18:48
  • 4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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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전과 열정으로 살기좋은 농촌 만들다

▲ 창녕군 유어면 세진마을에서 친환경 쌀 재배를 하고 있는 성기순 회장
사회활동 배움열정 계속…지역사회 여성리더로써 기반 다져가   
고품질 쌀 생산 농가소득 증대·우포늪 주변 생태환경조성 노력
6년째 유어면 세진마을 이장…“행복한 삶 위한 도전 계속할 것” 

◆초원에서 행복한 삶을 위한 도전과 열정
생태계의 보고 우포늪에서 제일 가까운 마을인 창녕군 유어면 세진마을에 새벽 3~4시면 남들보다 먼저 일어나 아침을 맞이하는 마을 이장이 있다. 그 주인공은 바로 유어면에서 유일한 여성 이장이면서 사람과 자연이 공존하는 마을 가꾸기에 여념이 없는 성기순 한국생활개선창녕군연합회 회장이다.

그는 도시에서 태어나 유년시절을 보내면서 농촌생활에 대한 막연한 동경을 가지고 있었다. 푸른 초원 위에 예쁜집을 짓고 넓은 잔디마당을 가꾸면서 아기들과 행복하게 살고 싶은 꿈을 꾸고 있었다. 그러던 중 지인의 소개로 소문난 부잣집 농군의 아내가 되었다. 7년간 시집살이를 한 후에 아이 둘을 낳고 그 당시 250만원으로 동네 헌집을 사서 분가를 했다. 분가하면서 남의 논 9920㎡(3000평)을 임대하여 양파를 심어 500만원의 소득을 올렸다. 그 당시 농사 짓던 삼박포 들녘은 비만 오면 물을 담는 침수지역으로 제대로 수확을 하지 못해 가슴앓이를 하기가 일쑤였는데, 첫해 농사를 지어 큰 소득을 올렸으니 동네가 들썩할 정도였다. 이때부터 별명이 울산댁에서 억순이로 불리어졌다.    

마을에서 제일 젊은 새댁인 그녀가 부녀회장 직책을 맡으며 봉사활동과 사회활동을 시작하는 계기가 되었다. 1981년에 유어면 생활개선회에 가입하여 농업기술센터에서 실시하는 각종 행사 및 교육에 참여했고, 1989년에는 면회장을 맡아 회원들의 결속력과 화합을 위해 풍물반과 퀼트공예반을 자체 운영했다.

2004년에는 창녕군향토음식연구회장직을 맡았으며 2008년 10월 28일부터 11월 4일까지 개최되었던 람사르총회 공식방문지인 우포늪 방문객들에게 먹거리를 제공하기 위해 임시식당 운영을 총괄하기도 했다.

▲ 도농교류 촉진을 위한 ‘농촌문화체험 소비자 농업교실’ 행사 모습
◆배움의 열정은 끝이 없어라~
사회활동을 하면서 배움의 열정은 식을 줄 모르고 오히려 더해 갔다.

농사일 하랴, 식당 운영 하랴, 밤낮으로 뛰어 다녀도 모자라는 시간인데도, 2008년도에 창원대학교 최고경영자 과정에 입학했다. 강의를 들으면서 전문성을 높이고 지역사회 여성 리더로써의 역할과 기반을 다지게 되었다.

시간은 쪼개어 쓰는 사람에게는 24시간이 아니라 25시간 이상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걸 느끼게 되었다. 낮에는 농사일과 틈틈이 식당 운영, 저녁 시간을 활용하여 생활개선 난타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공연활동을 통해 작은 힘이나마 봉사를 나눌 수 있어서 더 열심히 하였다. 크고 작은 행사에 공연활동을 하면서 특히 기억에 남는 무대는 부곡 수다리 노인요양병원에서의 공연이다. 중증장애인들에게 공연을 하면서 함께 어울리고 박수치며 환호하는 모습에 눈시울이 붉어졌고 미약한 힘이 나마 함께 나눌 수 있음에 감사할 따름이었다. 또한 2013년 송년의 밤 제야의 종 타종식 식전공연으로 새해를 맞이하는 첫 장을 열기도 하였다.

2015년 한국생활개선 창녕군연합회장직을 맡게 되어 지역농업의 핵심 리더로서의 자기관리와 역량강화를 위한 회원지도력배양교육을 비롯하여, 농업인 학습단체 한마음 연수와, 독거노인 등 불우한 이웃 700세대에게 사랑의 밑반찬나누기 봉사활동, 장애인복지회관 밑반찬 만들기, 도농교류 촉진을 위한 농촌문화체험, 회원 상호간의 친목을 도모하고 조직 활력화와 건전한 여가 문화조성을 위한 생활개선회 과제모임회를 이끌어 나가면서 배움에는 끝이 없음을 실감하고 있다.

 
◆시련을 딛고 여장부로 일어서다
갑자기 남편이 저혈당으로 쓰러져 응급실로 가면서 병원생활을 시작하게 되었고, 엎친데 겹친다는 격으로 전립선 암 진단까지 시련의 연속이었다. 수술실과 중환자실을 반복하던 병원생활과 함께 찾아온 시련 속에 6ha 나 되는 농사일을 어찌할 줄 몰라 집안어른들의 도움을 받아가면서 거의 혼자 전담하다시피 하게 되었다.

세월이 가면서 남편의 건강도 차츰 회복되었고, 쌀 전업농이 되었다. 창녕군에서 우포늪 주변 친환경재배단지 조성계획이 수립됨에 따라, 세진마을에서 4ha 규모의 쌀겨농법을 제일 먼저 도입했고, 이듬해에는 제초제를 쓰지 않는 우렁이 농법과 오리농법으로 친환경 저농약 재배단지를 가꾸는데 앞장섰다. 

주변 인근농가 17호와 함께하여 총 34ha의 친환경재배단지를 조성하여 일반 벼에 비해 40kg당 3000원 이상 높은 가격으로 창녕군의 대표 브랜드인 우포늪 가시연꽃 쌀 생산업체인 우포영농단과 계약재배를 하여 농가소득 증대를 도모했다. 친환경농산물품질인증을 받고자 경상대학교에 시료분석을 위해 몇 번씩이나 찾아가는 등 각고의 노력으로 2007년도에 34만4175㎡ 재배단지에 친환경저농약농산물 인증을 획득하여 명실상부한 생태천국 우포늪 주변 들녘을 친환경재배단지로 가꾸는데 힘썼다.

또한, 친환경무농약 재배를 위해 공동못자리에서부터 공동퇴비를 만들어 살포하였고, 미질 향상을 위해 공동 퇴비사를 건립하여 발효와 숙성 과정을 반복하여 고품질 쌀 생산에 열정을 쏟았다.

2013년에는 우포늪 주변 1.5ha에 이모작을 못하는 1모작 논에는 볏짚존치, 보리, 밀 등을 심어 철새 모이로 활용토록 하는 생물다양성 관리계약을 체결하여 생태환경조성을 했다.

친환경 우포늪의 상징인 따오기 복원센터 부근 2ha에 무농약으로 벼, 들깨, 메밀을 재배하고, 고품질 쌀 생산으로 농가 소득증대와 우포늪 주변 생태환경조성에 노력했다. 친환경재배단지를 조성하면서 여장부라는 소리를 듣게 되었고, 6년전부터 마을 이장직도 겸하게 되었다.

가장 어려웠던 점은 처음에 친환경에 대한 인식확산이 저조한 상태에서 트랙터, 콤바인, 관리기, 경운기 등 공동 작업이 진행되어야 하는데, 일사분란하게 움직여지질 않아서 애간장을 끓인 적이 한 두번이 아니었다. 가가호호 방문하여 설득하고 차츰 친환경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면서 이제는 작업시간, 작업내용만 알려주면 어느 누구 하나 이탈하지 않고 일사분란하게 움직여 작업능률을 올리고 공동작업, 공동휴식과 화합할 수 있는 분위기가 되어 지난 4월에 친환경재배단지 농가들이 따오기가 훨훨 날아다니는 일본의 사도섬으로 현지 견학을 다녀왔다.   

 
▲ 한국생활개선창녕군연합회 사랑의 반찬나누기 활동
◆따오기 품은 세진마을, 생태체험마을
지난해에 따오기 복원센터 부근 무농약 재배단지 2ha가 작은 우포늪 체험장으로 군에 수용되는 바람에 농사일이 많이 줄어들게 됐다.

세진마을은 우포늪에서 가장 가까운 마을로 우포늪을 찾는 방문객들이 제일 먼저 접할 수 있는 마을이라는 이점을 살려 2013년부터 녹색농촌체험마을 사업을 추진 중이다. 지난해 문화우물사업으로 ‘마을! 나의 일상, 나의 인생’이라는 주제로 주민 문화교육을 진행하여 마을어르신들이 문학을 배우고, 작은 공예품을 만들어 골목 갤러리를 비롯하여 책도 만들고 ‘따오기 품은 세진마을 문화예술잔치’를 열어 주민들로부터 뜨거운 호응을 받았다.
 
70세에 난생 처음 문학을 배우고 시를 쓰고, 무대에서 연극과 합창을 하면서 새로운 경험에 대해 이야기하며 마을 주민들의 열기가 더 해 갔다. 세진마을이 명실상부한 생태체험마을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체험과 민박이 가능한 체험관 단장부터 차근차근 준비해 나갈 계획이다.

앞으로도 꾸준히 농업인으로서 열심히 농사 짓고, 사람과 자연이 공존하는 마을 가꾸기와 좋은 것을 더 좋게 만드는 생활개선회 활동도 더욱 활발히 하며 초원에서의 행복한 삶을 위한 새로운 도전은 언제나 계속될 것이라고 성기순 회장은 식지 않는 열정과 포부를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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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자 - 정영란 주무관(창녕군농업기술센터)
열정과 에너지가 넘치는 전문여성농업인

창녕군 유어면 세진마을에 살고 있는 한국생활개선창녕군연합회 성기순 회장은  농업ㆍ농촌에 대한 열정과 에너지가 넘치는 전문여성농업인이며, 또한 마을이장이다.

우렁이 농법, 쌀겨농법을 인근농가에 파급하여 친환경재배단지를 조성하고 우포늪생태환경조성에 앞장서 온 그녀는 남성 못지않는 추진력과 섬세함을 겸비한 여장부로 정평이 나있다.

어려움 없는 인생이 어디 있으랴마는 그 시련마저도 슬기롭게 극복해내고, 억척스럽게 농사일을 하면서도 주민들과 소통할 줄 아는, 일과 삶이 즐거운 인생을 살아가려고 애쓰는 그녀는 언제나 웃는 긍정 마인드의 소유자다.

타고난 부지런함과 솔선수범하는 리더십을 갖춘 그녀는 늘 각종 모임이나 단체를 이끌어나가는 선봉에 서 있다. 생활개선회 활동을 해오면서 끊임없이 배움에 대한 열정과 도전정신으로 각종 교육에 참여해 왔고, 생활개선난타동아리 회장, 향토음식연구회회장을 거쳐 한국생활개선창녕군연합회장을 맡아 지역축제 행사 및 봉사활동에 앞장서고 있다.

마을주민들과 함께 초원에서 행복한 삶, 살기좋은 농촌을 만드는 그녀의 꿈이 이루어지기를 기대해본다. 배병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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