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여행을 통한 감성학습
체험여행을 통한 감성학습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1.12.22 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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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인숙/진주보건대학교 관광계열 교수
10년 넘게 국내외의 학위과정을 하면서 내가 가지고 있는 지식을 얼마나 효과적인 방법으로 학습자에게 전달할 수 있을까를 연구하고 배웠다. 그러나 대학에서 학생들 교육을 담당하면서 나는 학습자들에 대한 새로운 배움을 시작해야만 했다. 먼저 그들은 자신감이 결여돼 보였고, 스스로 자신의 일을 찾아하지 않아 보였기 때문이다. 나 역시 오랜 시간동안 학습자였음에도 불구하고 지식전달자로서 학습자들을 바라보니 감성이나 잠재력보다는 학업성취로만 그들을 평가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다 학생들과 해외문화체험을 가게 되면서 나의 교육관을 바꾸는 계기를 만나게 되었다.

우리 관광계열에서는 해마다 해외문화체험이란 과목으로 학생들과 해외에 가기 위한 계획을 만든다. 영어권, 일어권, 그리고 중국어권으로 나누어 전공별로 다른 나라를 방문하고 학생들을 팀별로 나누어 직접 체험하게 하는 과목이다. 여권을 직접 신청하고 자신들의 관심사에 맞게 여행일정을 짜야한다.

비행기를 처음 타보는 학생들이 대부분이라서 비가 오기만 해도 비행기가 뜨지 않을까봐 무척 걱정할 정도다. 평소 학생들의 서툰 모습만 보아 해외에서 잘 할 수 있을까 내심 걱정도 되었지만 그건 기우였다. 괌이나 싱가포르 등 영어권 나라에 입국할 때 출입국 절차를 거치며 교과서에서 배웠던 영어표현들을 듣고 말하면서 매우 신기해했다. 호텔에 도착하여 짐을 풀고 급우들과 흥분된 마음을 나누다 카드키를 방에 넣은 채로 방문이 잠겨 프론트 데스크에 가서 배웠던 영어표현을 사용하며 자연스럽게 연습이 되기도 하였다.
해외 호텔에서의 하룻밤을 보낸 후 아침 식사를 하고 팀별로 일정을 보내기 위해 로비에 모여 하루의 스케줄을 점검해주다보면 용기 있게 발을 떼지 못한다. 두려움으로 몸과 마음이 움츠러들기 때문이다. 연습을 시키기 위해 일정한 시간을 정해주고 첫 번째로 모일 장소를 지정해주면 팀별로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약속장소에 모인다. 이때부터는 팀별로 해산해도 두려움보다는 설렘으로 일정을 시작할 수 있다. 저녁 무렵 약속시간에 모여 하루 동안의 경험담을 나누는데, 학생들의 눈빛이 아침과는 전혀 다르다. 그들은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목적지로 이동하고 식사를 직접 사먹고, 물건도 흥정해보면서 새로운 세계를 경험한 것이다. 두려웠던 마음이 자신감으로 바뀌면서 용기도 생기고 성취감도 가지게 되었다. 누구나 머릿속엔 어려움을 이겨내는 멋진 자신의 모습을 그려볼 수 있지만 막상 실천하기 위해서는 용기가 필요하다. 그래도 두렵지만 도전해보면 자신감과 성취감이 차곡차곡 쌓이지 않는가.

그런 학생들의 변화되는 모습을 지켜보며 학업성적으로만 평가했었던 나의 잣대가 조금씩 변화되었다. 사실 우리 학생들의 초중고교 시절에서는 자율성이 거의 없다시피 하고 대부분 부모나 학교에서 짜 준 스케줄에 의해 움직여오기 때문에 스스로 무엇인가를 계획하고 도전하는 것이 쉽지 않다. 하지만 해외문화체험과 같은 프로그램은 이제껏 IQ(Intelligence Quotient) 개발에만 치중되었던 학생들의 머리를 EQ(Emotional Quotient)도 개발되도록 돕는다.

1학년과 2학년 때 각각 해외문화체험을 하게 되는데, 2학년이 되면 자신감과 여유가 훨씬 많이 생긴다. 1학년 때 홍콩을 다녀왔던 학생들이 2학년이 되어 싱가포르에 갔는데, 팀별 일정도 매우 알차고, 해외에 도착해서도 자율적으로 알아서 하는 모습이 무척 대견해보였다. 업무 연습을 위해 학생들에게 공항조사를 시키고, 외국인들과의 대화기회를 더 만들어주기 위해 설문조사를 시키는데 임하는 자세가 진지하다. 이렇게 수련된 학생들이 해외 항공사나 호텔로 취업되고, 인천국제공항과 대도시의 특급호텔에서 근무하는 것을 보면서 입학했을 때와는 많이 다르게 성숙되고 자신감 있게 변화되는 과정을 떠올린다. 아무리 시대가 변해도 선생의 보람은 제자의 발전된 모습을 보는 것이 아닐까. 변화되는 그들을 보면서 지식위주보다는 감성개발과 인성교육에 초점을 두어 사회에서 사랑받는 인재로 키워야겠다고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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