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운전자 4명 중 1명은 모르고 있는 비보호 좌회전의 원칙
기고-운전자 4명 중 1명은 모르고 있는 비보호 좌회전의 원칙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6.10.20 18:30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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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우진/창원신월지구대 경장
 

성우진/창원신월지구대 경장-운전자 4명 중 1명은 모르고 있는 비보호 좌회전의 원칙



가끔 운전을 하다보면 비보호 좌회전 교차로에서 빨간불 신호에 좌회전을 하는 운전자들을 종종 볼 수가 있다.

2014년 초 서울 양천구의 한 교차로에서 30대 중반의 1톤 화물차 운전자는 교차로에서 신호 대기중인 A씨(52)를 향해 언성을 높였다. 비보호 좌회전을 하기 위해 기다리던 A씨는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비보호 좌회전은 녹색신호에 해야 한다고 반박했지만 화물차 운전자는 “비보호니까 차가 오지 않으면 빨간불에 가도 된다”고 받아쳤다. 큰 소동 후에도 분을 삭이지 못한 화물차 운전자는 결국 A씨의 집앞까지 쫓아와 “당신같은 사람 때문에 교통이 엉망진창이다. 똑바로 운전해!”라고 소리치기까지 했다.

2015년에는 진주시 초전동의 한 교차로에서, 교통감시 카메라에 신호위반장면이 찍힌 다수의 운전자들이 왜 본인이 범칙금을 내야 하는지 납득하지 못해, 관할 경찰서에 항의전화가 빗발치는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 교차로에서는 지금도 “비보호 좌회전인데 답답하게 왜 안가고 앞을 가로막고 있느냐!”고 빵빵거리는 뒷차 운전자와, 신호위반장면이 찍히기 싫은 앞차 운전자 사이에 실랑이가 자주 벌어지고 한다.

우리나라의 대부분 신호체계는 한 번에 한 방향씩 녹색신호로 이동하는 동시신호 방식을 쓰고 있다. 동시신호란 십자형 교차로에서 네 방향 중 하나의 차로에 녹색신호 시 직진과 좌회전, 또한 우회전을 할 수 있는 신호방식이다. 여기서 비보호 좌회전이란, 교차로에서 따로 좌회전 신호 없이도 직진 녹색 신호가 들어오면 좌회전까지 허용하는 신호방식이다.

그러나 동아일보 ‘시동켜요 착한운전’ 취재팀이 운전자의 교통법규 이해도를 알아보기 위해 400명을 대상으로 교통법규 테스트를 실시한 결과, 운전자 4명 중 1명은 비보호 좌회전 관련 규정을 잘못 알고 있었다. 적색(빨간불) 신호일 때 좌회전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적색신호 비보호 좌회전은 도로교통법 상 신호 위반에 해당한다. 따라서 위반 시 신호위반의 교통법규 범칙금은 당연히 부과되며, 녹색 직진 신호 시 좌회전을 하여 반대편 차로의 차량과 사고가 발생할 경우, 안전운전 불이행 사고책임이 있다.

하지만 적지 않은 운전자가 신호와 관계없이 맞은편 차량만 주의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탓에, 교통법규를 제대로 알고 지키는 운전자가 적반하장 격으로 ‘도로 위의 답답이’로 전락하여 봉변을 당하는 경우가 자주 발생하곤 하는 것이다.

도로교통법을 올바로 숙지하는 것은 도로 위에서 자신과 타인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필요하다. 그러나 우리나라에 면허 취득자를 위한 재교육 기회는 없다. 법규 위반자를 대상으로 한 소양 교육이 있을 뿐 정부가 공식적으로 제공하는 안전교육은 없다. 결국 법규를 위반해야만 본인이 잘못 알고 있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것이다. 김인석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박사는 “우리나라 운전자들은 운전면허 취득 후 교통안전에 대해 교육받을 기회가 없는 상황”이라며 “교통안전교육은 단순히 면허를 취득할 때뿐만 아니라 상시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말한다. 기본적인 교통법규를 정확히 모르면 혼잡은 물론이고 사고를 유발할 수 있다. 교통법규는 여러 운전자와 보행자가 함께 사용하는 도로 위의 안전을 위해 만든 최소한의 약속이다. 이 최소한의 약속이 잘 지켜질 수 있도록, 교통법규에 대한 재교육이 의무화 되는것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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