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개똥쑥과 노벨의학상
칼럼-개똥쑥과 노벨의학상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6.10.18 18:26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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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재주/환경부 환경교육홍보단·경남환경연구원장
 

류재주/환경부 환경교육홍보단·경남환경연구원장-개똥쑥과 노벨의학상


조선 의학사의 독보적인 존재로 동의(東醫), 즉 한국의학의 전통을 세운 허준은 한국의학사, 동아시아 의학사, 세계의학사에 크게 기여했다. 특히, ‘동의보감’은 당대 최고의 고급 의학으로서 조선 의학의 통일을 가능케 했고, 언해본 의서는 의학 대중화의 촉진제가 되었던 400여년전 허준이 쓴 동의보감에는 개똥쑥이 말라리아에 특효약이라 기록되어 있다. 우리 주변의 야산 산길에는 개똥쑥이 지천에 널려 있다. 개똥쑥의 약초효과를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자연환경의 생물다양성 중요성으로 우리 선조들이 연구해 온 개똥쑥을 우리는 무시했으나 다른 나라에서는 노벨의학상을 받는 쾌거를 올렸다.

핵 폭발로 폐허가 된 일본 히로시마에서 가장 먼저 새싹을 틔운 식물이 쑥이라고 한다. 쑥은 생명력과 번식력이 강해 극한 환경이 아닌 곳이면 어디서든 자란다. 다른 식물과의 경쟁에도 매우 강하다. 세계적으로 400여종, 국내에는 약 300종이 자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반도 생물자원 포털이나 국가 생물종 목록에 등록돼 있는 것만 보더라도 쑥, 참쑥, 산쑥, 사철쑥, 제비쑥, 개똥쑥 등 40여종에 이른다.

쑥은 시경(詩經)이나 구약성서 등에도 등장하지만 단군신화를 빼놓고는 얘기할 수 없다. 단군신화에서 쑥은 100일 동안 끼니를 대신하는 구황적 기능과 동물을 사람으로 변신하게 만드는 약리적 내지 주술적 기능을 갖고 있음을 암시한다. 쑥을 대문 옆이나 지붕 위에 놓아 액운을 물리치는 민간 풍습이 바로 최근까지 전해진 쑥의 주술적 기능이다. 식생활에서는 지금도 쑥밥, 쑥국, 쑥나물, 쑥국수, 쑥떡, 쑥차, 쑥술 등 식품 재료로 쓰인다. 쑥한방비누, 쑥화장수 등 생활용품의 재료로도 다양하게 활용된다.

약리적 기능은 더 말할 것도 없다. 고혈압이나 심장순환기계 질환의 치료와 예방, 간 기능 보호, 백혈병성 암과 결장·간암 세포 증식 억제, 항염증 및 진통 작용, 당뇨·고혈당 개선 등에 효과가 있다거나 그런 가능성에 기대를 걸고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는 정보다. 살충이나 타식물 성장억제작용을 하는 쑥의 독소 성분을 유익한 방향으로 이용하고자 하는 연구도 활발하다.

2015년 중국의 중의과학원 여성 연구원인 투요우요우(85)Tu youyou(屠呦呦) 씨가 개똥쑥으로 말라리아 약을 개발하여 노벨의학상을 받았다는 보도가 있었다. 문화대혁명 초기인 1967년께 마오쩌둥 전 국가주석의 지시로 연구를 시작한 투 교수팀은 1971년 개똥쑥에서 항말라리아 효과가 있는 칭하오쑤(靑蒿素·아르테미시닌)를 발견했다. 아르테미니신은 말라리아 치료제 개발로 이어져 말라리아 환자 사망률을 획기적으로 낮췄다.

400여년전에 허준선생이 개똥쑥을 연구하여 기록한 동의보감을 제대로 읽고 연구하였더라면 그 노벨상을 한국인이 받았을 것이다. 한국의 은행나무 잎에서 추출해내는 징코민 성분이 다른 나라 은행나무 잎의 수십 배 효능이 있다는 사실도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또한 지난 칼럼에서도 밝혔듯이 동의보감에서도 효능을 입증하고 있는 그 버드나무로 약제를 만들 생각은 하지 못하고 천대를 하는 사이, 독일은 ‘한국산 버드나무 잎’에서 ‘살리실산’을 추출하여 아스피린을 만들어 전 세계에 판매하여 돈을 벌어들이고 있다.

이런 예를 소개하는 것은 우리의 산야에 엄청난 자연의 우수성이 담겨져 있음을 지적하고 싶어서이다. 뒷산에 흔하게 자라는 머위나물은 치매에 특효약이고, 어디서나 잘 자라는 돼지감자에는 이눌린 성분이 다량 함유되어 있어 당뇨병에 뛰어난 효능이 있다. 물론 약초의 효능을 말하고자 함이 아니다.

우리 선조들은 쑥의 만병통치에 가까운 약리 효과를 애용해오면서 동양 최고 의서인 동의보감을 통하여 그 효능을 강조하고 있었다. 미국 워싱턴대학교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개똥쑥 추출물의 항암효능이 기존의 항암제 효과보다 1200배나 강력한 항암효능을 갖고 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황금약초로 불리우는 개똥쑥, 우리는 자연이 우리에게 무엇을 주는지 잊고 살아가고 있다. 우리나라 산야 자연의 우수성을 한국인들은 왜 그걸 모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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